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딸 때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 이유
[체험 함양 삶의 현장 18] 안의면 박홍석씨 딸기농장
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경남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자말]
▲ ⓒ 주간함양
새빨갛게 익은 딸기는 단연코 과일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한 입 크기 역삼각형 알맞은 모양과 보기만 해도 새콤달콤한 맛이 상상되는 우아한 빛깔은 침샘을 자극한다. 겨울이 오는 11월부터 시작해 봄까지 많은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만드는 딸기는 많은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 등을 함유한데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이들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딸기가 딸기 맛을 지니고 있듯 삶은 행복이란 맛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있다. 행복은 삶에 있어 큰 동기부여를 만들고 딸기가 전하는 딸기 맛은 입안 전체를 행복하게 만든다.
금실은 달고 단단, 설향은 부드럽고 상큼
3월 26일 오전 10시, 봄바람이 불어야 하는 시기에 비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마치 올해 벚꽃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안은 채 비바람을 뚫고 안의면으로 향했다.
"젊은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함양군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 나는 말도 잘 못하고 부끄러워"라며 손사래를 치는 박홍석씨를 만났다.
지난 30년간 딸기농사를 지어온 박홍석씨는 딸기 비닐하우스만 10여 동 넘게 가지고 있는 대농이다.
오늘 체험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박씨는 두 개의 대야를 건넸다. 그는 "오늘 여기 두 대야에 딸기를 담은 만큼 딸기를 가져가도 좋다"며 "딸기를 따면서 먹고 싶은 딸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체험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의욕이 솟구치긴 처음이다.
딸기 하우스 내부에는 족히 50미터 길이로 딸기가 심어져 있고, 곳곳에 붉은색을 띤 딸기가 탐스럽게 열려 있다.
▲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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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야를 들고 쪼그리고 앉아 딸기를 따기 시작했다. 풀 사이로 몸을 숨긴 딸기의 색은 각각 립스틱 색을 연상시키는 붉은 딸기와 함께 아직 익지 못해 흰색을 띠고 있는 딸기도 있다. 잘 익은 딸기를 하나 골라 먹어보기도 했다.
박홍석씨는 흰색 딸기를 가리키며 해외수출용 딸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해외수출용 딸기는 딱 이렇게 붉은색이 보이기 전, 대부분이 흰색일 때 수확해 포장한다.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붉은색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홍석씨는 딸기를 맨손으로 잡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사람의 체온이 딸기 표면에 닿으면 생채기가 남을 수 있어 상품가치가 떨어져 꼭 장갑을 끼고 딸기를 따야 한다. 이를 어쩌나. 이미 20개가 넘는 딸기를 맨손으로 땄는데... 큰일이다. 이에 박씨는 "맨손으로 딴 딸기는 기자님이 다 드시고 가세요"라며 웃어보였다.
이번 체험 또한 반복노동이다. 지금까지 17회 체험함양삶의현장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분명 무릎과 허리가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 같다.
박홍석씨 농장에서 키우는 딸기 품종은 금실 70%, 설향 30%. 품종별로 각각 맛 차이가 있으며 해외로 수출되는 품종은 대부분 금실이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외관상 차이는 느끼지 못하지만 맛 차이는 분명하다. 금실은 설향에 비해 달콤함이 강하고 단단한 표면을 지니고 있는 반면 설향은 금실에 비해 상큼함이 강하고 부드럽다. 여하튼 둘 다 맛은 일품이다.
"딸기는 따고 나서 4일 지나면 맛이 없다"
▲ ⓒ 주간함양
딸기를 대야에 담으면서 크기와 상관없이 붉은색, 잘 익은 딸기만 골랐다. 크고 예쁜 모양을 가진 딸기도 있지만 크기가 작음에도 빨갛게 익은 딸기도 있다. 크기를 망라하고 딸기를 섞어 겨우 한 대야를 만드니 박홍석씨와 주변 근로자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딸기 처음 따본 것 치고는 굉장히 예쁘게 잘 땄다. 다음에 일손 부족할 때 한 번 와서 거들어 줬으면 좋겠다"며 스카웃제의를 했다.
딸기는 잎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보관이 어렵다. 냉동 보존이 아닌 이상 오래 보관하기 어려워 장시간 상온에 노출되면 당도가 점점 떨어진다. 2~3일만 지나도 맛이 밋밋해지고 일주일이 지나면 단맛은 거의 없는 정도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딸기주스, 딸기 케이크 등은 냉동된 상태의 딸기로 만든다.
박홍석씨는 "딸기를 따고 나서 4일이 지나면 맛이 없다. 그렇기에 대형마트에서 딸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오전보다 오후에 장을 보면 딸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딸기는 온도가 낮은 지역에서 좋은 맛을 낸다. 함양군처럼 일교차가 분명하고 일조량이 좋은 지역은 딸기의 당도가 높다.
박홍석씨는 "딸기는 일단 비가 안 오고 햇빛이 많이 들어오면 맛있다. 그리고 낮은 온도가 유지되면 좋은 딸기가 생산된다. 그래서 함양군 딸기가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두 개의 대야에 딸기를 풍성하게 담고 포장을 위해 다른 딸기 하우스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외국은 근로자와 내국인이 예쁜 모양으로 딸기를 포장하고 있었다. 차곡차곡 원형을 그리고 담기는 딸기를 담고 상자에 정갈하게 딸기를 담았다.
박홍석씨는 "딸기를 따는 것은 쉽지만 딸기를 포장하는 방법은 기술이 필요해 당장 배울 수 없다. 적어도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리니 기자님은 다시 한 번 딸기를 따는 곳으로 이동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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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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