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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불모지였는데... K무리뉴와 세트피스 장인이 만나 일냈다

[스포츠케이션 in 광주] 광주FC 감독·코치·선수들을 만나다 ①

등록|2024.04.26 06:57 수정|2024.04.26 06:57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스포츠케이션'이 요즘 트렌드다. 스포츠를 통해 경기장을 넘어 광주를 찾는 일이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스포츠케이션 in 광주'를 주제로 지역의 야구, 축구, 배구의 A-Z를 모아 소개한다.[기자말]

▲ 광주FC 선수들 ⓒ 매거진G


광주FC가 K리그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022년 시즌 광주FC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정효 감독은 부임 첫해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을 기록하며 자동 승격에 성공했다. 2023년에는 광주 구단 역사상 최초 최고 순위(3위)에 안착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최전선에서 팀을 지휘하며 만년 약체팀이었던 광주를 단숨에 우승 후보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이정효 감독의 '매직'과 광주FC 선수들, 그리고 코치들의 활약은 2024년 시즌에도 계속된다.

[이정효 감독] 지금은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 때

이정효 감독은 2022년 광주FC에서 프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각종 기록을 세우며 광주FC를 K리그1로 승격시키고, 2023년 시즌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리그 3위에 안착,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까지 진출시켰다. 불과 2년 만에 한국 프로 축구에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그가 2024년 시즌에도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2024년 시즌 극초반이기는 하나 지난해 기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FC의 돌풍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광주FC의 승리 요건 중 하나로 뛰어난 전술 전략을 꼽는다. 실제로 이정효 감독은 지난 겨울 프리미어리그를 직접 관전하기 위해 영국을 다녀왔다. 브라이튼의 경기를 보며 광주FC가 하고 있는 축구가 과연 옳은 방향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이정효 감독은 "우리 축구가 현대 축구에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가고 있더라. 또 앞서는 부분도 있었다"고 확신하였다.

광주FC는 이정효 감독과 2027년까지 장기 계약을 마쳤다. 구단은 이정효 감독의 축구 철학이 곧 광주FC의 축구 철학이 될 거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축구 불모지 광주에서 그가 어떤 팀을 만들어내려 하는지 관심이 쏠렸다.

이 감독은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재미있는 축구다"고 말한다. 광주 시민들이 축구장을 찾아오려면 경기가 일단 재밌어야 한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는 것이 본질이고 그러자면 모든 선수가 공격적으로 골을 넣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물론 좋은 골과 찬스는 좋은 과정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 굳이 철학이라고 한다면 재밌는 축구, 선수와 구단이 좋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축구가 아닐까"라고 말하는 이정효 감독은 "올해도 광주FC의 경기는 분명 재미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 이정효 광주FC 감독 ⓒ 매거진G


한편으로 광주FC가 지난 시즌 화제가 된 것은 그들이 선보인 '재밌는 축구'와 함께 이정효 감독이 선보인 화려한 입담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K 무리뉴'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자신은 그보다 이정효와 아버지를 줄인 '효버지'라는 별명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이 감독은 "말 그대로 자식 같은 우리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성장하고,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아버지의 역할"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정말 날새는지 모르고 축구장에서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게끔 해주는 사람이다.

그 덕분일까. 지난 시즌의 돌풍을 이어, 광주FC는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조심스럽게 우승 후보로 광주를 점치는 이들도 있지만, 이정효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보기에 광주FC는 결과보다 과정을 위해 노력하는 단계에 있다.

이 감독은 "지금은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고민은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아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름 있는 선수들은 없다. 다만 잠재력과 가능성만큼은 뛰어난 이들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팀이 함께 성장해 나가다 보면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거다. 물론 광주 팬분들이 기대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다. 아직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매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기대를 해주시면 경기마다 성장하는 가운데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관중이 즐거운 축구를 지향하는 만큼 그가 광주 팬들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지난해 광주FC의 홈구장 평균 관중은 4500명을 조금 넘은 수준. 리그 전체로 놓고 보면 최하위다. 이 감독이 개인적인 공약을 내건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정효 감독은 "이번 시즌 홈 평균 관중이 6천 명이 넘으면 마지막 홈경기 때 경품으로 사비를 들여 캐스퍼 한 대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강한 압박과 빠르고 유동적인 포지션 플레이를 활용한 공격 축구로 팬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정효 감독의 전략 전술이 계속된다면, 그를 통한 K리그의 관중몰이도 그리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매거진G 독자들과 시민들이 경기장에 찾아와 선수들을 응원해 준다면 광주FC의 돌풍은 올해도 분명 계속될 것이다.

