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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숲, 국립수목원

등록|2024.05.10 15:01 수정|2024.05.10 17:45
수십 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국립수목원이었다. 마침내 만나본 그곳은 과연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숲이었다.
 

▲ 국립수목원의 숲과 연못 ⓒ 소준섭


나는 이제껏 그렇게 커다란 복자기나무를 본 적이 없었다. 계수나무며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들도 이제까지 봤던 나무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놀랍게 큰 아름드리 나무들이었다.
  

계수나무국립수목원의 계수나무 ⓒ 소준섭


언덕에 탐스럽게 피어나 있는 줄댕강나무와 털댕강나무 그리고 쪽동백나무의 꽃들은 그 치명적인 향기와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백당나무며 덜꿩나무, 조팝나무, 고광나무, 괴불나무, 황철쭉, 애기말발도리, 빈도리들도 저마다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쪽동백국립수목원의 쪽동백나무꽃 ⓒ 소준섭


비단 나무들만이 아니라 하얗게 피어난 은방울꽃을 비롯하여 정향풀, 동강할미꽃, 꽃창포, 미나리아재비, 선씀바귀, 풀솜대 등등 길가에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자연 그대로 자라고 있다.
  

은방울꽃국립수목원에 피어난 은방울꽃 ⓒ 소준섭

 

미나리아재비국립수목원의 미나리아재비 ⓒ 소준섭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숲길이었다. 그윽했던 그 숲길은 전나무며 참나무,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노각나무, 층층나무, 서어나무, 이팝나무 등등 무수히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수십 년 넘게 꽉 들어찼다.
 

전나무국립수목원 전나무숲 ⓒ 소준섭


그리고 숲 속에서는 꾀꼬리와 산비둘기, 직박구리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지저귀고 있었다. 숲길에는 어릴 적 맛있게 따먹었던 으름나무 넝쿨들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깊고 상쾌한 숲길은 반쯤 돌다가 문을 닫는 시간이 다가오는 바람에 부득이 중도에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비록 이제 막 시든 상태였지만 광릉요강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광릉요강꽃은 광릉숲에서 발견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서 멸종위기 1급 식물이다. 땅속의 균근균과 공생관계라서 캐서 옮겨 심으면 곧 죽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광릉요강꽃 옆에 심어져 있는 복주머니란속 꽃들도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식물들이다.
  

복주머니란국립수목원의 복주머니란 ⓒ 소준섭


이번 가을에는 빨갛게 물든 복자기 단풍을 보러 다시 가려 한다. 그리고 이번에 완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광릉요강꽃은 내년 봄에 반드시 만나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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