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여성노동자들 "노동 가치 존중받는 세상 살고 싶어요"
산추련,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출판 이야기 나눔 행사 열어
▲ 경남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23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책 <소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이야기 나눔' 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조선소라는 아주 특별한 일의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시대 가장 보통의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조선소노동자라는 사회적 호명에 다양한 시선과 관점이 담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코난북스 간)에 참여했던 여성노동자들이 24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이야기 나눔 행사를 열었다. 이 책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기획한 것으로, 거제 한화오션, 창원진해 케이조선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11명의 삶과 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구술을 김그루·박희정·이은주·이호연·홍세미 활동가가 기록해 책으로 나오게 됐다.
배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자기 일에 있어서는 전문가이고, 또 자기 삶의 개척자들이다. 조선소 여성 노동자들의 이러한 긍지와 회한, 땀과 분투가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
"모순 깨뜨리고 더 나은 노동 조건 위해 싸우는 이들의 분투기"
이날 행사는 이희진 전교조 경남지부 정책실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정인숙(도장), 나윤옥(비계발판), 김영미(세탁), 공정희(급식) 노동자가 발언에 나섰다.
이은주 활동가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이 조명받지 못했고 이들의 일, 이들의 삶은 잘 알려진 바가 없다"라며 "이 책에서는 조선소 생태계 안의 11가지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구술 기록이 담겨있다"라고 했다.
그는 "수십 미터 높이, 수백 미터 길이, 수십만 톤 크기에 쇳가루 날리고 용접 불꽃 튀고 시너 냄새, 페인트 냄새가 가득한 사나운 노동의 현장이 이들이 일하는 조선소"라고 했다.
이 활동가는 "수년째 임금은 최저시급 언저리에 머물고, 해고와 체불, 심지어 폐업이 수시로 벌어지기에 또 사나운 곳이 조선소"라며 "그 모순의 현장 내막을 샅샅이 드러내주는 구체적인 증언이면서 그 모순을 깨뜨리고 더 나은 노동의 조건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분투기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여러 말을 쏟아냈다.
"도장은 조선소의 꽃이다. 마지막 공정이니까. 용접이나 파워만 해도 되는 게 아니고 배에 색을 입혀야 배가 바다로 나갈 수 있지 않나. 용접을 한 배는 불똥이 튄 자국이 있고 파워작업을 하면 전신에 먼지 투성이인데, 우리가 도장을 하면서 쓸고 닦고 꾸민다. (...) 저는 도장 일이 없었으면 그 힘든 삶의 과정을 이겨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조선소 일이 쇠를 다루고 불을 다루는 거라 무섭고 위험하다. 저도 블록을 지나다가 맨홀에 빠진 적이 몇 번 있다. 한쪽 발이 빠졌는데 구멍이 작아서 탁 걸려가 안 빠졌지, 항상 조심한다. 지금도 항상 사다리 흔들어 보고 올라간다. (...) 온몸이 컬러다. 보기만 해도 얼마나 아픈지 안다. 골병이 든 거다. 일이 그만큼 힘들다."
"저는 아직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고 가능하다면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그때까지 조금 더 나은 제 삶과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 같이 힘들지 않나. 저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우리가 차별받지 않고 노동자에게 평등한 세상이 꼭 왔으면 좋겠다."
한편, 이날 행사는 금속노조 경남지부‧거통고조선하청지회‧웰리브지회, 경남여성단체연합, 노래패좋은세상, 여성평등공동체 숨,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미래를준비하는노동사회교육원, 전국여성노조 경남지부, 경남민주변호사모임, 경남여성연대, 전교조 경남지부 여성위원회 흐름이 함께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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