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교육감도 반대한 교육과정 벼락 변경... "국가적 낭비"
통합교과에서 체육 만들고 초1·2에 배포?... 전 교육과정평가원장 "유례없는 일"
▲ 국가교육위원회 29차 전체 회의에서 인사말 하는 이배용 위원장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9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교육위가 교사와 교육감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국가교육위 산하 전문위까지 사실상 부동의 의견을 낸 '2022 개정 교육과정 변경' 방안을 벼락 통과시킨 것에 대해 "나랏돈 100억 원을 날렸다"는 분석이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교육과정 첫 시행 2개월 만에 교육과정이 바뀜에 따라, 이후 교과서를 추가로 1종 이상 새로 만들고 교사 연수도 새로 시키는 데 이 같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추산인 것이다.
29일, 초중고 교과서 연구, 제작을 맡아온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성기선 전 원장(가톨릭대 교수)은 교육언론[창]에 "국가교육위 결정대로 하면 기존 초1~2 통합교과인 <즐거운 생활>교과서를 떼어내 <체육> 교과를 추가로 한 권 더 만들어야 한다"면서 "보통 검정교과서 연구집필 비용이 권당 3억 원이고, 교과서 단가가 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00억 원 가량이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있어서는 안 될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초1~2 학생은 80만 명인데, 이들에게 <체육> 교과서를 추가로 1권씩 더 주게 되면 한 해에 80억 원이 더 들게 된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어 성 전 원장은 "국가교육과정을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고 이번처럼 교육과정을 급박하게 바꿔 새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도대체 교육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무리하게 교육과정 변경을 밀어붙이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초등 교육과정을 잘 아는 서울지역 한 초등교사도 "교육부가 신체활동을 강조하고 싶다면, 미리 교육과정 적용 전에 이를 제안하거나, 이후 차기 교육과정 개편 시기에 맞춰 변경을 진행하면 됐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급작스럽게 교육과정 변경을 진행해 새로 교과서를 만들도록 한 것은 명백한 낭비"라고 짚었다.
한 시도교육청 과장도 교육언론[창]에 "교육과정을 지키라고 존재하는 교육부가 교육감과 교사들, 심지어 국가교육위 전문위 의견 취지와도 정반대로 교육과정 무너뜨리기에 나선 것"이라면서 "이것은 국가적으로 봐도 세금 낭비인데다가 교육혼란에 따른 커다란 기회비용 낭비는 계산도 못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교육혼란에 따른 커다란 기회비용 낭비, 계산도 못할 정도"
이에 대해 교육언론[창]은 교육부 교육과정 관련 부서와 체육 관련 부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의견을 물었지만, 한 담당자는 "해당 건(체육교과 관련 내용)은 우리 업무가 아니라 의견을 주기 어렵다"고 답했고, 다른 부서 담당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26일 오후 국가교육위는 제29차 회의를 열고 '초등 1·2학년이 배우는 통합교과인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체육) 교과를 분리하고, 중학교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약 30% 확대'하는 교육부 요청을 받아들여 교육과정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전체 국가교육위원 17명 가운데 9명이 찬성한 결과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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