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고 아름다운 '2000년대 최고의 앨범'
[명반, 다시 읽기] 라디오헤드의 4집 < Kid A >
라디오헤드의 4집 < Kid A >는 음악 팬들의 바이블이다. 2000년대 음악계의 판도를 뒤흔든 앨범이라는 평가는 이제 너무 뻔한 말이 되었다. 빌보드, 롤링 스톤 등 해외 유명 음악 언론들이 선정한 여러 명반 차트의 상위권에도 < Kid A >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라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들어보고는 당혹감을 느낀다. 가장 유명한 곡 'Creep'의 감성은커녕 2집 < The Bends >의 기타 팝 색채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대중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받은 3집 < OK Computer >보다 훨씬 난해한 모습이다. 어지러운 전자음과 밴드 세션, 그리고 재즈의 감각이 융합되어 내뿜는 음울한 분위기의 음악을 곧장 반기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발매 당시 '과하다' 소리 들었던 곡
2000년 10월 2일, < Kid A > 발매 당시 대다수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일렉트릭 기타 비중이 축소되었고, 대부분의 곡은 보편적인 진행 구조에서 벗어나 있는 등 일반적으로 록 밴드에게 기대할 만한 사운드,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음악적 실험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과하고 지나치다는 평을 받았다. 심지어 온갖 소리의 불협으로 이루어진 변형 애국가 'The National Anthem'의 경우에는 불쾌하다는 말도 돌았다.
이러한 앨범의 탄생 배경은 전작의 압도적인 성공으로 인한 멤버들의 압박감에서 출발한다. 'Creep'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제작된 < The Bends >, 그리고 그 작품에서도 더 멀어지고자 노력한 결과물 < OK Computer >의 연이은 성공은 그들에게 세계적인 유명세와 번아웃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아무리 기타를 연주해 봐도 새로운 곡이 나오지 않았던 밴드의 수장 톰 요크는 결국 기타와 잠시 멀어졌다. 그 대신 재즈, 클래식,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에서 새로운 음악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보컬이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악기의 일부로 기능하는 형태, 귀에 감기는 멜로디의 관념에서 벗어나 여러 사운드가 합쳐졌을 때의 질감 자체를 중시하는 등 기타 중심의 록에서 멀어지자 오히려 다양한 음악적 영감이 쏟아졌다.
태생이 록 밴드인 만큼 녹음 작업은 쉽지 않았다. 전례가 없었기에 톰 요크조차 갈피를 쉽게 잡을 수 없었고, 다른 멤버들도 혼란스러워했다. 멤버 에드 오브라이언은 녹음 당시 자신이 기타리스트임에도 기타가 필요 없는 듯한 트랙을 작업하는 것이 두려웠으며 많은 논쟁이 이어져 밴드 해체 위기까지 겪었다고 회고했다.
불협의 연속 끝에 완성된 < Kid A >는 전작의 실험에서 더 나아가 구사하는 음악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극한까지 내몰린 채로 뒤틀렸던 본인들의 모습을 되돌렸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괴상하고 거룩하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토킹 헤즈(Talking Heads), 비요크(Björk), 언더월드(Underworld), 캔(Can),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약한 아티스트들의 스타일을 모아 융합하니 기괴하고 아름다운 초현실이 펼쳐졌다.
강렬한 기타가 아닌 음울한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트랙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부터 심상치 않다. 곡이 진행될수록 톰 요크의 보컬 샘플링이 멜로디를 마구 헤집어 놓는 동시에 댄서블한 그루브가 느껴진다. 곧 무너질 듯한 땅 위에서 아슬아슬한 춤을 추는 듯하다.
제목부터 비범한 'The National Anthem'은 묵직한 베이스 위에서 브라스 세션이 뒹굴고 날카로운 전자음과 라디오 소리가 스친다. 조화롭지 않은 혼돈의 프리 재즈의 아이러니는 섬뜩한 감상을 남긴다. 'How to Disappear Completely'는 느린 템포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웅장한 공간감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공허감도 크게 다가온다. 오로지 전자 악기만을 사용해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Idioteque'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다.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담아낸 것은 기존과 비슷하나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그것은 이전에 접할 수 없었고 어디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고유의 음악이었다. 부조화 속에 또 다른 조화가 있었고 기괴한 음률에는 세상과 내면을 향한 그들만의 시선이 섞여 있었다. 이는 새로운 음악을 갈망하는 음악가의 급진적인 용감한 도전이었다.
< OK Computer >와 비슷한 음악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난해하고 불쾌한 사운드에 난색을 보였지만, 곧 그 불편한 경험이야말로 < Kid A >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앨범의 장르적 다양함과 과감한 실험성에 관한 수많은 담론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화제성에 힘입어 빌보드 200 차트와 UK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01년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최고의 얼터너티브 앨범상을 받았다.
