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겁나는 시대, 학교 급식엔 문제 없을까?
영양사 선생님께 물었더니... "과일 제공 횟수 조절하고, 대체 식품 쓰기도"
▲ 학교 급식 ⓒ 김용만
최근 여러 이유로 인해 식재료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채소, 과일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한국 과일류의 상승률은 올 1~3월 월평균 36.9%로, 이는 2위 대만(14.7%)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소류 상승률도 10.7%에 달했습니다. 국내 신선과일, 채소류의 경우 하우스 등 시설재배 비중이 커져 농산물 가격이 에너지 가격과 연동되는 경향이 강해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정에서 장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릅니다. 그럼 대규모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학교는 어떤 상황일까, 궁금했습니다.
- 우리 학교 학생들 한 끼 급식비는 어찌 되나요?
"2024년 현재 한 끼에 5900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는 5700원이었습니다. 급식비는 학교급별, 학생수별, 지역별로 차이가 납니다. 우리학교 급식비가 절대적 기준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주로 학생수가 적을수록 고학년으로 갈수록 급식비는 비싸집니다. 즉 유치원이 고등학교보다 급식비가 저렴하며, 같은 고등학교라 해도 학생수가 많은 학교가 적은 학교보다 저렴합니다."
- 식단을 작성하시는데 물가가 올랐다는 것을 체감하시는지요?
"일단 작년에 비해 채솟값, 과일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전에 후식으로 제공할 수 있었던 과일도 가격상승으로 인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건강은 중요하기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종류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배 같은 경우 후식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건강한 채소, 과일을 충분히 주문했다면 이젠 그 횟수와 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 심짇날 식단표 ⓒ 김용만
- 물가 상승 후 식단 짜시는 데 변화가 있다면요?
"소고기 요리 자체를 넣는 횟수가 일주일에 한 번이었다면 이젠 2주에 한 번 정도로 빈도를 줄였습니다. 돼지고기도 수육을 준비할 때 예전에는 목살, 삼겹살을 사용했다면 이젠 앞다리나 뒷다리로 요리합니다."
- 물가가 올랐지만, 학생 건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처하고 계시는지요? 또 식자재 가격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가가 올랐지만, 급식비도 올랐습니다. 학교 급식 식자재는 기본적으로 좋은 것들이 들어오기에 학생 선호도가 높은 등심, 삼겹살 등 비싼 재료를 사용하진 못하지만 다른 재료로 좋은 음식을 내기 위해 급식소에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재료는 한 달을 주기로 계약합니다. 따라서 매달 재료비가 달라집니다. 3, 4월은 겨울철 재료라 가격이 대체로 비쌉니다. 6, 7월이 되면 재료비가 저렴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이해하지만 학생들 음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안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실질적인 애로사항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우리 학교는 급식비가 높은 편이라 특별히 재료비에 대한 애로사항은 적은 편입니다. 만약 급식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학교라면 매우 어려울 것이라 예상됩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음식 식재료 가격도 비싸지니 힘든 학교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비싼 식재료를 사는 빈도가 줄었을 뿐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습니다. 경남의 경우 매일 점심은 교육청에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 등 교육과정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랍니다. 우리 학교는 급식도 교육이라고 가르칩니다. 해서 저희도 특별한 날이 되면 특별식을 제공하려 애씁니다.
학생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교육활동에 잘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급식할 때 인사를 잘하고 밥을 다 먹은 후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럴 때 보람을 느낍니다. 물가가 올라 재료 선택의 폭이 좁아졌고 고가의 식재료 사용 횟수 조절이 불가피한 것은 현실이지만 누구 탓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물가가 안정되어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급식은 단지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영양선생님과 인터뷰하며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특히 '급식도 교육이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 학교라 삼시세끼를 학교에서 먹지만 일반 학생들은 점심만 학교에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머지 두끼는 집에서 먹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하루 한 끼보다는 하루 세끼, 균형 잡힌 영양소의 건강한 식사를 해야 합니다. 건강권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너무 비싸져 형편에 따라 식사의 질이 달라진다면 마음이 아픕니다. 학생뿐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쪼록 기본적인, 건강한 생활을 위한 먹거리는 누구에게든 문턱이 낮아지기를 바랍니다. 잘 먹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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