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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연이다" 이 말이 실감되는 곳

금선대 회원 가족들, 내성천을 찾아 모래강의 아픈 역사를 보듬다

등록|2024.05.14 11:15 수정|2024.05.14 13:40

▲ 무섬마을로 들어서는 다리인 수도교에서 바라본 내성천의 아름다움. 모래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곳도 영주댐으로 인해서 풀과 버드나무가 자라는 육화 현상을 피할 길이 없어서 트랙터로 정기적으로 관리된 모래톱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내성천 강조개의 일인시위 왜? ⓒ 정수근

   
"한국인데도 되게 몰랐던 부분들도 많이 보고 가고 지금도 제가 볼 때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전 사진 보니까 확실히 차이는 많이 나는 것 같거든요. 근데 확실히 그냥 두는 게 제일 좋다는 것도 좀 보게 되고요. 그리고 새만금 가면 갯벌의 중요성을 많이 보고 가는데 여기 와서는 이제 모래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나 모래 자체의 중요성도 조금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던 것 같습니다."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으로 유명한 '(사)세상과함께'의 윤경선 이사의 말이다. 세상과함께 회원들이 주축이 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며 특히 지구환경과 마음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2년 설립된 '(사)금선대' 회원 가족들이 지난 12일 내성천을 찾았다.

내성천을 찾은 금선대 가족들... 아이들은 자연이다

윤 이사 역시 세상과함께의 자매단체인 금선대 회원으로서 가족과 함께 내성천을 찾았다. 내성천은 우리강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4대강사업 현장의 하나인 영주댐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내성천은 낙동강의 지천이고 이 지역 사람들에겐 잘 알려져 있을진 몰라도 전국적으로는 그 가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이 특별한 강의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고 싶은 이유다.
  

▲ 모래강 내성천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무섬마을 아래쪽 내성천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내성천을 찾은 금선대 회원 가족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금선대 회원 가족들은 필자의 안내를 따라 무섬마을 아래 내성천 물길을 걷고는 영주댐으로 가 현장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으로 내성천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국가명소인 회룡포를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했다.

물길걷기는 전날 내린 비로 강물이 조금 불어난 상태고, 흙탕물이 좀 끼긴 했지만 걷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비구름이 물러가고 해가 다시 나타나 걷기엔 안성맞춤인 날이었다. 물길걷기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신나게 앞장서 달려갔고, 그 뒤를 어른들이 따라 걸었다.

"아이들은 자연이다"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자연속 아이들을 거침 없었다. 물살
이 센 곳도, 조금 깊은 곳도 거칠 것 없이 내달렸다. "남녀노소가 뒹굴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내성천의 큰 특징이자 장점이 십분 발휘된 순간이다.
 

▲ 걷고 뛰고 둥굴고 내성천 물길을 걸으며 신이 난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강 가운데 모래섬에서 재첩을 찾는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모래성을 쌓고 노는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이들은 걷고 뛰고 헤험치고 하는 와중에 재첩을 잡고, 강조개를 잡고, 수달의 흔적을 살피고, 물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모래강에 정말 다양한 생명들이 산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1㎞ 정도 거리의 모래강을 맨발로 걸으며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지칠 줄 몰랐다. 잠깐 쉬는 시간에도 모래성을 쌓고, 모래찜질을 하고, 물수제비를 날렸다.

물길걷기의 절반은 물에서 나와 강변 모래톱을 걸어 돌아가는 것으로 진행됐다. 과거 온통 모래 백사장이었던 모습과 달리 양쪽으로 풀과 버드나무들이 자란, 이른바 육화된 현장을 지나면서 내성천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모래의 감촉을 온몸으로 체험하기 위해서 또 강의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 모래톱 위에 그대로 드러누워도 봤다.

등으로는 따뜻해진 모래의 감촉을 느끼고 귀로는 강이 전하는 소리를 들었다. 고요한 가운데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는 내성천 현장 속으로 오롯이 들어온 순간이다.
 

▲ 내성천 모래톱에 드러누워 온몸으로 내성천을 느껴보고 내성천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걸으면서 유독 드러난 자갈도 만나게 된다. 고운 모래가 많이 쓸려내려가면서 입자가 굵은 모래나 자갈들이 늘어난 것 또한 내성천 변화의 또다른 특징이고 이날 이들은 맨발로 그곳을 걸으면서 내성천의 변화를 발바닥으로도 느껴본 시간을 가진 것이다.

영주댐으로 망가져가고 있는 내성천 ... 녹조 독이 든 공기로 주민들마저 위험해

이 모든 변화가 그 물길걷기 현장에서 바로 7~8㎞ 상류에 들어선 영주댐으로 비롯된다. 내성천 변화의 정점으로 무엇보다 영주댐 현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영주댐 현장이었다.

