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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요가... 아침이 기다려진다

등록|2024.03.29 11:28 수정|2024.03.29 11:28
요가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과연 내가 한 달을 채울 수나 있을까 했는데 대견하게도 4월 등록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새벽 6시 알람이 울리면 온갖 유혹들이 나를 붙잡는다. '오늘 딱 하루만 쉬고 내일부터 가면 좋겠다'가 방바닥으로 나를 끌어당겼다가 '이미 낸 돈 아깝잖아'에 이르면 나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2월에는 춥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야 했는데 지금은 제법 여명이 비춰서 신비롭기까지한 공기를 헤치고 나온다. 첫 수업 때 보았던,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들을 내가 제법 흉내를 낸다.

폴더처럼 허리를 굽히고 팔이 땅에 닿는 동작도 비록 손이 다 닿지는 않아도 어설픈 폴더가 된다. 겨울바람에 차갑게 메마른 장작 같았던 내 몸이 3월 봄물이 차오른 진달래 가지처럼 제법 낭창낭창해졌다. 그리고 이젠 한 동작씩 정복해 가는 재미가 붙었다. 견갑골? 내 몸에 그런 게 있었나 싶은 그러나 지금껏 나랑 동고동락한 구석구석의 뼈와 근육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 첫 수업 때 보았던,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들을 내가 제법 흉내를 낸다. ⓒ elements.envato


나 같은 초보 요가 수행자들은 한 시간이 버겁다. 딱 20~30분만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 쯤이면 수업 시간 중간 쉬는 시간 종이 울리듯 "자 ~아기자세로 좀 쉬겠습니다" 또는 "송장자제로 좀 쉬고 갈게요" 한다.

몸을 한껏 구부리고 모은 손 위에 이마를 대고 숨을 고르는 아기자세는 자궁 속 아기처럼 세상 편한 쉼을 누린다. 그리고 온몸의 긴장을 풀고 사지를 바닥에 철퍼덕 붙혀 누운 송장자세는 이대로 한숨 자고플 만큼 편안한 쉼을 1~2분 누리게 해 준다. 마치 인생과 닮았다.

아이들이 중2 시절 유별난 사춘기를 남발할 때 내가 대응하는 비법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캡쳐해 놨다가 종종 꺼내보는 거였다. 이 아이가 아니었다면 언제 내가 그리도 행복하게 파안대소를 할 수 있었겠나? 미리 효도를 저축해 두었으니 사춘기 기간의 소소한 반항쯤이야, 그랬다.

그렇게 한 시간여의 수업이 끝날 때 수강생들은 모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두 눈을 스르르 감고 두 손을 기도하듯 포개고 겸손히 고개를 숙이면 강사님이 이렇게 말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당신과 내안의 신성에게 나마스떼~" 나는 속으로 아멘(?)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며 친한 동생으로부터 요가를 권유받았을 때 나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아침 운동을 하니 요즘은 소화도 잘 되고 화장실 가기도 즐거워졌다. 밤에 불면증 따윈 절대 있을 수 없다. 요즘 코를 골며 잔다는것을 남편을 통해 들었다.

주말에는 딸래미와 요가 동작들을 해보다가 나와는 확연히 다른 유연성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올해가 끝나갈 즈음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까를 떠올리니 우습게도 내일 아침이 기쁘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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