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출신 당선인 "윤 정부의 노동개혁? 노조악마화만 했다"
[22대의 미션] 박홍배 민주연합 당선인 "현장서 가장 아쉬웠던 협치, 대화 통해 결과 만들 것"
22대 총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300명의 당선인들은 5월 30일부터 각자의 화두와 과제를 가지고 임기를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당선인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인 저출생, 노동시간 단축, 대화정치 복원, 서민경제, 지역소멸 대응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묻고 들었습니다. [편집자말]
▲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2대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다."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 당선인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이렇게 말했다. '노동개혁 계속 추진',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엿새 만에 밝힌 입장에서 기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노동개혁으로 포장한 노동 탄압, 노동에만 강요한 법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우려했다.
박 당선인은 1999년 한국주택 은행 입사 후 2000년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 2019년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까지 금융인과 노동운동가의 삶을 이어왔다. 짧지만 정치 경험도 있다. 2020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민주당 원외 최고위원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경제3법 등을 함께 추진했다. 노동을 다루는 정치권의 한계와 성과를 모두 경험했다. 그래서일까.
박 당선인은 '22대 국회에서 노동을 대변하는 비례대표로서 가장 하고자 하는 과제가 뭐냐'는 질문에만 15분가량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재추진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및 산재보상 국가책임제 등 안전한 일터 법제화 ▲단계적 주4일제 실험 지원 등 노동시간 단축 의제화 ▲플랫폼 노동자 건강권 확보 ▲ILO도 권고한 공공부문 교섭권 제약 해소 등. 그가 인터뷰 전 살펴보고 있던 내용 또한 '주4일제' 관련 토론회 자료집이었다.
그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협치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박 당선인은 "(더불어민주연합이 추구한) 연합정치의 진정한 성공은 짧게라도 함께 했던 진보 노동계 출신 당선자들이 노동과 관련해 연대하는 것이 아니겠나"라면서 "여당에 있는 노동계 출신까지도 제안해, 정당을 초월한 노동 포럼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조만간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을 지낸 국민의미래 김위상 비례대표 당선인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힘을 합칠 것은 합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노동) 현장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협치"라면서 "(노동 문제 만큼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간판으로 제시했던 공약은 '노동시간 단축'이었다. 주4일제를 비롯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해치는 과로사 금지 대책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의 자체 판단이나 특정 사업장에만 (주4일제 논의 등을)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도 이제 뭔가를 해야 한다"면서 "민간 연구기관이며 노동조합이 이미 1년 넘게 실험해 그 결과를 발표해왔고, 긍정 효과를 발표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장시간 노동 타령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부터 저출생까지, 다수 위기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 의제를 "실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제언이다.
아래는 박 당선인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윤석열의 노동개혁? 노동조합 악마화에만 주력"
▲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2대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민주연합은 주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관련 노동공약을 총선 때 제시했다. 이제 민주연합 당선인들이 각자 정당으로 복귀할 텐데 공약 실현을 위해 어떻게 연대를 이어갈 예정인가.
"(그간 민주당은) 연간 1900시간대 장시간 노동을 2030년 이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까지 맞추겠다는 게 공약이었고, 그 일환으로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민사회와 양대노총, 각 산별 노조와 함께 구성한 주4일제 네트워크가 있는데, 일부 총선 당선인들과 함께 이 네트워크를 함께하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연합에는 노동 출신 비례대표 후보들도 있고, (이후 흩어지더라도) 노동관련 의제들은 긴밀히 협의하자고 했다."
- 2020년 민주당 원외 최고위원 당시 현실정치 참여엔 선을 그은 바 있다. 생각을 바꾼 계기가 있나(관련기사 : 금융노조위원장 출신 민주당 최고위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 가능" https://omn.kr/1pqkm ).
"그때는 언젠가 본업(노동운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른바 (정치활동을 포함한) '투잡'을 하는 데 대한 부담과 미안함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2년을 돌아보니 투쟁만으론 한계가 있더라. 노동과 금융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폭주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패배 후에도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6일) 국무회의 발언을 보면, 윤 대통령이 여전히 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노동개혁으로 포장한 노동탄압, 노동에만 강요한 법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계와 노동계 출신 정치인들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평가한다면.
"무슨 개혁을 했나. 주52시간 상한도 많다고 느끼는지 주69시간을 말했고, 120시간 노동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화물노동자를 향해 제일 먼저 시비를 걸었고, 그게 건설노동자로 넘어가더니 한국노총 금속연맹 간부를 폭력으로 진압하기도 했다. 노동자 때려잡고, 회계장부 공시하라 협박하고, 단체협약 시정 명령 내리고... 노동조합을 악마화하는 일에 주력했지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노력은 미흡했다."
- 현장에서 체감했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나.
"자본의 편에 서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태도는 모든 사용자에게 두루 영향을 미쳤다. 총연맹 단위와 대화하는 곳부터, 산업별, 개별 사업장까지. 사용자 태도가 180도 바뀌었을 거라고 본다. 금융노조 42개지부 교섭들도 한두 달 씩 더 시간이 걸렸다.
