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이봉렬 in 싱가포르] 민생지원금 줬더니 국가경제에도 이익... '포퓰리즘' 아니라 '민생정책'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총선 기간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지원금을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의제로도 제시했습니다.
영수회담 이야기가 나오기 전, 윤석열 대통령은 현금 지급 방식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는 말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25만 원 지원금의 수치적 근거를 찾을 방법이 없다"라며 주장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 원씩 지급하는 게 과연 아무런 근거 없는 "포퓰리즘"이며 "미래를 망치는 마약"과 같은 것일까요? 아니면 이 대표 말대로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고 서민과 소상공인의 삶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민생정책일까요?
싱가포르식 민생회복지원금, CDC바우처
이럴 땐 유사한 사례를 찾아 결과를 분석해 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침 싱가포르 사례가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올해 가구당 800달러(약 80만 원)의 전자상품권을 지급했습니다(싱가포르 1달러는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입니다). 싱가포르의 전자상품권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그 효과는 어땠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이재명 대표가 제안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유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급한 전자상품권은 500달러(약 50만 원)짜리 'CDC바우처'(공동체 개발위원회 바우처)와 300달러(약 30만 원)짜리 '기후바우처' 두 가지입니다. CDC바우처는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서민과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된 것인데 올해 지급된 금액은 한 가구당 500달러입니다.
그중 절반인 250달러는 동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는 데 쓸 수 있고, 나머지 250달러는 푸드코트를 비롯한 소규모 식당이나 지역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분해 놨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대형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사용이 안 됩니다. 생필품을 사거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상대로 물건을 살 때만 쓰도록 한 것입니다.
기후 바우처는 올해 처음 지급된 것인데 싱가포르의 국민주택에 사는 서민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또는 물 절약을 위한 주방·욕실 용품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선풍기 같은 가전제품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을 사거나, 백열등을 LED 전등으로 바꾸는 경우 장기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 기후 위기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주방의 싱크대나 세면대 수도꼭지, 배관 등도 물을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을 산다면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두 바우처 모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지갑처럼 동작하고, 링크를 공유하면 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도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우처를 받은 후 인터넷 쇼핑 대신 동네 상점에 한 번 더 가게 되고, 동네 식당이나 푸드코트에서 식사 한 번 더하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어떻게든 소비하게 됩니다.
대국민 현금지원 정책에 대한 평가
2021년 이후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바우처 형태로 돈을 지급하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이 정책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요? 올해 2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TI)는 2021년부터 시작된 CDC바우처의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2021년과 2022년에 지급된 총 200달러의 CDC바우처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CDC바우처의 경우 신청한 사람만 받을 수 있습니다. 전체 적격 싱가포르 가구 중 96% 정도가 신청했고, 그렇게 해서 받은 바우처 가운데 96% 정도가 유효기간 안에 사용이 됐습니다. 싱가포르는 거주 형태에 따라 주로 서민들이 사는 공공아파트(HDB)와 부유층이 사는 민간아파트 또는 단독주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공공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의 사용률(97.2%)이 부유층(93%)에 비해 조금 더 높았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이 높은 사용률을 두고 "CDC바우처가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가구들의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CDC바우처를 취급하는 소상공인의 수는 약 2만 명 정도이며, 이들 중 80%가 바우처를 통한 매출이 약 1000달러 이상이며, 약 30%는 약 1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로 어디서 바우처를 이용하는 지도 조사했는데 3분의 2 이상이 거주하는 공공주택 주위의 상가에서 쓴 걸로 나타났습니다. 서민들이 거주하는 해당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는 끝부분에서 CDC바우처 제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 해서 "전체적으로 2021년과 2022년의 CDC바우처는 싱가포르에 최대 3억 1280만 달러의 경제 창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싱가포르의 2022년 명목 GDP의 0.05%에 해당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두 해 동안 발행한 바우처가 약 2억 3790만 달러 정도니까 결과적으로 약 7490만 달러 이상의 국가적 이익을 본 겁니다. 서민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올리고, 싱가포르 경제 규모도 키우는 모두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2021년, 첫 해 100달러였던 바우처 금액을 조금씩 올려 2024년에는 500달러로 올렸고, 올해는 거기에 더해 300달러의 기후바우처까지 추가로 지급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물가가 전년 대비 떨어지기도 했던 싱가포르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2022년에는 6.12%, 2023년에는 4.8%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고물가에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는 건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고물가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바우처를 지급한다고 했고, 우리 정부는 지원금 지급이 국가재정만 축내고 고물가를 자극할 거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가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서민 가계의 피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해결책도 나오는 겁니다.
고물가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서민들에게는 지원이 절실합니다. 몰락해 가는 소상공인을 위해서도 서민들 가계에 돈이 돌아야 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기업이나 금융권에 거액을 지원하는 건 나라 경제를 위하는 일이라면서 서민들을 위한 지원에는 다양한 반대 이유를 갖다 붙이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시행한 부자감세만 아니었다면 민생회복지원금을 25만원 씩 지원하는 건 몇 번이고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싱가포르에선 이미 그 효과가 검증되었습니다. 싱가포르가 고맙게도 우리를 위해 시범 적용을 해보고 보고서까지 내놓은 상태입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길 기대합니다.
