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걱정되는 여성들에게 추천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고 장진영-엄정화 주연의 <싱글즈>
21세기가 되면서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결혼연령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평균 결혼 나이는 남성 33.4세, 여성 31.1세로 2012년보다 각각 3.7세와 4.1세가 높아졌다. 경제적 상황 같은 개인적인 사정이나 더 이상 결혼을 '인륜지대사'로 생각하지 않는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도 늘어났고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회풍토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누구든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기 직전인 19세, 29세, 39세, 49세가 되면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지난 2003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 역시 서른을 앞둔 두 여성의 사랑과 일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권칠인 감독이 연출하고 엄정화와 고 장진영, 고 김주혁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싱글즈>였다.
우정-특별출연을 가장한 신스틸러들
영화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주연도 조연도 단역도 아닌 '우정출연' 또는 '특별출연'이라는 이름으로 크래디트에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마블영화의 고 스탠 리나 <수상한 그녀>의 김수현처럼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등장하는 '카메오'도 있지만 꽤 비중 있는 역할임에도 주연이나 조연이 아닌 우정출연이나 특별출연의 이름을 걸 때가 있다. 실제로 2000년대 한국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우정출연과 특별출연이 '유행'하기도 했다.
2004년에 개봉한 김종현 감독의 야구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통산성적 1승15패의 성적을 남긴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이범수 분)이 프로 원년 최강팀 OB 베어스를 상대로 1승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슈퍼스타 감사용>에서는 지금은 대스타가 된 공유가 한창 성장하던 시절 OB 베어스의 에이스 박철순 역으로 출연했다. 공유는 영화 중반부터 마지막 대결까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우정출연'으로 표시됐다.
2005년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는 백사장 역의 황정민과 태웅(김해곤 분)의 동생 태구 역의 문정혁(신화의 에릭)이 특별출연으로 크래디트에 올라갔다. 영화 마지막에 잠시 등장해 선우(이병헌 분)를 죽이는 문정혁은 몰라도 황정민은 특별출연이라 하기엔 영화 속 비중은 물론 존재감도 상당히 컸다. 실제로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며 2005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8년 겨울에 개봉해 824만 관객을 모은 강형철 감독의 장편데뷔작 <과속스캔들>에도 많은 배우들이 우정출연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차태현의 실제 '찐친'이기도 한 홍경민은 연예부기자의 악의적 기사 때문에 인생을 망친 연예인 김준영 역으로 출연했고 성지루는 대학시절 남현수(차태현 분)와 함께 밴드를 했던 선배로 등장했다. 성지루는 강형철 감독의 차기작 <써니>에서도 엔딩 장면의 변호사 역으로 출연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지구를 지켜라>,<웰컴 투 동막골>,<박수칠 때 떠나라>,<박쥐>,<고지전> 등 여러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신하균의 첫 천만 영화는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었다. 신하균은 <도둑들>에서 재벌후계자이자 대형 미술관의 관장으로 출연해 초반 예니콜(전지현 분)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당하고 엔딩 장면에 다시 등장해 팹시(김혜수 분)에게 당하며 제대로 '호구인증'을 했다.
일본소설 원작을 한국에 맞게 각색
한석규와 고수, 손예진 등이 출연했던 박신우 감독의 2009년작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와 방은진 감독의 <용의자X>, 김민희와 고 이선균 주연의 <화차> 등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한국영화다. 한국과 일본은 다른 듯 비슷한 정서가 있어 만화와 소설 등의 판권을 사와 꾸준히 리메이크를 하는데 영화 <싱글즈> 역시 일본작가 카마타 토시오의 소설 < 29세의 크리스마스 >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싱글즈>는 29세 동갑내기 단짝 친구 나난(고 장진영)과 동미(엄정화 분)의 일과 사랑, 우정, 결혼 등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다. 2~30대 여성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어낸 <싱글즈>는 전국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N포털사이트에서도 8.18점의 준수한 평점을 받았다. 무겁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칙왕>과 <소름>,<국화꽃 향기>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던 고 장진영은 <싱글즈>에서 겉으로는 유쾌하고 씩씩하지만 속으로는 소심하고 온갖 화를 쌓아두는 나난 캐릭터를 멋지게 연기했다. 실제 많은 여성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화려한 캐릭터인 동미보다는 나난에게 더 많이 감정을 이입했고 장진영은 <싱글즈>를 통해 2003년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었다.