국가 통계로 나오는 것처럼, 지난해 실질임금은 마이너스였다. 그 이야기는 노조 있는 사업장은 겨우 물가 인상률 정도, 노조 없는 사업장은 그 조차도 안 됐다는 이야기다. 한국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삶은 더 어려워졌다. 윤석열 정부가 만든 결과다."
"여야 초월한 노동포럼 추진할 것... 현장에서 아쉬웠던 건 협치"
▲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2대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당내 노동 관련 의제를 어떻게 모아갈 생각인가.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2012년 정책연대 이후 (관계를 이어오며) 2020년 총선 땐 노동존중실천의원단을 조직했다. 각 노동 부문의 과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이제 3기 실천단을 구성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게 할 수 있을지, 최적안을 고민하고 있다."
- 노동실천의원단의 역할을 입법에 중점을 두는 건가.
"꼭 입법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6개월여 전 평택항 터미널 하역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부두 앞에 노동자들이 천막 농성 중이었고, 노동존중실천단 의원들과 전국 노동위원회가 현장에 방문했다. 그렇게 며칠 만에 해결된 사안도 있었고, 중장기적 시간이 필요한 여러 의제들도 있다.
국회 내 노동 포럼도 필요하다. 연합정치의 진정한 성공은 (민주연합에서) 짧게라도 함께했던 진보 노동계 출신 당선자들이 (정당 해산 이후에도) 노동과 관련해 함께 연대하는 것 아니겠나. 여당에 있는 노동계 출신 의원에게도 제안해서, 정당을 초월한 노동포럼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여야 노동계 의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이를 테면 노동절 명칭 개정 같은 (간단한) 법 개정도 여야 합의가 안 되는 장면들을 보면 답답하다. 성과를 더 만들어 위해선 여당 의원이 참여하든 하지 않든, 노동계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
- 당내 총선 이후 '대화 정치의 복원'을 말하는 당선인들이 많았다.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현장에서 아쉬웠던 것은 협치다. 아무리 보수 정당 의원이라 해도, 노동계 출신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대립과 비판보다, 대화와 협의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노동은 그래야 한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언제까지 장시간 노동 타령할 건가"
▲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2대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노동계 일각에선 섣불리 주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실험을 시행했다가 되레 노동시간 양극화만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맞다.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어느 사업장을 먼저 할지) 순서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선 실험을 해보자는 거다. 유럽 국가들도 꼭 주4일제는 아니더라도, 코로나19시기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정부가 보상을 하며 실험을 이어왔다. (한국에선) 세브란스 병원의 사례로도 확인 된다(관련 기사 : "주4일제 실험할 때 됐다"... 노동 후보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https://omn.kr/285uy ).
출퇴근 관련 사회적 비용이 줄고, 기후 위기를 촉발하는 탄소배출 문제에서도 긍정 효과가 확인된다. 모든 국민이 제일 우려하는 저출생 문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실험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주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의제를 놓고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민주당 공약 중 유권자들에게 가장 호응을 받은 것도 주4일제였다. 스페인·아이슬란드·벨기에·미국 캘리포니아주 같은 해외 참고사례들도 많다. 대기업 오너의 판단이나 특정 사업장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도 이제 뭔가를 해야 한다. 민간연구기관, 노동조합에서 이미 1년 넘게 실험해 그 결과를 발표했고 얼마나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언제까지 장시간 노동 타령을 할 건가? 여·야·정이 노동계와 함께 공론화해서 어떤 산업, 규모, 업종에 어느 정도 예산을 투여해 실현 가능성 높은 실험을 해볼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 민주당 원외 최고위원 활동 당시 '공동경제3법' 입법을 위해 노력했다. 현재 보완할 사항은 없을까?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그렇다. 이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과도 연관되는 문제인데, 정부가 ESG 공시 시행 시기를 한 차례 또 연기했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해외 국가들의 생각은 많이 바뀐 상황인데 우리가 그 흐름에 뒤쳐지는 상황이다. (사외이사 공익이사제 등 이사회 구조 개선 등) 계속 시도를 했다가 한계를 부딪혔던 부분들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과 면밀히 상의해볼 생각이다."
- 총선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노란봉투법 입법 재추진 가능성도 다시 제기된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만일 21대에서 해결이 안 되고, 22대로 넘어 온다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권에서 노조법 2·3조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1호 법안으로 하지 않겠나. 그렇게 개정을 추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희망하는 상임위원회가 있나.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환경노동위원회나 정무위원회가 점쳐진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변하기 곤란하지만, 한국노총 출신 비례대표로 당선됐기에 환경노동위원회가 제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금융권 출신 의원들이 (20대 국회에서) 많이 빠진 상황이라, (당에서) 만일 정무위로 역할해줄 것을 요청 받으면 고민할 생각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