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잘 되는 집에는 세 가지 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다듬이 소리다. 이제는 잊힐 것만 같았던 이 다듬이 소리가 유독 자주 울리는 곳이 함양에 있다. 바로 휴천 송전마을이다.

옛날에는 옷감의 구김살을 펴고 반드럽게 하고자 방망이로 두드리는 등 다듬이질이 생활 필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면 현재에 들어서 다듬이질은 어르신들의 힐링 문화로 재탄생했다. 김기완(81) 단장을 필두로한 송전다듬이예술동아리가 그 힐링 문화를 곳곳에 전파하는 중이다.

평균 나이 75세 이상의 남녀로 구성되어 2013년부터 활동해온 이 동아리는 일상생활 문화였던 다듬이질에 가락을 입혀 연주하면서 잊혀가는 전통 고유의 문화를 계승 발전하는 데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10여명의 회원들은 바쁜 농사철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다듬이 장단을 열심히 연습하고 각종 행사에 다듬이 연주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감동을 선물해왔다.

앞으로도 다듬이 소리의 명맥을 잇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송전다듬이예술동아리의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5월7일 송전마을에서 김기완 단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기완 단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송전다듬이예술동아리가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3년도 쯤에 이노태 전 함양군청 국장님이 휴천면장으로 계실 때 저에게 먼저 제안을 하셨습니다. 옛날에는 다듬이 판에다가 옷을 펼쳐놓고 방망이로 두드리면서 다듬이질하는 풍경이 있었는데 이제는 잊혀가고 있는 문화이지 않습니까. 그 정감 있는 숨은 문화에 가락을 입혀서 살려내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다듬이 장단을 만들기 시작했죠. 다들 더불어 다듬이 난타를 하면서 소리에 도취되다 보면 치매나 외로움 같은 것도 많이 없어지기에 소통과 건강에도 좋다고 볼 수 있죠."

- 배우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선 자세가 중요합니다. 앉아서 하는 연주다 보니 허리를 구부리면 허리에 많은 지장이 올 수 있어서 상체를 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손목과 어깨를 풀고 나면 이제 장단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중요하죠. 누구나 당장 쉽게 따라올 수는 있지만 전문적으로 유연하게 또 기교를 부리는 단계까지 가려면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한 2~3년 정도는 해야 감이 잡힐 것 같습니다. 큰 어려움은 없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 다듬이 난타를 통해 어떤 곡을 연주하나요?

"함양 양잠가와 도라지 타령 등을 노래를 부르면서 합니다. 정감 가는 소리에 노래를 곁들이니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분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죠. 양잠가를 주로 하는데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띄워야 할 때 도라지 타령을 하면 반응이 좋습니다. 나중에는 트로트 쪽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래를 잘해야 하는 숙제도 있지요. 나중에 젊은 분들이 주로 하시게 되면 다듬이 난타의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한 과정은 어땠나요?

"잊혀가는 고유문화를 우리가 한번 다시 찾아서 계승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데 있어 만족감이 있죠. 또 회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배우니 외로움도 덜어지고 좋을 수밖에요. 배우는 과정에 있어 같이 합을 맞추다가 누가 실수한다고 해서 그 당사자를 질책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웃음 한번 터뜨리고 그 뒤에 자연스럽게 다시 합을 맞추는 거죠. 이처럼 안 중요한 사람 없다는 마음으로 즐거운 과정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경주전국실버국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경상남도 생활문화 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대회에서 상도 수상하고 각종 행사에 공연도 하면서 성과도 있고 의미 있는 나날을 함께 해왔습니다."

- 송전다듬이질 문화가 지역에 어떻게 자리 잡았으면 하나요?

"문화는 우리 생활에 있어 굉장히 소중한 것이고 계속 이어져야 하는 부분이죠. 다듬이질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없는 관계로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손 떼면 이끌어가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관심 있는 젊은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그래야 함양을 넘어 전국적으로도 이 문화가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저의 꿈이 있다면 다듬이 전시장 같은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다듬이질을 통해 우리 할머니들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을 해보는 것이 학생들과 젊은 친구들에게 귀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역에서 잊혀 가는 다듬이 소리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