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책 없이 말로 때우다 '대파 논란'... 윤 정부 돈부터 쓰자"

[22대의 미션] 민주당 김남근 서울 성북을 당선인 "공공투자·거래구조 개선·신산업 육성으로 민생 살려야"

등록|2024.04.21 11:26 수정|2024.04.22 18:19
22대 총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300명의 당선인들은 5월 30일부터 각자의 화두와 과제를 가지고 임기를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당선인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인 저출생, 노동시간 단축, 대화정치 복원, 서민경제, 지역소멸 대응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묻고 들었습니다.[편집자말]

▲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서울 성북을)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2대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여당이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화두는 '민생'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다. 사실 선거가 끝나서 나온 말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총선 기간 중 선거개입 논란에도 전국 각지를 돌면서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기간 내내 강조한 것도 결국 민생이었다.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고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계에서 '민생경제' 문제를 다뤄온 이가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바로 김남근 민주당 서울 성북을 당선인이다.

김 당선인이 시민사회 인사로 남긴 발자취는 모두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 프랜차이즈 갑질의 대표 사례인 '남양유업 사태' 때 가맹점주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입법 운동을 펴는가 하면, 쿠팡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며 입점업체들의 권리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를 비롯한 총 6개 법안은 민주당이 주요하게 추진 중인 일명 '중소기업·소상공인 상생협의 6법'의 뼈대가 됐다. 또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을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의 최초 폭로자로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는 1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현 정부의 민생경제 대책을 두고 "'좀 기다려라, 대기업들이 돈을 벌면 몇 년 뒤에 해결해줄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막연한 대책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미국·독일·일본처럼 재정을 투여해서라도 일감을 늘리고 돈을 돌도록 해야 민생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돈을 쓰는 걸 굉장히 이념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그렇다고 마땅한 대책이 없으니 말로 때우려 하다가 '대파 875원' 논란이 생긴 것"이라고도 질타했다.

김 당선인은 재정 투여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단기적 과제로 잡은 뒤, 대기업-중소기업 거래구조 개선 및 신산업 육성 등 중장기적 과제를 수행해 민생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2대 국회에서 '폴리티션(정치인)'보다는 '로메이커(입법가)'로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김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 민생에 '이념적 접근' 하다 대파 논란 터졌다"
 

▲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가운데·서울 성북을)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 상생협의 6법 처리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상생협의 6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 즉각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 남소연


-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계에서 오래 활동해왔다. 이번에 '직업정치인'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시민운동을 할 때도 공익 입법활동을 많이 했다. 거리로 내쫓기는 상가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정운동을 했다. 또 고리사채로 인한 피해도 굉장히 극심해 이자제한법, 대부업법 관련 운동도 했다. 또 남양유업 사태 등 대기업 본사 갑질이 심했을 때 가맹점주·대리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신용카드 수수료가 높아질 때 수수료 인하 운동도 벌였다.

그런 입법 정책 운동을 하다 보니 민주당 여러 의원들에게 (국회로) 들어와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중소상인, 주거 등 민생단체들 쪽에서도 자신들을 대변해 국회에 직접 들어가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복합적인 고민을 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위치만 바꿔 (민생운동을) 하는 것이다."

- 당의 영입, 서울 성북을 공천, 최종 당선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지역(성북을)에서 두 가지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하나는 성북을 포함한 서울에 많은 패션 봉제업체들이 최근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로 중국과 거래를 한 봉제업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중국 외교 관계 악화로 매출이 4분의 1토막이 났다고 한다. 봉제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 브랜드를 만들거나 함께 폐기물을 수거하는 등 '협동조합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정활동을 통해 해볼 생각이다.

또 선거를 앞두고 발달장애인 학부모들과 만났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그분들의 유일한 소망은 아이의 독립이었다. 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 만드는 게 어렵지 않은 일로 보이지만 그게 숙원 사업이라고 얘기하더라."

- 요즘 가장 큰 화두가 '민생'이다. 윤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민생을 강조했다.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정치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뭔가. 

"먼저 윤석열 정부는 장기적으로 신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민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문제는 그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 과연 신산업을 키우고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그게 민생으로 되돌아올지도 의문이다. 지금까지는 대기업들에 각종 세금을 깎아줘도 기업들이 그 돈을 해외에 투자했다. 신산업을 키워도 고용 효과는 낮고 민생을 살리는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른 나라들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 돈으로 790조 원 정도 한시 예산을 만들어 공공 투자하거나 에너지 보조금을 주고 있다. 독일과 일본 역시 재정을 투입해 민생을 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거꾸로 '대기업, 부자감세'로 작년 한 해에만 56조 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결국 아무 대책도 세울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좀 기다려라, 대기업들이 돈을 벌면 몇 년 뒤에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막연한 대책이 어디 있나. 그게 이번 총선에서 심판 여론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든다."

-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약했다. 필요성에 공감하나?

"공감한다. 우리도 긴급 재정을 마련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 심지어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주자는 것이다. 지역화폐는 사용 기한이 있어 특정 시점까지 써야 하는 돈이다. 또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들에게 쓰게 돼 있다. 그러면 민생경제를 당장 살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돈을 쓰는 걸 굉장히 이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나. 그렇다고 마땅히 대책이 없으니 말로 때우려 하다가 '대파 875원' 논란이 생긴 것이다."

-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건 잘못 이해한 것이다. 물가 상승이 소비 과열 때문이라면, 당연히 돈을 풀면 물가는 오르게 된다. 근데 지금 물가가 오른 원인은 소비가 아니라 에너지 가격 등 원재료 가격이 올라서다. 원인이 다르면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이럴 때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가 '도그마'적으로 정책에 접근하면 안 된다."

