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6선 조경태의 진단 "윤석열 정부 국정방향 확 뜯어고쳐야"

[당선인 인터뷰] "김건희 여사 비호감, 민생경제 잘 풀면 해결 가능"

등록|2024.04.25 21:01 수정|2024.04.26 07:59

▲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6선·부산 사하을)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이 나이에 당에서 가장 어른이 됐다."

부산 사하구을 지역구에서 '또' 당선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여당의 역대급 총선 참패 속에서도 '동일 지역구 연속 6선'이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둔 결과였다.

격세지감. '노무현의 자원봉사자'로 정치에 발을 들인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험지' 부산 사하구을에서 처음 당선됐다. 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에서 내리 당선됐고, 2016년 새누리당으로 당과 진영을 옮겨 6선까지 성공했다. 철새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자신의 인물 경쟁력을 스스로 증명해 온 셈이다. 그 결과, 1968년생으로 50대 중반에 여당의 최다선 의원이 된 그는 이제는 보수의 존폐를 걱정하는 입장에 섰다.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아 당내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이제는 같은 이유로 그의 발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총선 참패 과정을 복기하는 조 의원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우선 조 의원은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한동훈 지도부'의 선거 캠페인 실패를 꼽았다. 그는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보다는 민생과 서민 경제를 더 강조하는,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의 이슈를 내놓지 못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비판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조 의원은 "국정 방향을 확 뜯어고쳤어야 했다"며 "결국 일반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 차임에도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조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적 공세"라며 야당의 특검 요구를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 또한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결국은 민생경제하고 연결된 거다. 국민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해소될 거다. 먹고 사는 게 어려우니까 특정 인물에 대해 그렇게 많은 불만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 결국 이런 부분까지 정부가 감안해야 한다."

다음은 조 의원과 일문일답.

"이조심판론, 여당으로서 책임감이 결여된 캠페인"

- 한 지역구에서 6선을 했다.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6선을 했지만 초선 때와 생각이 같다. 저는 매주 부산에 내려가 주말 없이 지역구 관리를 해왔다. 그런 진심이 통했다고 본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선수가 높아질수록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 국민의힘이 부산에선 선전했지만 전체 결과를 놓고 보면 참패했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구도 싸움에서 졌다고 본다.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심판론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야당에서 정책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당이 이재명·조국을 심판한다는 게 웃기지 않나. 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이 결여된 선거였다고 본다. 이조심판론보다는 민생을 좀 더 강조하고 서민 경제를 더 강조하는, 책임 정당으로서의 그런 이슈를 내놓지 못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물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굉장히 애를 썼고 고생을 많이 했다. 다만, 캠페인에 있어서 야당의 프레임에 우리가 스스로 갇히는 형태로 간 것이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다."
 

▲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6선·부산 사하을)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대통령의 책임론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 어떻게 평가하나.

"확 뜯어 고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우리 일반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거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지금 3년 차인데도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계속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만 강조를 했지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놓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 책임에서 결코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각에선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국제적인 흐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장기화되면 결국 국내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은 분명 정부·여당, 특히 윤석열 정부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 윤석열 대통령께 직언할 기회가 있다면?

"민생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피부에 느끼는 그런 인생 체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초저출산에 대해서 얘기들은 많이 하는데 구체적으로 국민들이 '이 정도면 극복할 수 있겠다'고 느낄 정책이 안 나오고 있다. 대통령께서 일선에 있는 관계자 분들을 많이 만나서 구체적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

- 대통령은 국정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 발언은) 국민의 반감을 많이 받을 수가 있다. 국정 방향이 옳았다면 시민들이 표를 이렇게 적게 주지는 않았을 거다."

"용산 눈치만 보는 당대표 나오면 안 돼...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공세"

-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선 당정 관계 재정립이 필수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그렇다. 이번에 새 대표가 뽑히면 진짜 당을 혁신하고 쇄신해야 한다. 당정관계에서도 용산의 눈치만 보는 당 대표가 나오면 안 된다. 용산과 수평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당 대표로 나와야 된다고 본다. 대통령 정부가 잘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다. 그것을 여당에서 보완하는 관계로 가야지 무조건 용산의 이야기를 따르겠다는 건 대통령이 말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과도 대치된다."
 
-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 임명을 두고 야권에선 총선 결과에 따른 민심을 받들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저는 그분들이 잘할 거라고 본다. 무난한 인사로 보인다. 아마 정진석 비서실장도 이번에 총선에 출마를 했고 또 단단히 민심을 확인했지 않았나. 많이 느낀 것이 있기 때문에 우려하시는 것보다는 훨씬 잘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당정관계를 재정립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건희 특검법'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나.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 공세라고 본다. 그렇게 따지면 김정숙 여사 특검도 해야 한다. 물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일부 제대로 수사 안 하느냐는 이런 얘기들도 있지만 그것을 특검하고 연관 짓는 것은 너무 무리한 정치 공세라고 본다."
 

▲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6선·부산 사하을)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그럼에도 조국혁신당이 선전했던 것을 보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방증 아닌가.

"결국은 민생 경제하고 연결된다. 국민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많이 해소될 거다. 근데 지금 그만큼 어렵다는 거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려우니까 특정 인물에 대해 불만과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 결국은 이런 부분까지도 정부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 민생을 잘 풀어내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가 사그라들 수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다. 지금 야당도 특검 만능주의에 너무 빠져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당내 인사 뽑을 땐 당원들이 선출하는 게 일반적"

-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100% 당원 투표라는 전당대회 룰 개정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해외 사례를 찾아보면, 공직 선거 후보자를 선출할 땐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당원이 아닌 시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내 인사를 뽑을 땐 당원들이 선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당원 투표 100%를 개정하자는 건) 해외 사례하고 비교했을 땐 좀 안 맞는 것 같다. 100% 당원 경선을 하더라도, 당원들이 상당히 지혜로운 면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됐을 당시 당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때 어찌 보면 윤 대통령은 외부 인사였다. 외부 인사를 뽑을 정도로 혁신적이다. 당원들이 당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전당대회가 열리면 당 대표 출마할 생각인가.

"저는 나갈 생각이 없다. 좋은 후보가 나와서 당을 잘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고, 저는 최다선 의원으로서 협조하고 도와드리고 싶은 생각이다."

- 현재 국민의힘에 필요한 리더십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총선을 통해서 예방주사를 크게 맞았다라고 본다. 이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 진짜 노력해야 한다. 좋은 정책을 좀 많이 관철시켜내고, 야당도 민생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강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책을 통해서 야당과 경쟁해야 한다. 정치적인 정쟁을 가지고 허송세월 하는 그런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 22대 국회에서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것이 있을까.

"우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우리 사하을 주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 사회가 어쨌든 국민들이 더 행복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개발이 됐든 재건축이 됐든 (주거와 관련해선) 지금 사용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인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 사하을 주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주거 문제에 있어선 부담을 덜어드리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