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하반기 금리 인하 어려워...사과값, 재정·통화로 해결 못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3.5%로 유지...지난해 1월부터 10회 연속 동결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 아닌가 생각합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또 다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1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한 것.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올해 하반기 중에도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사과값 등 물가 관리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지난해 3%대를 지속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잠시 낮아진 이후, 2월과 3월 각각 3.1%로 올라서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에 다시 한번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 어려울 수도"
이 총재는 하반기 중에도 금리를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여러 문제 때문에 (연말 시점 한은 예상치인) 2.3%보다 높아지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때 올해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말했었다.
대신 이날 회의에서 소수의견으로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제시됐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며 "나머지 1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5명은 물가상승률이 물가 목표(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말씀했다"며 "나머지 1명은 공급 요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관련 대응도 필요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사과값 등 물가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장기간 고물가에 고통받는 서민층을 고려해 물가 목표 수준을 현 2%보다 내릴 수는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다.
물가목표 인하엔 부정 견해..."농산물 가격, 수입 통해 해결할지 고민해야"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사과(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천700원으로 1년 전(4만1천60원)보다 123.3%나 올랐다. 사과 도매가격은 올해 1월 17일(9만740원)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2024.3.13 ⓒ 연합뉴스
그는 "불안정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타겟팅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면서 "제가 선택한다면 (목표 인하는)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지금 중앙은행에서 제일 곤혹스러운 것은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것"이라며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인데, 최근 2~3개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의 30% 정도가 농산물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산물 가격은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생활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도 주고, 물가를 안정시키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 사실 이건 금리로 잡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 등 물가는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고, 이제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변동이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정책을 쓸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통해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태영건설 PF 구조조정 관련) 과정이 협의 하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구조조정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들었고, 저희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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