장진영의 열연에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엄정화의 연기 역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격에 일도 잘하고 화통한 동미는 회의실에서 자신에게 엉큼하게 작업을 거는 직장상사에게 망신을 주고 폼 나게 회사를 그만 둔다. 하지만 룸메이트 정준(이범수 분)의 말처럼 회사는 아무리 멋지게 그만 둬도 그 순간이 지나가면 비참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동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실직한 20대 후반 직장인의 초라한 현실을 마주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난, 동미와 친구였고 동미에게 기꺼이 방을 내준 정준 역의 이범수는 <싱글즈>의 메인 포스터와 엔딩크래디트에 '우정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카메오'가 아닌 동미의 상대역이었던 이범수는 사실상 준주연급으로 극 중에서 비중이 꽤나 크다.
그리운 '구탱이형'의 첫 로맨스 영화
고 김주혁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다가 <싱글즈>에서 실연을 당한 나난의 새로운 연인 수헌 역을 맡았다. 데뷔 첫 로맨스 영화였던 <싱글즈>에서 김주혁은 어설프지만 속 깊고 누구보다 나난을 생각하는 순정남을 연기했다. 김주혁은 차기작 <홍반장>에서 엄정화와 연기호흡을 맞췄는데 정작 <싱글즈>에서 엄정화와 김주혁은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다.
화끈한 성격의 동미는 직장상사의 성희롱에 그의 바지를 벗기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지만 소심한 성격의 나난은 직장상사의 은근한 괴롭힘과 성희롱에도 크게 거부감을 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한 나난은 영화 후반 본사에 찾아가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천과장에서 복수한다. 나난을 괴롭히는 천과장은 여러 작품에서 신 스틸러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조희봉이 연기했다.
<낭랑 18세>로 스타덤에 올라 <미우나 고우나>,<에덴의 동쪽>,<메이퀸>,<금 나와라,뚝딱!>,<같이 살래요> 등 여러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였던 한지혜는 데뷔 초 <싱글즈>에서 정준의 여자친구 미연을 연기했다. 정준은 어리고 예쁜 미연을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미연은 정준을 자신의 어항에 가두려 했고 상처를 받은 정준은 동미와 술을 마시고 만취해 친구끼리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하지만 누구든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기 직전인 19세, 29세, 39세, 49세가 되면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지난 2003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 역시 서른을 앞둔 두 여성의 사랑과 일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권칠인 감독이 연출하고 엄정화와 고 장진영, 고 김주혁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싱글즈>였다.
▲ <싱글즈>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전국 2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 영화사청어람(주)
우정-특별출연을 가장한 신스틸러들
2004년에 개봉한 김종현 감독의 야구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통산성적 1승15패의 성적을 남긴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이범수 분)이 프로 원년 최강팀 OB 베어스를 상대로 1승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슈퍼스타 감사용>에서는 지금은 대스타가 된 공유가 한창 성장하던 시절 OB 베어스의 에이스 박철순 역으로 출연했다. 공유는 영화 중반부터 마지막 대결까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우정출연'으로 표시됐다.
2005년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는 백사장 역의 황정민과 태웅(김해곤 분)의 동생 태구 역의 문정혁(신화의 에릭)이 특별출연으로 크래디트에 올라갔다. 영화 마지막에 잠시 등장해 선우(이병헌 분)를 죽이는 문정혁은 몰라도 황정민은 특별출연이라 하기엔 영화 속 비중은 물론 존재감도 상당히 컸다. 실제로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며 2005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8년 겨울에 개봉해 824만 관객을 모은 강형철 감독의 장편데뷔작 <과속스캔들>에도 많은 배우들이 우정출연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차태현의 실제 '찐친'이기도 한 홍경민은 연예부기자의 악의적 기사 때문에 인생을 망친 연예인 김준영 역으로 출연했고 성지루는 대학시절 남현수(차태현 분)와 함께 밴드를 했던 선배로 등장했다. 성지루는 강형철 감독의 차기작 <써니>에서도 엔딩 장면의 변호사 역으로 출연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지구를 지켜라>,<웰컴 투 동막골>,<박수칠 때 떠나라>,<박쥐>,<고지전> 등 여러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신하균의 첫 천만 영화는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었다. 신하균은 <도둑들>에서 재벌후계자이자 대형 미술관의 관장으로 출연해 초반 예니콜(전지현 분)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당하고 엔딩 장면에 다시 등장해 팹시(김혜수 분)에게 당하며 제대로 '호구인증'을 했다.
