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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은 죄, 여섯 번째 대멸종을 초래하다

[서평]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신인철/다정한시민/2024년 5월)

등록|2024.05.11 18:57 수정|2024.05.11 18:57

▲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책 표지. ⓒ 성낙선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는 책 제목에 나와 있는 그대로 '대멸종'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대멸종을 다룬 책들이 주로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에 일어난 '공룡의 대멸종' 등 인류가 기록해 온 역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아득히 먼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뤘다면, 이 책은 앞으로 우리 인류가 직접 겪게 될 대멸종에 초점을 맞췄다.

갑자기 대멸종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대멸종을 그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거나, 아니면 앞으로 몇천 년 뒤의 멀고 먼 미래에 벌어질 사건으로 여기고 별다른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 대멸종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들이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대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그 원인이 공통적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음을 밝힌다. 그와 함께, 생태계 파괴에 따른 동식물의 멸종이 마지막에 가서는 인류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대멸종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였다. 기후 변화와 대멸종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책치고는 비교적 쉽게 읽힌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한 번은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대멸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그저 공룡이 살았던 시대만 떠올리는 어른들이라면 특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읽어 둘 필요가 있다. 책은 작고 가볍지만, 주제는 무겁다.

대멸종은 더 이상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이 대멸종을 과거에 일어났던 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게 꼭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에게 대멸종은 이미 사라진 시대에 일어난 사건에 불과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대멸종'하면,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거나 화산이 폭발하면서 당시 지구상에 존재했던 공룡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던 사건을 떠올렸다. 그와 같은 사건은 다시 반복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

그래서 그 사건을 무슨 옛날이야기라도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전해 듣곤 했다. 실제로 공룡이 살던 시대는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먼 옛날에 일어난 일이고, 운석이 떨어져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잿더미가 되어 한순간에 전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현실감이 전혀 없었다.

대멸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도, 다 어렸을 때 지녔던 호기심에 불과했다.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지구상에 지금까지 대략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 공룡이 사라진 대멸종은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그 전에 일어난 네 번의 대멸종은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철이 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대멸종을 떠올릴 일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대멸종을 인류가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멸종은 더 이상 옛날이야기도 아니고, 공상 과학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여길 이야기도 아니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게 모두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심상치 않다. 해가 갈수록 더 심하다. 날씨가 좀 더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초대형 태풍과 홍수가 수시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뒤흔든다. 기후 변화로 지구 어디에선가 국토가 초토화되는 일들이 거의 매일같이 등장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으로 대형 산불이 북미와 호주 대륙을 불태우는 광경을 지켜봤다.

그 광경이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공룡이 멸종할 당시에도 지구 곳곳이 불탔다. 그 당시 대멸종을 부른 주된 원인은 "거대한 운석의 지구 충돌"이었다. 이때, 운석이 충돌한 지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던 생물들은 모두 불타 없어졌다. 그리고 "지구 다른 곳에 있던 생물들은 좀 더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며 천천히 죽어갔"는데, 그 이유는 "운석 충돌로 생겨난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지금의 기후 변화가 비록 운석이 충돌했던 당시와는 경우가 다르기는 해도, 그로 인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의 기후 변화를 보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공룡의 뒤를 이어 언젠가 인류가 화석으로 남아야 하는 날이 찾아온다. 대멸종은 더 이상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책 내용 일부. ⓒ 성낙선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기후 변화가 계속해서 우리의 일상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발전해 가고 있다.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인류는 여전히 기후 변화에 둔감한 모습이다. 그러다 언젠가 대멸종이 내게 닥친 현실이라는 걸 깨달을 날이 온다. 그때가 너무 늦지 않으려면, 기후 변화와 대멸종에 경각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저자는 경고한다.

"지구에 지금 닥치고 있는 현실적인 기후 변화와 대멸종의 위기는 소설 속의 외계 문명에 의한 위협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짧은 인생과는 큰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기후 변화와 멸종의 위기를 무시한다면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인류는 허망한 종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어려운 단어와 난해한 표현을 피하고, 내용을 간추려 설명하다 보니, 깊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멸종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일 뿐 아니라, 앞으로 그 누구도 아닌 인류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인식하게 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인류는 어쩌다 대멸종으로 가는 무모한 길을 걷게 된 것일까? 어른들이 망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안쓰럽지만, 이 문제를 아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더욱더 언짢다. 가능하면 미래에 대멸종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다. 그래도 언제까지 모르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나마 아이들에게 희망이 남아 있다.

대멸종은 양면성을 가졌다. 지금까지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은 그 시대를 지배하던 생물들에게 처참한 결과를 남겼다. 그런 반면에, 인간과 같이 미약한 존재들이 시대를 넘어 지구상에 거대 문명을 건설하는 생물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태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류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인간이 지은 죄가 너무 많다. 앞서 다섯 번의 대멸종을 부른 기후 변화가 "주로 자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기후 변화는 "주로 인류의 활동에 의한 것"이다. 결국 인류가 지구상에 여섯 번째 대멸종을 초래하는 상황을 몰고 왔다. 인류가 스스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인류가 그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솔직히 어른들한테서는 희망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지구의 미래가 달렸다. 그들 가운데에서 이 난제를 해결할 영웅들이 나타날 것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어딘가에 대멸종을 피할 방법이 남아 있다. 그 방법을 찾으려면 먼저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대멸종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때 이 책,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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