* 이정효 감독 : 1975년 7월 23일생. 부산 대우 로얄즈, 아이콘즈, 아이파크를 거쳐 부산에서 선수 데뷔와 은퇴를 함께했다. 아주대학교 축구부 수석코치와 감독을 거쳐 전남 드래곤즈, 광주FC, 성남FC, 제주유나이티드FC의 코치 이후, 2022년부터 광주FC 감독을 맡고 있다.

광주FC 세트피스 전술의 장인
 

▲ 이정규 광주FC 코치 ⓒ 매거진G


선수들과 함께 일주일 내내 세트피스를 준비하고 팀의 승리에 일조하는 보이지 않는 수훈감. 세트피스 장인이라고 불리는 그는 광주FC의 이정규 수석코치다. 2024년 시즌 개막전을 며칠 앞두고 만난 이정규 코치는 쌀쌀한 바람 속에서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정규 코치는 이정효 감독이 아주대학교 감독을 맡고 있을 때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한번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2022년 시즌 이 감독이 광주FC에 부임하며 마침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했다고. 곧바로 팀에 합류해 수석 코치가 된 그는 이정효 감독과 함께 2022년, 2023년 시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 이정규 코치는 선수들과 개인적인 시간을 자주 갖는 등 변함없이 광주FC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그는 광주FC가 다른 팀과 차별화된 특별한 점을 세 가지로 꼽았다.

이 코치는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써서 훈련을 준비하고, 두 번째로 이 디테일을 어떻게 운동장에서 실현해 낼 건지 미팅과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 그리고 세 번째, 더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해 훈련을 하면서 계속 수정해 다듬어 간다"고 말했다.

팬들이 재밌어하는 축구는 그렇게 오랜 담금질을 통해 실현됐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이정규 코치는 광주FC의 세트피스 훈련을 전담하며 확실한 득점을 노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에 관한 일화로 이정효 감독은 지난 시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정규 코치가 세트피스 훈련을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며, 승리의 공훈을 이정규 코치에게 돌리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 관해 이정규 코치는 "감독님이 제 기를 살려주려고 하셨던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가 세트피스를 담당해서 훈련하고 있지만, 이정효 감독이 항상 숙제를 굉장히 많이 내려준다고.

올해도 큰 틀에서의 시스템은 변함이 없다. 이정규 코치는 이 감독이 준 숙제를 이왕이면 신경 써서 즐겁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선수들이 지루할 틈 없이 바쁘게, 축구에만 전념해서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훈련에 변화를 주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 광주FC가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안팎에서 거는 기대도 큰 상황. 광주FC를 경계하는 팀들도 늘었으니 그만큼 준비할 것도 많다.

이 코치는 "광주FC의 수비는 지난 시즌 리그 최소 실점을 했을 만큼 상당히 안정화돼 있다. 올해는 상대가 좀 내려가서 잠그는 수비를 많이 할 것 같은데, 거기에 맞는 공격 전술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정효 감독이 관중 동원을 위해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공약한 것에 더해 이정규 코치는 방향제를 선물하겠다는 귀여운 공약을 걸었다. 다소 귀여운 농담이지만, 많은 관중이 경기를 직관했으면 하는 바람은 진심이다. 그는 "우리 축구가 한국에서 제일 표본이 되는 축구라고 생각한다. 선두 주자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매거진G 독자분들도 주말에 축구를 보시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정규 코치 : 1982년 7월 10일생, 2005년 성남 일화로 프로 데뷔. 2011년 고양고등학교 수석코치로 부임하며 지도자 입문. 우석대, 동의대, 중국 리장 FC 등 U리그 코치. 충남아산FC에서 프로 지도자 활동 시작. 2022년 광주FC 수석 코치로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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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는 죽을 때까지 내 마음에 남아 있을 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매거진 G>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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