일본소설 원작을 한국에 맞게 각색
▲ 고 장진영(왼쪽)과 엄정화는 <싱글즈>에서 20대 후반 여성들의 일상과 고민들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 영화사청어람(주)
한석규와 고수, 손예진 등이 출연했던 박신우 감독의 2009년작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와 방은진 감독의 <용의자X>, 김민희와 고 이선균 주연의 <화차> 등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한국영화다. 한국과 일본은 다른 듯 비슷한 정서가 있어 만화와 소설 등의 판권을 사와 꾸준히 리메이크를 하는데 영화 <싱글즈> 역시 일본작가 카마타 토시오의 소설 < 29세의 크리스마스 >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싱글즈>는 29세 동갑내기 단짝 친구 나난(고 장진영)과 동미(엄정화 분)의 일과 사랑, 우정, 결혼 등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다. 2~30대 여성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어낸 <싱글즈>는 전국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N포털사이트에서도 8.18점의 준수한 평점을 받았다. 무겁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칙왕>과 <소름>,<국화꽃 향기>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던 고 장진영은 <싱글즈>에서 겉으로는 유쾌하고 씩씩하지만 속으로는 소심하고 온갖 화를 쌓아두는 나난 캐릭터를 멋지게 연기했다. 실제 많은 여성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화려한 캐릭터인 동미보다는 나난에게 더 많이 감정을 이입했고 장진영은 <싱글즈>를 통해 2003년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었다.
장진영의 열연에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엄정화의 연기 역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격에 일도 잘하고 화통한 동미는 회의실에서 자신에게 엉큼하게 작업을 거는 직장상사에게 망신을 주고 폼 나게 회사를 그만 둔다. 하지만 룸메이트 정준(이범수 분)의 말처럼 회사는 아무리 멋지게 그만 둬도 그 순간이 지나가면 비참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동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실직한 20대 후반 직장인의 초라한 현실을 마주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난, 동미와 친구였고 동미에게 기꺼이 방을 내준 정준 역의 이범수는 <싱글즈>의 메인 포스터와 엔딩크래디트에 '우정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카메오'가 아닌 동미의 상대역이었던 이범수는 사실상 준주연급으로 극 중에서 비중이 꽤나 크다.
그리운 '구탱이형'의 첫 로맨스 영화
▲ 고 김주혁은 <싱글즈>에서 나난에게 접근하는 느끼하고 귀여운 증권맨 수헌을 연기했다. ⓒ 영화사청어람(주)
고 김주혁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다가 <싱글즈>에서 실연을 당한 나난의 새로운 연인 수헌 역을 맡았다. 데뷔 첫 로맨스 영화였던 <싱글즈>에서 김주혁은 어설프지만 속 깊고 누구보다 나난을 생각하는 순정남을 연기했다. 김주혁은 차기작 <홍반장>에서 엄정화와 연기호흡을 맞췄는데 정작 <싱글즈>에서 엄정화와 김주혁은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다.
화끈한 성격의 동미는 직장상사의 성희롱에 그의 바지를 벗기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지만 소심한 성격의 나난은 직장상사의 은근한 괴롭힘과 성희롱에도 크게 거부감을 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한 나난은 영화 후반 본사에 찾아가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천과장에서 복수한다. 나난을 괴롭히는 천과장은 여러 작품에서 신 스틸러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조희봉이 연기했다.
<낭랑 18세>로 스타덤에 올라 <미우나 고우나>,<에덴의 동쪽>,<메이퀸>,<금 나와라,뚝딱!>,<같이 살래요> 등 여러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였던 한지혜는 데뷔 초 <싱글즈>에서 정준의 여자친구 미연을 연기했다. 정준은 어리고 예쁜 미연을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미연은 정준을 자신의 어항에 가두려 했고 상처를 받은 정준은 동미와 술을 마시고 만취해 친구끼리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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