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선데이 리셋' 할 시간입니다
다음 주를 준비하는 나만의 루틴 SNS에서 유행... 현대인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멘탈 케어
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편집자말]
누가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성과를 보이는지가 중요한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일까. 물리적인 청소와 정리는 나를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멘탈 케어 방법이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청소와 정리는 '지금, 현재'에 몰입하게 한다는 점에서 명상과 비슷하다.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다퉈 옷과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또다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한바탕 대청소가 끝난 후의 해방감과 꿀잠은 덤이다.
스스로를 대접하는 손 쉬운 방법
얼마 전 짧은 1박 여행을 가기 전 날, 갑자기 무엇엔가 홀린듯 항상 거슬리던 주방 카운터를 싹 정리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주방을 보며 너무나도 산뜻한 행복감을 느꼈다. 누가 해준것도 아닌데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러면서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혼자 먹는 밥이라고 대충 차리지 않고 정갈하게 대접하듯 먹는 것이 좋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 청소는 스스로를 대접하는 손쉬운 방법 ⓒ pixabay
그런 의미에서 매일 아침 아주 대강이라도 이불 정리(거창하지 않고 단순히 이불을 펼쳐두는 행위)를 하고 출근하는 것도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지쳐서 퇴근해 집에 왔을 때 침대에 누울 토끼같은 (자식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구겨진 마음을 펼쳐두는 것.
어릴 때는 저녁에 다시 누울 침대를 도대체 왜 정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청소는 미래의 나를 위해 하는 작은 노력이니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하는 연습이 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행위
청소와 정리를 해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집안의 상태가 자신의 멘탈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꼈다. 필요했던 공간이나 장소가 없다는 것이 응어리였다가 집 정리 후 그것이 해소 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사를 하며 나 또한 정리 업체를 부르게 되었는데, 정리 업체 사장님은 집이 깨끗해지는 결과물을 안고 보람있게 돌아가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는 분이었다. 항상 스트레스였던, 문을 열면 와르르 쏟아지던 반찬 용기 칸을 정리하는 법을 배운 건 삶의 질과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더 이상 반찬 용기로 남편과 말다툼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한다'는 행위보다 더 높은 차원이었다. 집의 각 공간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오로지 나만 볼 공간도 소중히 정돈한다는 것의 의미도 배우게 되었으니까. 짐이 워낙 많아 늦은 밤에서야 정리가 완료 되었고, 마지막에 사장님께서 고생했다며 한번 안아보자고 하셨는데 왜인지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우리는 어쩌면 가장 숭고한 작업을 하찮고 귀찮은 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가장 기본이 되는 멘탈 케어는 내 주변을 청소하기.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결해보기. 성공하는 사람들이 매일 이불 정리를 한다는 이유를 아주 조금씩 느끼며 그럼 나도 이제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런 기대도 해보며...!
여기까지 읽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아주 작은 루틴부터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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