민생을 살릴 '세 가지' 방법
 

▲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서울 성북을)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2대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민생경제 전문가로서 가장 먼저 추진하고자 하는 법안이나 정책이 있나.

"기간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크게 세 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일단 재정을 투여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부자 감세 정책으로 삭감한 민생 예산들을 '조 단위'로 되살릴 필요가 있다. 경기가 안 좋으니 정부가 공공사업도 많이 벌려야 한다. 가령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 그러면 LH가 공공임대 사업이나 건설사업 등을 벌이면 중소 건설회사에게 일감이 생기지 않겠나.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 기조가 공공에게 민간에 사업을 넘기라는 식이라, 사실상 공공과 민간 둘 모두를 죽이고 있다. 또 현재 건설경기가 멈춰선 건 민간사업 추진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 관련 문제가 생겨서다. 돈 갚을 능력이 안 되면 이를 청산하고서라도 새로운 사업자에게 넘겨 부지에 건물을 짓게 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는) PF들도 정부가 살리겠다고 하니까 사업이 모두 멈춰버린 것도 있다."

- 중기적인 과제는?

"거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대기업들이 부담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넘기려고, 납품 거래 구조를 악화시킨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비싼 가격에 물품을 사가라고 강요하는 식이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치즈를 시장가의 2~3배 높게 파는 식이다. 거래 구조를 개선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민주당이 추진 중인, '단체협상 6법'이다."

- 내용을 짧게 설명하면?

"가령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아래 가맹법)을 통해, 개별 기업에도 단체협상을 통한 대기업 상대 협상권을 주는 것이다. 실제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체 단체와 협상을 해 가맹 수수료를 내렸다. 지난해에는 할리스커피와 가맹점이 '수수료 축소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를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 6개 법을 21대 국회 내 모두 처리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일단 이번 달 내 국회 정무위원회를 열고 가맹법부터 본희의 직회부를 결의하자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내일(17일) 열 생각이다. '선례' 하나를 만들어놓고 22대 국회로 가자는 것이다."

- 마지막 장기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RE100(제조에 필요한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데, RE100을 하자는 게 이념적인 대결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 애플 등 미국 대기업들이 RE100을 2030년까지 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RE100 선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E100을 달성하도록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기업들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국내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장기적으론 재생에너지를 통한 사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세 가지 사업들의 조합을 통해 민생을 살릴 수 있다."

- 단체협상 6법 중 하나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에 대해서는 '혁신 저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기업 혁신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두 가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할까?

"여기에는 철학적인 문제가 포함돼 있다. 경제학자들 중에 '슘페터 학파'가 있다. 그쪽에서는 혁신을 통해 독점이 형성될 때 기업이 독점 이익을 누려야 혁신이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혁신이 하나가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하나를 기반으로 다음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 한번 독점을 굳히면 다음 혁신은 못 일어난다. 빨리 그 독점을 깨줘야 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AT&T라는 통신사가 과거 미국 전역의 이동통신을 장악했을 때, 법원이 이를 독점이라고 보고 회사를 8개로 쪼개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등장할 수 있었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지금도 애플이나 구글 등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진행 중이다."

- 국내 상황은 어떤가.

"현재 전자상거래에서는 네이버가 PC 검색을 통한 구입을, 쿠팡은 모바일을 통한 구입을 장악하고 있다. 양대 독점이 생겨버린 것이다. 대기업들도 쿠팡에 납품하려면 요구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최혜대우'라고 얘기하는데, 독점의 전형적인 현상 중 하나다. 그런 것들을 막아줄 필요가 있다."

- 22대 국회에서 활동하고 싶은 상임위는 어디인가. 

"정무위원회다."

'부동산 투기' 잡아낸 민생 전문가 "공직자라면 스스로 삼가야"

 

▲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서울 성북을)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2대 국회 의정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당선인은 지난 2020년 일명 '임대차3법'의 통과를 이끌기도 했다. 이후 임대차3법으로 인한 전세가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단 임대차3법 때문에 전세가가 올랐다는 건 팩트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 초기 입법 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줘 부동산 투기가 유발되던 시점에 그 법이 시행돼 (전세가 상승 원인처럼) 그렇게 보였다. 엄밀히 말해선 전세값을 밀어올린 건 임대차3법이 아닌 전세대출이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만 해도 전세대출이란 개념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만들어졌고, 박근혜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전세금 보증까지 해주면서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전세대출이 약 200조가 풀렸다. 부동산 버블은 '금융' 탓이었단 이야기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금융을 문제 삼지 않고 세재로 해결하려 했으니, 문재인 정부가 무능했다."

- 지금이라도 법 내용을 보완할 방법이 있을까?

"외국 사례를 보면, 임대차법은 원래 서울과 같은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국 획일적으로 도입하는 게 아니었다. 이를 감안해 전세 버블이 생길 가능성이 낮은, 중소도시에는 (법 적용에)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등 비위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직자를 하시려는 분들은 적어도 부동산을 통해서 큰 이익을 얻겠다는 건 공직윤리 차원에서 스스로 삼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LH (부동산 투기 폭로) 때도 그런 생각을 전제로 했다. 그 후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만들어지면서 어느 정도 (부동산 투기를 삼가는) 분위기가 생겼다. 민주당 내에서도 공직자 윤리를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기자들과 만났을 때 '폴리티션(정치인)'의 역할보다는 '로메이커(입법가)'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미국은 국회의원이 입법가다. 법안을 만들고 그를 위해 많은 사람들과 논의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정치인들은 정쟁에 능한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 나는 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생각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