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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민통선 두타연을 가보셨나요

우리는 언제 다시 금강산을 가볼 수 있을까

등록|2024.04.24 13:29 수정|2024.04.24 13:30
강원특별자치도 양구, 과연 서늘한 지역이다. 길가에는 아직 벚꽃이 피어있다. 서울에서 이미 보름 전에 하얀 봄꽃이 피어나 필자가 관련 글을 썼던 귀룽나무는 이제야 탐스러운 꽃망울을 가득 피워내고 있었다. 심지어 목련도 이제 만발한 상태였다. 도로변 숲 곳곳에는 고사목들이 제멋대로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어 마치 원시림과도 같은 정경을 자아낸다.
  

▲ 두타연 입구 두타연 평화누리길 상징물 ⓒ 소준섭


두타연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에서 군인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난 뒤 출입증을 받고서야 문화관광 해설사와 함께 탐방길에 나설 수 있었다. 하루에 세 차례 출입이 허용된다. 두타(頭陀)란 불교 용어로 해탈을 의미하는데 옛날 이곳에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다 하여 유래되었고, 또 그곳에 폭포수가 흘러 연못이 만들어져 두타연(頭陀淵)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 두타연 ⓒ 소준섭


두타연, 정확히 말하면 두타연 평화누리길은 전후 50여 년 동안이나 민통선, 민간인 출입 금지구역이었다가 2003년부터 개방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또 2년 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이렇게 사람들의 출입이 적다 보니 1급 멸종위기종인 산양도 적지 않게 목격되는 지역이다. 또 금강산 등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린 1급수로서 열목어가 많이 서식해 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다. 과연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이다. 냇가 물속에는 사람 손이 전혀 닿지 못한 큰 다슬기가 살고 있다.
 

▲ 두타연 출렁다리와 냇가 ⓒ 소준섭


탐방길 곳곳에는 함박꽃나무며 매화 말발도리 같은 흔히 볼 수 없는 나무들이 보인다.

금강산 가는 길

이곳에는 그 유명한 '피의 능선'과 '단장(斷腸)의 능선'이 있다. 한국전쟁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양측에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비극의 장소다. 당시 미군이 쏘았던 포탄만 20만 발이 넘었다. 남과 북은 물론이고, 멀리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중국 등등 세계 곳곳의 수많은 청춘들이 이곳에서 스러져갔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고>의 클라이맥스도 바로 이 '단장의 능선' 전투였다. 탐방로 옆에는 곳곳에 '지뢰'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격전지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두타연 이곳이 정확히 한반도의 '국토정중앙'인 만큼 이곳을 둘러싸고 남과 북이 그토록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것일 게다. 생각해 보면, 우리 한반도는 이 지구상에서 현재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심지어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서로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길가 바위들 틈에 절묘하게 자란 철쭉들이 피워낸 붉디 붉은 꽃들이 그날들의 아픈 비극과 분단의 가슴 쓰린 슬픔을 처연한 몸짓으로 표현해 주는 듯하다.
  

▲ 바위 틈에서 피어난 철쭉 ⓒ 소준섭


탐방길 한쪽에는 '금강산 가는 길'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우리는 언제 다시 금강산을 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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