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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유족들 "저희는 믿어요, 용산에서도 심판해주실 거라고"

[사전투표 D-1] 보수 우세 '용산' 결과는… 노심초사한 가족들 "권영세 재입성 안돼"

등록|2024.04.04 14:15 수정|2024.04.04 14:16

"진실에 투표 하세요" 출발!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실에 투표 촉구하는 진실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시민들이 다 보셨잖아요. 그날 이태원을. 그리고 이후 정부가 이태원을 어떻게 했는지를. 저는 믿어요. 용산에서도 심판해 주시리라고."

4.10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시민들께서 적어도 용산은 심판해주시지 않겠나"라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54)씨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서 '진실버스'에 탑승하기 앞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아무리 용산이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라 해도, 저희 가족들 마음을 이해해주실 분이 단 한 분이라도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용산 지역구 선거에 혹여 잘못된 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현역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의 용산 재입성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용산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곳이다. 참사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출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여전히 용산구청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구청장은 용산 현역 의원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의 정책특보 출신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권영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용산은 대통령실이 새로 들어선 곳이라는 상징성도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을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가 난 후인 2022년 11월 7일, 윤 대통령 부부는 역시 용산구 내에 있는 한남동 관저로 이사를 마쳤다.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갑작스런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경찰력 운용 변화로 핼러윈데이 인파 관리에 구멍이 생겼던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는 불과 1400미터 거리다.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오후 8시 30분~9시께까지 대통령실 앞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이어졌다. 참사는 그날 오후 10시 16분께 일어났다.

가족들 "시민분들께서 아신다… 권영세는 안 된다"
 

"진실에 투표 하세요" 출발!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실에 투표 촉구하는 진실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진실에 투표 하세요" 출발!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실에 투표 촉구하는 진실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저희의 울분을 용산 시민들도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읊조렸다. 유씨는 "권영세 의원은 참사 당일 박희영 구청장과 함께 참여해있는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인파와 관련된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라며 "이런 분이 다시 용산의 국회의원이 된다는 걸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유씨는 "용산이 어렵다고들 해도, 시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되뇌었다.

고 진세은씨 아버지 진정호(51)씨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거부했던 사람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진 않길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진씨는 "권영세 의원이 다시 용산의 의원이 된다면 이태원이라는 곳이 더 제대로 조사되고, 더 안전한 곳으로 변하는 방향에 역행한다"고 했다. 진씨는 "하루빨리 이태원의 진실이 밝혀져 다시 상권이 살아나고 활기차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독립조사기구 설치가 골자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 발생 1년 3개월이 지난 1월 9일에야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1월 30일 끝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고 이주영씨 아버지이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민(62)씨도 이날 서울을 출발해 전국을 순회하는 '진실버스'에 탑승한 뒤 한 통화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이태원 참사 관련 조사에서 빠져나가선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이씨는 "저희의 행동이 혹시나 엎치락뒤치락 하는 용산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럽다"고 했다. 실제 이날 유가족들의 기자회견 공식발언 중 용산 지역구 선거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용산] 전통적 '보수 우위', 4년 전엔 890표차… 이태원 참사 심판할까

이태원 가족들의 걱정은 용산의 정치 지형과 밀접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는 용산은 지난번 총선에서도 권영세 47.80% - 강태웅 47.14%로 불과 0.66%p(890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용산은 지난 2004년 이후 20년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차례(2016년 총선·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제외하고 모두 보수 정당이 당선된 곳이다. 2016년에 승리한 진영 전 민주당 의원 역시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넘어온 인사였다.

강태웅 47% - 권영세 45% /4월 1~2일 실시, 이데일리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 ARS 100%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강태웅 42% - 권영세 41% /3월 26~27일 실시, MBC 의뢰,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전화면접 100% 무선전화번호 휴대전화 가상번호
강태웅 44% - 권영세 39% /3월 25~26일 실시, JTBC 의뢰, 메타보이스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전화면접 100% 무선전화번호 휴대전화 가상번호
강태웅 25% - 권영세 37% /3월 22~27일 실시, 한국경제 의뢰, 피앰아이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모바일 웹 조사
강태웅 41% - 권영세 34% /3월 18~19일 실시, 여론조사 꽃 자체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전화면접 100% 무선전화번호 휴대전화 가상번호
강태웅 42% - 권영세 38% /3월 18~19일 실시, 동아일보 의뢰,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전화면접 100% 무선전화번호 휴대전화 가상번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용산의 여론조사 결과를 모아보면, 그야말로 혼전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이태원 참사 현장이 있는 용산에 들르지 않은 채 부산·광주·대전·수원 등을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진실대행진'을 떠났다. 가족들이 탄 버스에는 '진실에 투표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혔다.
 

"진실에 투표 하세요" 출발!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실에 투표 촉구하는 진실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 이정민

 

"진실에 투표 하세요" 출발!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실에 투표 촉구하는 진실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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