수많은 음악가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다채로운 영감을 불어넣은 < Kid A >는 지금까지도 찬사를 넘어 숭배의 대상이다. 어쩌면 불협의 음악이 환희와 절망이 뒤엉킨 21세기의 복잡한 모습과도 닮았기에 더욱 비범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라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들어보고는 당혹감을 느낀다. 가장 유명한 곡 'Creep'의 감성은커녕 2집 < The Bends >의 기타 팝 색채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대중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받은 3집 < OK Computer >보다 훨씬 난해한 모습이다. 어지러운 전자음과 밴드 세션, 그리고 재즈의 감각이 융합되어 내뿜는 음울한 분위기의 음악을 곧장 반기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 라디오헤드의 4집 < Kid A > 앨범 표지. ⓒ Beggars Group Digital Ltd
2000년 10월 2일, < Kid A > 발매 당시 대다수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일렉트릭 기타 비중이 축소되었고, 대부분의 곡은 보편적인 진행 구조에서 벗어나 있는 등 일반적으로 록 밴드에게 기대할 만한 사운드,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음악적 실험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과하고 지나치다는 평을 받았다. 심지어 온갖 소리의 불협으로 이루어진 변형 애국가 'The National Anthem'의 경우에는 불쾌하다는 말도 돌았다.
이러한 앨범의 탄생 배경은 전작의 압도적인 성공으로 인한 멤버들의 압박감에서 출발한다. 'Creep'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제작된 < The Bends >, 그리고 그 작품에서도 더 멀어지고자 노력한 결과물 < OK Computer >의 연이은 성공은 그들에게 세계적인 유명세와 번아웃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아무리 기타를 연주해 봐도 새로운 곡이 나오지 않았던 밴드의 수장 톰 요크는 결국 기타와 잠시 멀어졌다. 그 대신 재즈, 클래식,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에서 새로운 음악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보컬이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악기의 일부로 기능하는 형태, 귀에 감기는 멜로디의 관념에서 벗어나 여러 사운드가 합쳐졌을 때의 질감 자체를 중시하는 등 기타 중심의 록에서 멀어지자 오히려 다양한 음악적 영감이 쏟아졌다.
태생이 록 밴드인 만큼 녹음 작업은 쉽지 않았다. 전례가 없었기에 톰 요크조차 갈피를 쉽게 잡을 수 없었고, 다른 멤버들도 혼란스러워했다. 멤버 에드 오브라이언은 녹음 당시 자신이 기타리스트임에도 기타가 필요 없는 듯한 트랙을 작업하는 것이 두려웠으며 많은 논쟁이 이어져 밴드 해체 위기까지 겪었다고 회고했다.
불협의 연속 끝에 완성된 < Kid A >는 전작의 실험에서 더 나아가 구사하는 음악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극한까지 내몰린 채로 뒤틀렸던 본인들의 모습을 되돌렸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괴상하고 거룩하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토킹 헤즈(Talking Heads), 비요크(Björk), 언더월드(Underworld), 캔(Can),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약한 아티스트들의 스타일을 모아 융합하니 기괴하고 아름다운 초현실이 펼쳐졌다.
강렬한 기타가 아닌 음울한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트랙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부터 심상치 않다. 곡이 진행될수록 톰 요크의 보컬 샘플링이 멜로디를 마구 헤집어 놓는 동시에 댄서블한 그루브가 느껴진다. 곧 무너질 듯한 땅 위에서 아슬아슬한 춤을 추는 듯하다.
제목부터 비범한 'The National Anthem'은 묵직한 베이스 위에서 브라스 세션이 뒹굴고 날카로운 전자음과 라디오 소리가 스친다. 조화롭지 않은 혼돈의 프리 재즈의 아이러니는 섬뜩한 감상을 남긴다. 'How to Disappear Completely'는 느린 템포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웅장한 공간감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공허감도 크게 다가온다. 오로지 전자 악기만을 사용해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Idioteque'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다.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담아낸 것은 기존과 비슷하나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그것은 이전에 접할 수 없었고 어디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고유의 음악이었다. 부조화 속에 또 다른 조화가 있었고 기괴한 음률에는 세상과 내면을 향한 그들만의 시선이 섞여 있었다. 이는 새로운 음악을 갈망하는 음악가의 급진적인 용감한 도전이었다.
< OK Computer >와 비슷한 음악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난해하고 불쾌한 사운드에 난색을 보였지만, 곧 그 불편한 경험이야말로 < Kid A >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앨범의 장르적 다양함과 과감한 실험성에 관한 수많은 담론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화제성에 힘입어 빌보드 200 차트와 UK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01년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최고의 얼터너티브 앨범상을 받았다.
수많은 음악가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다채로운 영감을 불어넣은 < Kid A >는 지금까지도 찬사를 넘어 숭배의 대상이다. 어쩌면 불협의 음악이 환희와 절망이 뒤엉킨 21세기의 복잡한 모습과도 닮았기에 더욱 비범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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