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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진 쓴 후보 '77명'뿐... 대통령 사라진 국힘 선거공보

[총선 팩트체크 2편] 국민의힘 후보 254명 선거공보 전수조사... 한동훈은 173명

등록|2024.04.03 16:49 수정|2024.04.09 11:54
선거 공보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약력과 재산 상황, 공약 등 필수 정보가 담겼을 뿐 아니라 선거 전략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하는데요. 현직 대통령을 앞세운 여당 후보가 당선에 유리할까요?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22대 총선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거공보를 살펴봤습니다.[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위쪽)이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아래) 사진을 사용한 제22대 총선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 선거 공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62.1%인 157명이 선거공보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70% 정도인 109명이 당선했습니다. 나름 '대통령 후광'을 누린 셈인데요. 과연 이번 총선에서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후보들이 대통령 덕을 볼 수 있을까요?

[총선 팩트체크 1편] '문풍' 강했는데 '윤풍'은? 총선 '대통령 후광' 따져보니 https://omn.kr/280uf

21대 총선 직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긍정평가(56%)가 부정평가(36%)보다 높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오히려 긍정평가(34%)보다 부정평가(58%)가 더 높습니다. 이같은 두 대통령의 지지도 차이가 여당 후보의 선거 공보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봤습니다.

대통령 기피? 윤석열 사진 쓴 여당 후보는 77명... 문재인 157명의 절반 수준
 

▲ 선거 공보에 현직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여당 지역구 후보자 비율 비교.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가운데 157명이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제22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77명이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선거공보에 사용했다 ⓒ 김시연


<오마이뉴스>가 22대 총선 254개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거 공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후보는 77명(30.4%)이었습니다(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선거공보가 등록되지 않은 후보 1명 제외). 지난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민주당 후보 157명(62.1%)의 절반 수준입니다.

지역별로는 문 전 대통령의 사진 사용은 수도권과 호남을 중심으로 '서고동저'가 뚜렷했다면, 윤 대통령의 경우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동고서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국민의힘 후보는 47명 가운데 8명(17.0%)에 그쳤고, 광주와 전북, 제주에서는 단 1명도 없었습니다. 전남 1명(10.0%), 충북 1명(12.5%), 인천 3명(21.4%), 대전 2명(28.6%), 경기 16명(26.7%), 부산 5명(27.8%) 등도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 중앙


반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서울에서만 35명(71.4%)이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고, 경기 41명(69.5%), 인천 12명(92.3%), 광주 7명(87.5%), 대전 5명(71.4%), 전북 7명(70%), 전남 6명(60%), 제주 3명(100%) 등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에서 모두 강세를 보였습니다.

충남에선 두 대통령의 사진 사용이 모두 6명(54.5%)으로 동률이었지만, 충북에선 문 대통령이 6명(75.0%)으로 1명(12.5%)에 그친 윤 대통령을 크게 앞섰습니다.

영남권 후보들의 윤 대통령 사진 사용은 주로 대구경북에 쏠렸습니다. 경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13명 가운데 12명(92.3%)이 윤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고, 대구 8명(66.7%), 경남 8명(50.0%), 강원 4명(50.0%) 등으로 문 대통령을 앞섰습니다. 문 대통령 사진 사용의 경우, 경남은 7명(43.8%)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대구에서 3명(25.0%), 경북 6명(46.2%), 강원 1명(12.5%)에 그쳤습니다.

다만, 부산에서는 문 대통령 사진 사용이 8명(44.4%)으로, 5명(27.8%)에 그친 윤 대통령을 오히려 앞섰습니다. 울산에서도 문 대통령 사진 사용 사례(4명, 66.7%)가 윤 대통령 사진 사용 사례(2명, 33.3%)보다 많았습니다.

한동훈 사진은? 수도권-호남 60~70%대... 윤석열 사진은 TK에 쏠려
 

▲ 제22대 총선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 선거 공보 사진 사용 비율 비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후보는 77명,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을 사용한 후보는 173명이었다.(중복 포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선거 공보 기준) ⓒ 김시연


국민의힘 후보들은 윤 대통령 대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한 위원장 사진을 선거공보에 쓴 국민의힘 후보는 253명 가운데 173명(68.4%)으로 윤 대통령(77명)의 2배가 넘었습니다. 이중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진을 모두 쓴 후보는 63명이었고, 한 위원장 사진만 쓴 후보는 110명, 윤 대통령 사진만 쓴 후보는 14명이었습니다.

특히 한 위원장 사진은 영남권뿐 아니라 수도권과 호남권, 충청권에서도 사용 비율이 높았습니다. 대전(7명)과 세종(2명)에서는 모든 국민의힘 후보가 한동훈 사진을 사용했고, 서울(33명, 70.2%)과 경기(44명, 73.3%), 충북(6명, 75.0%), 충남(8명, 72.7%) 등의 사용율도 70%를 넘겼습니다. 호남권도 전남(10.0%)에서 1명에 그쳤을 뿐, 광주(5명, 62.5%), 전북(6명, 60.0%)도 60%가량이 한동훈 사진을 썼습니다.

영남권에서도 경북(9명, 69.2%)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한동훈 사진 사용 건수가 윤 대통령 사진 사용 건수를 앞섰습니다. 특히 부산과 울산의 경우, 한동훈 사진을 사용한 후보는 각각 14명(77.8%)-5명(83.3%)으로, 각각 5명(27.8%)-2명(33.3%)에 그친 윤 대통령 사례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 후보들이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지지도를 고려해 한동훈 위원장을 선거 공보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적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민의힘 후보들은 한 위원장과 직접 악수하거나 몸을 맞대고 찍은 사진을 사용해 친분을 강조한 반면, 윤 대통령 사진은 친분보다는 자신의 치적을 알리는 데 활용했습니다. 윤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정작 외국 인사들과 악수하는 사진을 쓴 권영세 후보(서울 용산)나 박민식 후보(서울 강서을)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공보에 없는 윤 대통령... 문재인 앞세웠던 더불어시민당과 대조

지역구 후보들뿐 아니라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거공보에도 윤 대통령 사진은 물론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라는 구호와 함께 문 대통령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선거공보(왼쪽)과 22대 총선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거공보.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더불어시민당과 달리 국민의미래 선거공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 중앙


여당 대표가 직접 선거를 이끌긴 하지만, 선거공보에서 현직 대통령 인기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 사진을 선거공보에 쓴 여당 후보는 30명(11.9%)에 그쳤고, 당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던 이낙연 선대위원장 사진을 쓴 후보도 109명(43.3%)으로 적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을 넘어서진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운 민주당은 253개 지역구 가운데 64.4%인 163곳을 가져갔고, 비례대표 17석을 포함해 180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과연 윤 대통령 대신 한동훈 위원장을 앞세운 국민의힘의 총선 성적은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총선 직전 대통령 국정 지지도 : 한국갤럽 자체 조사. 21대 문재인 대통령 2020년 3월 31일~4월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휴대전화 RDD 무작위 추출, 집전화 RDD 15% 포함.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 22대 윤석열 대통령 : 2024년 3월 19일~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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