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하는 김동연, 장애인 정책에 진심인 이유는?
공직 시절부터 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큰 관심... "전국 최강의 장애인 복지 정책 만들 것"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23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인 20일 직접 배운 수어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 김동연페이스북
"누구에게나 기회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23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인 20일 직접 배운 수어로 전한 말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수어로 "오늘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넘치는 세상,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 18일 "앞으로 장애인 인권헌장의 마지막 13번째 조항에 따라 경기도정을 펴겠다"며 정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장애인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동연 지사가 발표한 '장애인 정책 5개년 계획'에 따라 경기도는 2028년까지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한 실질적 장애인 정책 추진을 목표로 장애인 일자리 지원, 장애 수당 지급 등 총 65개 정책에 2조 9,215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5개년 계획은 ▲장애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스스로 일해서 소득이 증대되는 경기 ▲교육‧문화‧체육‧관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경기 ▲장애를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불편이 없는 경기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기 ▲장애인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경기 ▲언제‧어디서나 사회적 돌봄이 가능한 경기 등 6대 비전을 중점으로 추진된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2022년 6월 15일 오후 수원역 지하 1층에 마련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경기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을 한 뒤, 발달장애인 가족들과 만났다. ⓒ 경기도
▲ 경기장애인가족이 2022년 5월 27일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김동연 후보 직속 포용복지위원회
공직 때 첫 인연... 정치하면서 수시로 장애인 만나 애로사항 청취 및 해법 고민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장애인 기회소득'을 시행하는 등 장애인을 대하는 김동연 지사의 모습은 여느 정치인과 다르다.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 장애인에 대한 포용과 남다른 애정이 깊이 각인 돼 있다.
김동연 지사에 따르면, 그가 장애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공직생활 때부터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시각장애인 아들과 가깝게 지낸 게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해외연수로 미국 워싱턴에서 공부할 때는 부인 정우영씨와 함께 주말마다 '워싱턴 밀알선교단'을 방문해 장애인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아주대 총장 시절에도 정기적으로 장애인 재학생을 만나 정보장벽 등 애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김 지사가 공직에서 퇴임한 뒤 만든 비영리 공익법인인 '(사)유쾌한 반란'이 '소셜임팩트' 포럼을 운영했는데, 회원사 중에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장애인을 고용한 회사들이 여럿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dot)', 청각장애인을 택시 기사로 고용하는 '코액터스(고요한 택시)', 인공지능 데이터셋 구축 작업에 발달장애인 등을 고용하는 '테스트웍스' 등이다. 김 지사는 "세 회사의 젊은 CEO들을 자주 만나면서 늘 감탄하곤 했다"고 한다.
김동연 지사는 단순히 장애인 관련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인사말하고, 악수나 하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진심으로 대했다. 그들과 마주 앉아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면서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까지 고민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2년 4월 20일, 김동연 지사가 방문한 곳은 경복궁역 지하 2층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단식농성장이었다. 장애인 이동권 관련 시위가 이슈가 되자, 선거운동을 위해 이동하던 중 단식농성장을 찾아간 것이다. 당시 김 지사는 "(당선된다면) 경기도에서는 장애인 기본권이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책임을 다하고, 경기도가 장애인 정책을 선도하며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 지사는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된 뒤, 시각‧청각장애인 유권자가 소외 없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수어‧소리 공약집'을 제작해 배포했다. 해당 공약집에는 김 지사의 장애인 정책 5대 공약이 담겼다. 장애인 소득‧일자리 안정적 지원, 장애 유형별 맞춤 서비스, 장애인 이동권‧주거권 강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기반 조성, 장애 포용적인 도정 등이다.
'경기장애인가족' 4만 3,120명도 김동연 지사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김동연 후보는 누구보다도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 특히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고단함을 이해한다"면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경기도가 최초로 실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를 계기로 김동연 지사와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김 지사가 경기도 31개 시·군을 돌며 선거 유세를 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늘 가장 앞자리에서 그를 응원했다. 김 지사가 사당역에서의 마지막 선거운동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로 유세 현장에 함께한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꼽은 것도 이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김동연 지사는 선거 유세 마지막 날 수원역 지하 1층에 마련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경기도 분향소'를 참배한 데 이어, 경기도지사 당선 직후인 6월 15일 다시 분향소를 방문해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 등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최근 발달장애인 가족분들께 생기는 비극적인 일을 당사자나 가족 간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면서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의 일 문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앞으로 도정을 맡으면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월 7일 오전 경기도청 25층 단원홀에서 열린 '360도 어디나 돌봄 비전 선포식'에서 장애인 당사자, 돌봄인력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도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9일 양주시 고삼로 경기도 북부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장애인 기회소득’, ‘장애인 누림통장’ 대상자를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 경기도
장애인 기회소득, 장애인 누림통장 등...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자유' 보장
실제 김동연 지사는 취임 이후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정책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추진하는 '장애인 기회소득'이다. 기회소득은 민선 8기 경기도의 대표 정책 가운데 하나로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대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이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정도가 심한 장애인' 1만 명을 선발해 스마트워치를 배부하고, 1주 최소 2회 이상 1시간 이상 활동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장애인들이 활동을 통해 몸이 조금 덜 불편해지면 사회적 비용(의료비, 돌봄비용) 등이 감소하고, 그 역시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보는, 장애인 가치 활동에 대한 최초의 인정 사례다.
김동연 지사가 장애인 기회소득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7월 도민 500여 명과 함께 한 맞손토크가 계기가 됐다. 당시 장애인회관을 건립해달라는 건의에 대해 김 지사는 단순히 회관을 건립하는 것보다 장애인의 본질적인 생활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형식적으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단체나 협회 등을 통하지 않고,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개인의 소득이나 일자리 등이 보장되어야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동연 지사의 철학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정책 전반에 녹여져 있다. '장애인 누림통장',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훈련장애인 기회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장애인 누림통장'은 만 19~21세 중증장애인이 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10만 원을 추가 지원해 2년 만기 시 약 500만 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또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훈련장애인들이 더욱 안정적인 환경에서 직업훈련을 하며 자립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일정 조건을 갖춘 도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훈련장애인에게 월 16만 원의 수당도 지급한다.
특히 경기도는 올해부터 장애돌봄 야간·휴일 프로그램 운영, 최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에게 돌봄수당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어디나 돌봄'을 추진 중이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12월 장애 당사자, 보호자, 현장 전문가 등과 함께 '어디나 따뜻해지는 봄 토크'를 열고 '어디나 돌봄' 사업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 안에서 ('어디나 돌봄' 사업의) 내용을 더 확대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에 퍼지도록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장애인 정책에 있어서 (전국) 최강의 복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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