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갑] "뭐야? 이광재가 이긴다고?" 얼굴 빨개진 안철수-미소 띤 이광재
[현장] 이 52.8%-안 47.2% 출구조사 '이변'에 대비된 양쪽… 이, 변동 가능성에 자축은 '자제'
▲ 안철수 국민의힘 분당갑 후보가 10일 오후 6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선거 사무소에서 4.10 총선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3사(KBS·MBC·SBS)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김성욱
▲ 10일 오후 6시 5분께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이광재 경기 성남시분당구갑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나온 가운데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925번길 16 성남시외고속버스터미널 1층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 이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 김화빈
"우와! 이광재가 이겼다!" (이광재 캠프)
"뭐야? 이광재가 이긴다고?" (안철수 캠프)
여야 잠룡 대결로 4.10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 경기도 성남 분당갑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이변이 예측됐다.
분당갑은 2000년 첫 선거구 획정 이후 지난 24년간 단 한차례만 빼고 모두 국민의힘이 이긴 보수 텃밭이라, 현역이기도 한 안철수 후보 캠프는 충격에 휩싸였다. 출구조사 결과가 뜨자 30초간 정적과 침묵이 흘렀다. 지지자들은 이윽고 "아휴" "참나" "이광재가 이긴다고?" "이게 뭐야?"라는 탄식을 뱉으며 머리를 싸맸다. 급속도로 굳어진 지지자들 맨 앞에서 TV로 결과를 접한 안철수 후보는 두 손 깍지를 낀 채 "아직 모른다"라며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색은 빨개졌다.
반면 이광재 후보 캠프는 축제 분위기가 됐다. 분당갑 출구조사가 뜨자마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캠프 관계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발을 굴렀다. 두 팔을 들고 펄쩍 뛰며 "이광재"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건물 복도에 울려 퍼졌다.
다만 이광재 후보는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지 5분여가 지나서야 캠프 사무실에 등장하는 등 아직은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출구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사전투표율이 높고, 타방송인 jtbc에선 '이광재 49.5% - 안철수 50.5%'의 경합 열세 예측도 나왔기 때문이다.
[안철수] 한숨·탄식 나온 캠프... "끝나 봐야 안다"
▲ 안철수 국민의힘 분당갑 후보가 10일 오후 6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선거 사무소에서 4.10 총선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3사(KBS·MBC·SBS)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김성욱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 도로 하나만 두고 마주보고 있는 양 후보의 선거 사무소 풍경은 크게 대조됐다.
투표 종료 10분 전인 오후 5시 50분에 선거 사무소에 도착한 안철수 후보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하면서도 어려운 판세를 직감한 듯 "이번에는 워낙 사전투표가 많고, 출구조사는 오차범위가 넓어서, 결과가 나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좋다고 해도 너무 기뻐할 필요가 없다"고 미리 언질을 하기도 했다.
▲ TV보는 안철수... '굳어버린' 상태 [출구조사 반응] ⓒ 김성욱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오후 6시가 다가올수록 안 후보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은 양복에 붉은 빛 넥타이를 멘 안 후보는 앉아서 정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여권의 참패 결과가 연이어 흘러나오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후보는 실망한 지지자들에게 "다 접전"이라며 "끝까지 다 봐야 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오후 6시 38분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선거 사무실을 떠났다. 오후 8시 현재 캠프 사무실에는 10여명의 지지자만 남은 채 침체된 분위기다.
[이광재] 발표 5분 뒤 등장... '자축'은 자제했지만 '미소'
▲ 10일 오후 6시께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이광재 경기 성남시분당구갑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후원회장인 조경래 작가 등 지지자들이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925번길 16 성남시외고속버스터미널 1층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 김화빈
반면 이광재 후보는 분당갑 출구조사가 나온 뒤인 오후 6시 5분께야 양복 차림에 남색 넥타이를 한 채 선거 사무소에 등장했다. 이 후보가 나타났을 땐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태도를 보이며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웃음보가 터진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감사 인사를 건네면서도 미소만 띨 뿐 승리를 낙관하는 장면은 연출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덤덤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오후 6시 33분께 캠프를 떠났다. 이 후보 역시 기자들에게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없지만 민주당 캠프 분위기는 여전히 고조된 상태다. 오후 8시 현재 30여명이 남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끼아아악!!" 비명까지 나온 이광재 캠프 [출구조사 반응] ⓒ 김화빈
'보수 아성' 분당갑… 22대 총선 최종 결과는?
이광재 후보의 침착한 표정에서 드러나듯, 방송사 출구조사에는 사전투표가 반영되지 않아 변동 가능성은 아직 있다. 특히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31.28%)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분당의 사전투표율은 전국 평균보다도 높은 33.87%였다. 총 39만 7092명의 분당갑 선거인 중 13만 4489명이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것이다. 현재 분당구의 최종 투표율은 76.2%로 집계됐는데, 전국 평균(67%)을 크게 웃돈다.
2022년 보궐 민주당 김병관 37.49% - 국민의힘 안철수 62.40%
2020년 총선 민주당 김병관 49.34% - 미래통합 김은혜 50.06%
2016년 총선 민주당 김병관 47.03% - 새누리당 권혁세 38.51%
2012년 총선 민주당 김창호 43.74% - 새누리당 이종훈 51.45%
2008년 총선 민주당 이재명 33.23% - 한나라당 고흥길 64.73%
2004년 총선 우리당 허운나 40.61% - 한나라당 고흥길 54.08%
분당갑은 지난 2000년 처음 선거구가 획정된 이후 24년간 단 한차례(2016년)만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 계열이 깃발을 꽂은 보수의 아성이다. 서현1·2동, 이매1·2동, 야탑1·2·3, 판교동, 삼평동, 백현동, 운중동 등이 속한 분당갑은 서울 강남권과 가깝고 분당·판교 신도시의 고가 아파트가 즐비하다. 분당갑은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08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보수 후보에 무려 31.5%p 차이로 낙선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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