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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는 백인 남성의 노래?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순 편견

[명반, 다시 읽기] 테일러 스위프트의 그때 그 시절을 담은 음반 < Fearless >

등록|2024.04.04 13:46 수정|2024.04.04 13:46

▲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4년 2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6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요즘 팝 씬에서는 컨트리가 강세다. 얼마 전 5년 만에 신작 < COWBOY CARTER >를 발매한 비욘세는 '16 Carriages', 'Texas hold'em'를 비롯 음반 전체에 컨트리를 적극 활용해 큰 관심을 받았다. 또, 제이슨 알딘 'Try that in a small town', 올리버 앤소니 'Northmen north of richman' 등 농도 진한 컨트리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들의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컨트리 씬의 아이돌(?) 모건 월렌은 '7 summers' 등 내놓는 작품마다 차트 상위권을 휘어잡고 루크 콤즈는 얼마 전 트레시 채프만이란 흑인 여성 뮤지션의 대표곡 'Fast car'를 리메이크, 차트 2위에 오르며 원곡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

컨트리 부흥의 시대. 이 희한한 회귀를 두고 'SNS를 중심으로 한 바이럴 챌린지', '컨트리가 더욱 팝적으로 변했다'는 등 여러 가지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확실한 분석은 후자다. 컨트리를 하나의 요소로써 음악에 가볍게 녹여냈다는 것이다. 백인 중산층이 즐기던 컨트리를 소스로만 가져와 젊은 세대가 호응할 만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 요새 유행하는 컨트리 음악의 주요 작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통 컨트리로 승부를 보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우선 나이 많은 백인 남성들이 주로 듣는 노래라는 편견이 꼭 그렇다. 이는 편견이 아닌 사실에 가깝기도 하다. 단,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름을 논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컨트리 씬 총아로 떠오르다
 

'컨트리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시든 지 오래다'는 말로 서문을 열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컨트리는 늘 그 줄기를 유지해 왔다. 1970년대 올리비아 뉴튼 존(2020년 팝 스타 두아리파가 그의 인기곡 'Physical'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1980년대 돌리 파튼, 1990년대 샤니아 트웨인을 거쳐 2000년대 캐리 언더우드까지 컨트리 씬 안에서 인기를 끈 여성 아티스트의 계보는 탄탄하다.

단, 이를 인종, 성별, 세대를 넘어 하나의 신드롬으로 장착시킨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일하다. 물론 2006년 데뷔 이후 오늘날까지 커리어를 이어옴에 있어 그의 음악 성향이 '팝'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그에게 있어 '컨트리'는 언제나 강력한 한방이었다.

동명의 데뷔 음반 < Tylor Swift >부터 대중의 관심을 한번에 샀지만 스타로서 제대로 발돋움한 것은 2집 < Fearless > 때부터였다. 만 17세가 채 되기 전, 전곡 작사, 작곡에 직접 참여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그가 컨트리 음악을 하는 예쁘장한 용모의 뮤지션을 넘어 아티스트로서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1집과 마찬가지로 10, 20대 청취자에게 공감을 살 수 있을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썼지만 이 음반에서 그 작법은 확연히 더 농익었다.

빌보드 싱글 차트 4위까지 오른 'Love story'는 록의 질주력을 응집한 채 가사 사이에 달콤한 사랑담을 녹여낸다. 아버지가 반대하는 남자 친구에게 자신을 구해 달라고 고백하는 이 노래에 마음을 기댄 청춘이 한둘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컨트리 록 사운드를 기반에 둔 'You belong with me'는 당시 유튜브 조회수 10억 뷰를 넘으며 2000년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로 낙점됐다. 음반 내에서는 차트 2위에 오르며 제일 높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유명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쓰이기도 한 'White horse', 'fearless' 등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많은 히트곡이 남아있다.

국민 여동생? 올드 테일러?... 성장 위한 굳히기 한 판
 

▲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4년 2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 'The Eras Tour'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분명 1집보다 컨트리의 색이 연해지긴 했지만, 이는 오히려 음반이 더 널리 사랑받는 계기가 된다. 전작에 비해 2배가량 늘어만 앨범 판매량(1120만 장)이 이를 증명한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향한 평단의 상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즈음이다.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 수상부터 최우수 컨트리 앨범상, 최우수 컨트리 노래('White horse'), 최우수 여성 보컬 퍼포먼스 등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해 그래미 어워드를 휩쓸었다. 지금은 최연소 자리를 빌리 아일리시에게 넘겨주긴 했지만 < Fearless >를 통해 그는 최연소 올해의 앨범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규 10집 < Midnights >까지 쉴 새 없이 음악 여정을 이어오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 그의 커리어는 크게 3개로 나뉜다. 컨트리에 집중한 1~3집, 팝으로 전향을 시도하는 4~5집, 일렉트로닉, 인디록,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며 음악적 메시지에 집중한 6~10집. 그가 이토록 다양한 변신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커리어의 시작점에서 그가 쌓아 올린 탄탄한 음악관 덕택이다. 사회, 정치적 발화를 극도로 아끼던 그가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고백하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세우기까지 대중들은 모두 그의 성장을 지켜봤다.

이 화려한 성장(혹은 변신) 앞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서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전 소속사 빅 머신 레코드(Big Machine Records)와의 마찰 끝에 1~6집(소속사와 계약 기간 동안 발매한 음반)을 재녹음 하기로 결정한 것. 기존 수록곡과 거의 같은 형태로 'Taylor's Version'이라는 수식어만 달아 다시 발매된 음반들은 놀랍게도 모두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안착, 그의 변치 않은 위상을 확인하게끔 했다.

'스위프트노믹스' 경제까지 움직이다
 

이렇듯 테일러 스위프트는 여전히 현존하는 팝 씬 최고의 아티스트다. 202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는 또 어떤가. 그가 투어를 다니는 도시마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일어 이를 두고 스위프트노믹스[테일러스위프트와 이코노믹스(경제학, Economics)의 합성어]란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국내에 이 투어 실황을 담은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가 개봉되었을 때, 표가 없어 작품을 관람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정도.

컨트리로 시작한 그가 음악적 정수를 놓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작품관을 넓혀가는 것이 아름답다. 그 사이 주도권을 놓지 않고 꾸준히 제 방향을 찾아 조타를 쥐는 모습에서 여전히 많은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기도. 컨트리가 다시 부흥하는 지금, 그 옛날 로맨틱한 사랑을 노래하던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립다면 < Fearless >를 추천한다. 맑고 순수한 팝 스타의 그때 그 시절이 거기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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