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진 사용, 수도권 당선자 6명...어디?
[총선 팩트체크 4편] 당선인 공보 전수조사...윤 사진, 수도권 21명 낙선...전체, 한 35% vs. 이 80% 당선
선거 공보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약력과 재산 상황, 공약 등 필수 정보가 담겼을 뿐 아니라 선거 전략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하는데요. 지금까지 22대 총선 후보자 선거 공보에 현직 대통령과 당 대표 사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사진이 선거 결과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봤습니다.[편집자말]
▲ 지난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 공보(왼쪽)와 22대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사진을 넣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 선거 공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254석 중 161석을 차지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90석에 그쳤습니다. 이른바 '문풍'이 강했던 지난 총선과 달리 여당 후보들 선거 공보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하나의 전조였던 셈입니다.
[총선 팩트체크 1편] '문풍' 강했는데 '윤풍'은? 총선 '대통령 후광'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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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팩트체크 2편] 윤석열 사진 쓴 후보 '77명'뿐... 대통령 사라진 국힘 선거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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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팩트체크 3편] 이재명 사진 쓴 민주당 후보는 98명.. '입틀막' 사진은 3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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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진, 수도권 78% 낙선... 84% 당선한 지난 총선과 대조
▲ 22대 총선에서 선거 공보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국민의힘 후보 77명 가운데 47명(61.0%)이 당선했지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27명 가운데 6명(22.2%)만 당선했다(위). 반면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157명 가운데 109명(69.4%)이 당선했고, 수도권에서만 88명 가운데 84%인 74명이 당선했다(아래). ⓒ 김시연
이번 총선에서는 영남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윤석열 효과'는 없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이번 총선 당선인 선거 공보를 전수 조사했더니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국민의힘 후보 77명 가운데 47명(61.0%)이 당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와 부산,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 35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당선했습니다.
하지만 영남권을 빼면 42명 가운데 13명이 당선해, 당선인 비율이 31%에 그쳤습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27명 가운데 6명(22.2%)만 당선하고 21명(77.8%)이 낙선하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당선인은 권영세(용산구) 후보 1명뿐이었습니다.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어렵게 승리한 김재섭(도봉구갑), 조정훈(마포구갑) 후보는 물론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 여당 당선인들도 윤 대통령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밖에 수도권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 가운데 인천에서는 배준영(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 1명, 경기도에서는 김은혜(성남시분당구을), 김성원(동두천양주시연천군을), 김용태(포천시가평군), 김선교(여주시양평군) 후보 등 4명이 당선했습니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에서도 10명 가운데 3명 당선에 그쳤고, 여당 당선자가 1명도 없었던 광주와 전북, 전남 등 호남권에서는 윤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가 단 1명뿐이었습니다.
반면, 지난 21대 총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수도권에서만 88명이었고, 이 가운데 84%인 74명이 당선했습니다. 호남권 후보 20명과 대전 5명, 제주 3명은 100% 당선했지만, 영남권과 강원에선 28명 가운데 김두관(경남 양산시을) 후보 1명 당선에 그쳤습니다.
한동훈 사진 쓴 국민의힘 후보 35% 당선, '이재명 효과'는 80%
▲ 선거 공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을 쓴 국민의힘 후보 173명 가운데 당선인은 35% 정도인 61명이었다. 반면, 이재명 대표 사진을 쓴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8명으로, 한 위원장보다는 적었지만, 80% 정도인 78명이 당선에 성공했다. ⓒ 김시연
'한동훈 사진'도 수도권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후보들 가운데 선거 공보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을 쓴 후보는 윤 대통령보다 2배가 넘는 173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당선인은 61명(35.3%)에 그쳤습니다.
이조차 영남권 당선인을 제외하면 19명(15.1%)에 불과합니다. 영남권에선 한 위원장 사진을 쓴 후보 47명 가운데 90%에 이르는 42명이 당선했지만, 수도권에선 84명 가운데 11명(13.1%), 충청권에서 23명 가운데 3명(17.4%)으로 윤 대통령보다 당선인 비율이 낮았습니다.
이른바 '한동훈 효과'가 낮았던 건 영남권뿐 아니라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후보들도 지역적 유불리에 상관 없이 한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선거 공보에 적극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사진 사용 비율은 '서고동저'(문재인)나 '동고서저'(윤석열) 현상이 비교적 뚜렷했지만, 당 대표의 경우 후보자와의 개인적 인연, 지역 연고 등에 따라 지역색이 약합니다.
▲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당선인 가운데 유일하게 이재명 대표 사진을 사용한 김태선 후보(울산시 동구) 선거공보(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이 들어간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선거 공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반면, 이재명 대표 사진을 선거 공보에 쓴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8명으로, 한동훈 위원장보다는 적었지만, 이 가운데 80%인 78명이 당선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53명 가운데 46명(86.8%)으로, 당선인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경기도 후보 31명 가운데 90%가 넘는 28명이 당선했고, 인천에서도 8명 가운데 조택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 1명을 뺀 7명(87.5%)이 당선했습니다. 서울에서 이 대표 사진을 쓴 후보는 14명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적었지만, 류삼영(동작을), 이지은(마포갑), 김태형(강남갑) 후보 등 3명을 제외한 11명(78.6%)이 당선했습니다.
호남권과 충청권에서도 31명 가운데 이경용(충북 제천단양) 후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당선했습니다. 한 위원장과 반대로 영남권에서는 9명 가운데 김태선(울산 동구) 후보 1명만 유일하게 당선했고, 강원도에서도 5명 가운데 송기헌(원주을) 후보 1명만 당선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 효과'가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위원장보다 컸던 건, 영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의 경우 지역구 253석 가운데 84석을 얻는 데 그쳤는데, 선거 공보에 황교안 대표 사진을 쓴 후보는 32명 뿐이었고 이 가운데 당선인도 15명(46.9%)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지금까지 4편에 걸친 선거 공보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여당 후보들은 자신이 출마한 지역에서 유권자 선호도가 높은 경우 대통령 사진을 적극 활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배제하는 방식으로 저마다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야 당 대표 사진 효과가 약한 이유는, 총선이 특정 정당이나 개별 후보에 대한 평가 이전에 현 정권과 대통령 중간 평가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여당 후보 선거 공보에 들어간 현직 대통령 사진 비율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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