영수회담 이야기가 나오기 전, 윤석열 대통령은 현금 지급 방식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는 말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25만 원 지원금의 수치적 근거를 찾을 방법이 없다"라며 주장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싱가포르식 민생회복지원금, CDC바우처
▲ 싱가포르의 민생지원금, CDC바우처. 250달러는 마트에서, 250달러는 소상공인의 가게에서 쓸 수 있습니다. ⓒ CDC
이럴 땐 유사한 사례를 찾아 결과를 분석해 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침 싱가포르 사례가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올해 가구당 800달러(약 80만 원)의 전자상품권을 지급했습니다(싱가포르 1달러는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입니다). 싱가포르의 전자상품권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그 효과는 어땠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이재명 대표가 제안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유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급한 전자상품권은 500달러(약 50만 원)짜리 'CDC바우처'(공동체 개발위원회 바우처)와 300달러(약 30만 원)짜리 '기후바우처' 두 가지입니다. CDC바우처는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서민과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된 것인데 올해 지급된 금액은 한 가구당 500달러입니다.
그중 절반인 250달러는 동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는 데 쓸 수 있고, 나머지 250달러는 푸드코트를 비롯한 소규모 식당이나 지역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분해 놨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대형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사용이 안 됩니다. 생필품을 사거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상대로 물건을 살 때만 쓰도록 한 것입니다.
▲ 기후바우처로 살 수 있는 제품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물을 아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Climate Vouchers
기후 바우처는 올해 처음 지급된 것인데 싱가포르의 국민주택에 사는 서민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또는 물 절약을 위한 주방·욕실 용품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선풍기 같은 가전제품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을 사거나, 백열등을 LED 전등으로 바꾸는 경우 장기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 기후 위기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주방의 싱크대나 세면대 수도꼭지, 배관 등도 물을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을 산다면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두 바우처 모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지갑처럼 동작하고, 링크를 공유하면 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도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우처를 받은 후 인터넷 쇼핑 대신 동네 상점에 한 번 더 가게 되고, 동네 식당이나 푸드코트에서 식사 한 번 더하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어떻게든 소비하게 됩니다.
대국민 현금지원 정책에 대한 평가
2021년 이후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바우처 형태로 돈을 지급하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이 정책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요? 올해 2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TI)는 2021년부터 시작된 CDC바우처의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2021년과 2022년에 지급된 총 200달러의 CDC바우처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 CDC바우처 시행 2년간의 경과와 성과를 조사한 보고서. 서민, 소상공인, 싱가포르 경제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CDC바우처의 경우 신청한 사람만 받을 수 있습니다. 전체 적격 싱가포르 가구 중 96% 정도가 신청했고, 그렇게 해서 받은 바우처 가운데 96% 정도가 유효기간 안에 사용이 됐습니다. 싱가포르는 거주 형태에 따라 주로 서민들이 사는 공공아파트(HDB)와 부유층이 사는 민간아파트 또는 단독주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공공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의 사용률(97.2%)이 부유층(93%)에 비해 조금 더 높았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이 높은 사용률을 두고 "CDC바우처가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가구들의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CDC바우처를 취급하는 소상공인의 수는 약 2만 명 정도이며, 이들 중 80%가 바우처를 통한 매출이 약 1000달러 이상이며, 약 30%는 약 1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로 어디서 바우처를 이용하는 지도 조사했는데 3분의 2 이상이 거주하는 공공주택 주위의 상가에서 쓴 걸로 나타났습니다. 서민들이 거주하는 해당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 CDC바우처를 취급하는 한 싱가포르 과일가게의 모습. ⓒ 이봉렬
보고서는 끝부분에서 CDC바우처 제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 해서 "전체적으로 2021년과 2022년의 CDC바우처는 싱가포르에 최대 3억 1280만 달러의 경제 창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싱가포르의 2022년 명목 GDP의 0.05%에 해당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두 해 동안 발행한 바우처가 약 2억 3790만 달러 정도니까 결과적으로 약 7490만 달러 이상의 국가적 이익을 본 겁니다. 서민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올리고, 싱가포르 경제 규모도 키우는 모두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2021년, 첫 해 100달러였던 바우처 금액을 조금씩 올려 2024년에는 500달러로 올렸고, 올해는 거기에 더해 300달러의 기후바우처까지 추가로 지급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물가가 전년 대비 떨어지기도 했던 싱가포르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2022년에는 6.12%, 2023년에는 4.8%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고물가에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는 건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고물가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바우처를 지급한다고 했고, 우리 정부는 지원금 지급이 국가재정만 축내고 고물가를 자극할 거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가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서민 가계의 피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해결책도 나오는 겁니다.
고물가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서민들에게는 지원이 절실합니다. 몰락해 가는 소상공인을 위해서도 서민들 가계에 돈이 돌아야 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기업이나 금융권에 거액을 지원하는 건 나라 경제를 위하는 일이라면서 서민들을 위한 지원에는 다양한 반대 이유를 갖다 붙이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시행한 부자감세만 아니었다면 민생회복지원금을 25만원 씩 지원하는 건 몇 번이고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싱가포르에선 이미 그 효과가 검증되었습니다. 싱가포르가 고맙게도 우리를 위해 시범 적용을 해보고 보고서까지 내놓은 상태입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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