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전공의들 "박민수 경질 안 하면 절대 복귀 없다"
[현장] 사직 전공의 1360명, 박 차관 '직권남용' 고소... 정부는 "의료개혁 변함 없다" 고수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공의 1,300여명이 참여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공의대표가 입장문 발표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사직 전공의 1360명이 의대증원에 반발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한다. 이들은 박 차관의 경질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의료개혁 의지에 변함없다"고 맞불을 놨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대표 등 사직 전공의들은 15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각 수련병원장들에게 직권남용을 해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고, 필수의료 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젊은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공의 1,300여명이 참여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공의대표가 입장문 발표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 권우성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공의 1,300여명이 참여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이날 정 전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20명의 전공의들은 검은색 계열의 옷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양손에는 '세계 최고 한국의료 근거없이 탄압하나' '근거없는 2000명 당장 철회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정 전 대표는 전공의들이 검은색으로 착장을 통일한 이유를 "대한민국 의료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집단고소에 대해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는 무관하나 "3일 만에 전국서 1360명의 사직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9일부터 전국 100개 주요 수련병원에서 이탈한 전공의 수는 지난달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 1994명(92.9%)으로 집계됐다.
정 전 대표는 "(정부의 필수의료 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은) 전공의들의 휴식권, 사직권, (대학병원)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로 일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노역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차관은 이번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며 초법적이고 자의적 명령을 남발해 왔다"며 "특히 박 차관과 보건복지부는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젊은 의사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며 법적 검토도 마쳤다고 자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대표는 사견을 전제로 "박 차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시 돋친 언어("의새")로 의사들에게 끊임없는 모멸감을 줬고,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저주했다"며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부·전공의, 서로 원칙 강조
이날 정부와 전공의들은 각자 원칙을 강조하며 상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사직 전공의들의 박 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 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2025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저희들의 기본 입장은 대전협이 제시한 7대 요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전협은 지난 2월 20일 성명을 통해 7대 요구사항을 공개하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7대 요구안은 ▲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월 29일 박 차관이 전공의들에 공개 대화를 제안했지만 대다수가 응하지 않은 데 대해선 "실질적 결정권자는 대통령인데 박 차관과의 면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며 "요식행위이자 보여주기식인 자리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대교수·병원도 저격... "일제시대 독립운동하는 마음"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공의 1,300여명이 참여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전공의들은 정부뿐 아니라 의대교수와 병원도 직격하며 불신을 드러냈다. 앞서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의대 교수들을 '착취사슬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교수들은 '너희 마음은 이해하지만 병원에 돌아와 주면 안 되겠냐'고 하는데 (전공의) 착취의 중간 관리자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지난 12일 열린) 대한병원협회(병협) 정기총회에선 박 차관이 축사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일제시대에 독립운동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33개의과대학교수협의회나 병협도 믿을 수 없다. 믿을 건 의협뿐"이라며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전체 투표로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의협이 가져온 협상안을 전공의들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한 데 대해선 "사직 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수술이 미뤄지는 환자에 부채의식이 있다"며 "하루빨리 의료계와 정부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사직 전공의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선 "(사직 전공의들도) 월급이 안 나온다. 쿠팡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공의 1,300여명이 참여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후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공의대표와 참석자들이 퇴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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