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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1회 참여 비용 300여만 원, 재판 받느라 가산 탕진할 판"

창원·진주 활동가 국가보안법 사건 변호인단, 재판부에 '관할이송신청서' 제출

등록|2024.04.17 10:18 수정|2024.04.17 10:18

▲ 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재판장 강두례, 안철범, 이은숙 판사)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 첫 공판이 열린 2023년 8월 28일 오후 창원과 진주지역 주민들이 ‘방청 투쟁 응원’을 한 뒤 법원 앞에 모여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진보당 경남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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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창원‧진주지역 진보‧통일운동 활동가들이 생활 근거지가 없는 서울이 아닌 창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관할이송신청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정권위기탈출용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는 변호인단이 현재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재판장 강두례 판사)에 지난 16일 '관할이송신청서'를 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신청서는 담당재판부가 지난 11일 공판준비명령을 통해 이날까지 의견을 내달라고 요구해 이뤄진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각 주소지와 법원간의 이동 소요시간,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 숙박 등 비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달라"고 한 바 있다.

재판 관할이송 요구는 그동안 변호인단이 계속 해왔고, 이를 <오마이뉴스>가 여러 차례 보도를 해오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압수수색 뒤 구속됐다가 구속기간 만료(2023년 9월 14일)가 한참 지난 뒤인 2023년 12월 거주지 제한 등 조건을 붙여 보석으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4월부터 공판을 2주 간격으로 이틀동안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활동가 4명 가운데 2명은 창원, 1명은 진주에 거주 중이다. 다른 1명은 배우자의 직장 문제로 창원‧서울을 오고가며 지내고 있다. 변호사들 또한 창원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경남 거주하는데 굳이 서울에 구금 후 구속영장 청구... 언론 노출 위한 꼼수"

피고인 측 박미혜‧김형일‧안한진‧장철순 변호사는 '관할이송'의 구체적 이유로 형사소송법 규정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과 '실질적 방어의 어려움' 등을 들었다.

변호사들은 "피고인들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송치‧기소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창원지검 검사의 지휘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었고 공소사실의 범죄지와 피고인의 주거지가 모두 경남에 있는 형사사건이 서울에서 기소되고 공판이 진행되리라고 예상하는 피의자와 변호인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은 토지관할의 기준으로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현재지를 정하고 있다"라며 "경남에 거주하고 있던 피고인들을 체포해 굳이 서울 소재 경찰서에 구금한 후 그 상태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이 사건을 언론에 노출시키기 좋게 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것은 다른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토지 관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실체 관계 파악을 위한 필요와 아무런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는 검찰과 국정원의 이러한 불순한 관할 창설 행위에 대한민국 사법부가 협조한다면 피고인으로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할 것"이라며 "사건의 관할 결정은 대한민국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서울 중심주의, 서울 패권주의의 발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경제적 부담, 피고인 방어권 침해"
 

▲ 2023년 6월 23일 오후 창원시청 사거리 쪽에 "국가보안법 등 무죄로 판명된 조작사건들"이라는 제목의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 윤성효


변호사들은 "피고인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과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한 양육과 가사 노동을 하고 있는 평범한 생활인들이다"라며 "이들에게 2주일에 한번 1박2일로 직장과 가정을 비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조치다. 재판 출석과 재판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비용 부담과 함께 그 시간 동안 감소하는 수입까지 감당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들이 무죄를 다투고 있으므로 1심 결과에 관계없이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사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오로지 검찰이 자의적으로 공소를 제기한 관할에 따라 서울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한 달에 수차례 이동을 하고 직장과 가정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서울에 이틀 연속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서울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라며 "1박2일 동안 피고인 3인과 변호인 4인의 교통비·숙박비·식비에 소요되는 경비만 하더라도 1회당 300여만 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1회 공판 참여를 위한 경제적 부담액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면 이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 감당해야 할 수준의 경제적인 손실 문제를 넘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가산을 탕진해 변호사비용을 부담하며 온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든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사선 변호인의 호의에 기대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각부에서 소송 지연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소송을 지연시킬 생각도 없고, 소송의 지연으로 얻을 것 또한 전혀 없으며, 오히려 소송이 지연될수록 더 큰 현실적 고통과 맞닥뜨릴 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들은 "권력을 가진 국가와 일개 개인인 피고인이 공평한 싸움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결국 공정한 재판이라는 신뢰할 수 있고 절대 기울어지지 않는 심판이 필요하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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