영주댐물문화관 전망대에 올라 댐으로 막혀 영주호가 된 내성천을 바라봤다. 영주호 가운데 1천년 된 물돌이마을인 금강마을 수몰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이제는 작은 섬으로 남은 그 마을의 흔적을 보면서 그 오래된 마을에 얽힌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영주댐으로 금강마을을 비롯한 오래된 마을과 평은면이란 면소재지 자체가 수몰됐다. 529세대가 사라지는 슬픈 역사를 남기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중에 일부는 고향땅을 완전히 버릴 수 없어서 수몰을 면한 위치에 신 금강마을과 신 동호마을, 신 평은마을이란 새로운 이름의 마을을 지어서 살고 있다. 이들 마을 이외에도 영주댐을 따라 집들이 조금씩 지어졌고 그래서 영주댐 주변에도 제법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 영주댐에 심각한 녹조가 창궐한 가운데 이주단지들인 문화재이주단지와 신 금강마을과 신 동홈마을이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문제는 영주댐 자체에 있다. 낙동강 수질개선이란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댐이 물을 담수하자마자 맞닥뜨린 문제가 녹조다. 낙동강보다 더 심각한 녹조의 창궐로 이 물로 낙동강 수질개선은 어불성설이다. 영주댐 무용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 댐으로 국보급 하천인 내성천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영주댐 무용론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장관인 김은경 장관도 크게 공감한 부분으로 2017년 시작된 시험담수시에 나타난 녹조라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이후 담수를 못하게 한 사실로도 확인된다. 그 이후로 문화재 이주단지 공사가 끝이 나지 않아 정식 준공을 하지 못한 채 댐의 물을 1/3 정도만 채운 상태로 있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까지 동원돼 '꼼수 준공'을 하게 해준 것이 지난해 일이다.
 

▲ 영주댐 물문화관 전망대에서 함께 외쳤다. "영주댐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제 '억지 준공' 승인은 떨어졌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준공이 됐다는 것은 댐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고 그리 되면 녹조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녹조 속에 든 독이 에어로졸 형태로 댐주변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녹조 독에 노출되는 위험까지 안게 된 것이다.

댐 무용론에다 녹조 비상론까지 불거지면서 "이 쓸모없는 영주댐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환경단체와 내성천을 사랑하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이들은 이러한 설명을 필자에게 전해들으면서 영주댐과 내성천의 산 역사를 간접 체험하게도 된 것이다.

회룡포와 물새알

영주댐으로 얽힌 내성천의 슬픈 사연을 접하고는 이들은 이제 마지막 행선지인 회룡포로 내달렸다. 1시간여를 이동해서 회룡포 전망대에 올라 360도 회돌아가는 전형적인 물돌이마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구불구불 흐르는 감입곡류(嵌入曲流)하천의 독특한 아름다움도 엿보게 된다.
 

▲ 전형적인 물돌이마을이자 감입곡류하천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국가명승 제1`6호 회룡포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회룡포 전망대에 선 금선대 회원 가족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와 정말 아름답네요. 이래서 이곳에 와보자 한 것이군요."

감탄사가 이구동성 연발한다. 그런 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내성천의 그 은빛 모래톱을 체험해보기 위해서 발아래로 내려갔다. 회룡포 주자창에 차를 세우고 뿅뿅다리를 건너고 다시 돌아나와서 바닷가 백사장보다 더 넓은 회룡포 모래톱을 대면한다.

광활한 모래톱엔 모래뿐 아무 생명이 없을 거 같지만 그곳은 생명을 품고 있다. 그것도 모래톱에 앙증맞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그 자체로 생의 큰 울림이 되어주는 물새알들을 대면하게 된 것이다.
 

▲ 회룡포 모래톱에서 만난 꼬마물떼새 둥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정말 조그맣네, 어떻게 이것을 찾았지요?"
"너무 아름다워요."
"어미새가 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는 일단은 바로 벗어났다. 멀리서 걱정하면서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어미새 때문에. 그래서 멀찍이 떨어져 일행은 물새알 알집 모양으로 모래톱에 둥글게 둘러앉아 이날 내성천을 둘러본 소감을 나누면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 알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회룡포 백사장에 앉아 소회를 나누고 있는 금선대 회원 가족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고향을 낙동강이 흐르는 경북 구미라 소개한 이탁근 회원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다.

"저는 구미에서 자랐는데 , 이곳보다 훨씬 더 고운 모래와 맑은 물이 거기도 흘렀거든요. 그러면 아버지가 거기서 쏘가리, 빠가사리를 잡으시면서 저는 옆에서 놀았는데, 그곳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되게 많이 안타까웠어요. 그것들이 남아 있는 내성천을 보고 정말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좋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없어지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고, 그러려면 우리 친구들 머릿속에 이게 남아 있어야 가능하잖아요. 오늘 이 풍경이 아이들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잡기를 기원해봤습니다."
 

▲ 회룡포 모래톱의 물새알 둥지. 앙증맞은 아름다움으로 생의 질서를 느끼게 한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의 질서를 이어가는 저 모습은 무언의 정언명령이기도 하다. 최선을 다해 삶을 이어가라는.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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