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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지촌 미군 위안부는 국가 책임' 판결...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아픈 역사

등록|2024.05.18 17:21 수정|2024.05.18 17:21
<동두천 '성병관리소'를 아십니까>에서 이어집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한국전에 투입된 외국 군인은 1951년, 약 20만 명에서 1953년에는 32만 5천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자국여성의 정조 관리라는 차원에서 '젊은' 외국 병사들의 성욕 관리가 주요한 문제로 떠올랐고, UN군을 이끄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투에 지친 병사들을 위무하는 일이 전투력 유지를 위한 필수적 과제로 부각되었다. 한국 정부는 특정 장소에 위안소를 설치하고 등록제를 실시하여 성매매 여성들에게 강제적으로 성병 검진을 받게 하였으며, 허가받은 업자와 성매매 여성들로부터 일정한 세금을 징수하였다...

1957년 이후 일련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양공주들의 구획화와 격리, 효율적 감시체계가 가능해지고 성병진료소가 미군기지 주변으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국 병사들의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한 미군 당국은, 같은 해 미군의 외출과 외박을 허용한다... 한국 정부는 미군의 일본행 성매매 수요를 보다 효과적으로 국내로 돌리기 위한 방안으로 위안부들을 상대로 계몽강연회를 열었다. 각 지역의 경찰간부들이 직접 개입하여 조직하고 관리, 실행하는 형태였는데 주 내용은 성병예방 교육 및 미군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의 고양과 같은 것이었다.
- 2023.4.29.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주최 시민토론회,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보존을 위한 공대위, 성병관리소의 평화적 전환과 활용

위 토론문에서는 성병관리소가 생긴 이유를 말하고 있다. 성병관리소는 본인의 자발적 치료가 아닌, '국가에 의한 강제검사와 진료시스템 구축'이었다. 국가가 미군위안부들의 몸을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성병관리소는 국가엔 그 필요성을 체계적으로 실현한 관리시설이었지만, 그곳에 갇힌 여성들에게는 일생의 아픔이 서린 수용소였다. 그 아픔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현장이 성병관리소이다.

2010년 12월 생존한 기지촌 여성들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피해사실 입증, 자료 등을 정리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2016년까지 11차에 걸친 변론 끝에 2017년 1월 20일 1심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강제격리 직접 피해자인 원고 일부에게 개인당 500만 원씩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8년 2월, 2심 판결에서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국가가 기지촌 운영 및 관리 과정에서 기지촌 위안부였던 원고들을 상대로 성매매 정당화와 조장행위, 위법한 강제 격리 수용 행위'를 한 것을 인정하고 '원고 전원에게 700만 원 또는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2022년 9월 29일 대법원이 마침내 '국가책임을 인정' 함으로써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소송은 최종 승소했다. 8년 3개월 만에 역사적인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기지촌 여성' '미군 위안부'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법원도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한 기지촌 존재의 불가피성과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미 국무부, 육군 의무국이 특별조사관을 파견하여 한국 정부에 기지촌 여성 등록, 정기적 성병검사 강화, 성병감염 여성 격리 요구, 의약품 공급과 전문지식 제공'을 하면서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성매매를 허용'한 점을 지적했다. 소송에 나선 기지촌 생존 여성들은 이렇게 말했다.

"미군에 의한 폭행 시 경찰은 우리 편 안 들었다. 쌍욕을 하고 유치장에 가두기도
했다."
"보건소와 시청, 경찰, 미군 등이 합동 단속 나왔다. 페니실린 606호 맞고 죽은 여성도 많다."
"돈 못 벌면 포주가 밥도 안 줬다. 친정 가면 인간 대접 안 해 줬다."
 

▲ 동두천시 상패동에 있는 기지촌 여성들의 무연고 묘지 ⓒ 임성용


성병관리소 평화적 활용에 대하여
 
동두천시 성병관리소는 한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조물로서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 경기도 기지촌여성지원 등에 관한 조례(2020. 4. 29)에 따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시행한 기지촌여성 생활실태 및 지원정책 연구(2020. 12)

경기도 기지촌여성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도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한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조물로서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동두천의 시민단체(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동두천역사문화공원추진시민모임, 동두천성병관리소보존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등)도 동두천시에 아래와 같은 제안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관광 : 지역주민의 삶을 존중하며 지역과 관광객의 만족뿐 아니라 지역과 지역주민 모두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여행. 최근에는 지역투어, 마을투어 등으로 활성화, 메모리얼투어, 다크투어(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는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문화여행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음.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당대나 최근에 일어났던 일이라면 더욱 관심을 갖고 선호함.

새로운 로컬 스토리텔링 : 동두천만의 공간과 지역 활용도를 높이는 근대문화공간으로 활용. 동두천 내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지역을 문화여행으로 발굴 육성하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필요성, 경기도에 근현대 문화여행 관련 조례가 없음. 경기도 내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지역을 문화여행으로 발굴·육성하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필요성. 비극을 겪었거나 황폐화된 지역들에 관광객들이 유입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긍정적 측면. TV,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서 각종 여행관련 프로그램로 인기.

동두천만의 스토리텔링 : 스토리를 통해 그 속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전달한다. 기지촌 이미지 역사와 시대의 관점, 지역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은 삶을 기억하고 고유한 자기정체성에 대한 긍지를 높이고 지역 주민 공동의 문화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터전을 만드는 일이다.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관광객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경험을 위한 인식, 이해, 감상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며, 관광객으로 하여금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관심과 배움을 향상시킨다. 동두천만이 갖고 있는 풍부한 근현대사의 스토리텔링은 동두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인식의 전환을 제공한다.
 

▲ 동두천 시청 앞, 여성·시민단체 기자회견 2023. 04. 07 ⓒ 임성용


그러나 동두천시는...

동두천시는 소요산 개발 연구 용역 결과 발표 전에 성병관리소 철거 또는 보존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다. 시에 따르면 성병관리소 존치 여부, 주민들의 설문 결과 ▲ 철거 89.2% ▲ 보존 10.8% 등 철거를 선호하는 주민이 8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형덕 동두천 시장은 "성병관리소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철거·개발계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면밀히 검토, 흉물로 방치된 성병관리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주변 상인들 중심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만 알려주고 인원수를 확대한 동두천 시민 500명 설문조사 결과(보존 6 : 4 철거)는 숨기고 있다.

이에 성병관리소 보존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철거 반대 시민들의 입장을 동두천시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보존의 타당성과 활용의 당위성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성병관리소 보존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첫째, 기지촌 역사와 시대의 관점에서 동두천은 평화와 치유의 장소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도시이다.
둘째, 지역의 향토사 관점에서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우리의 역사를 바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성병병관리소가 위치한 입지조건에서 소요산은 어린이박물관, 자유수호역사박물관이 있으므로 이를 연계할 수 있다.

즉 성병관리소는 기억, 현장, 보존을 넘어 교육, 인권, 문화, 역사유산의 장소로 만들 수 있다. 다른 지자체는 근현대유산을 발굴하고 지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역 축제, 문화제의 방향도 지역의 역사 및 문화를 바탕으로 문화산업화하고 있는 추세다. 동두천의 지역사는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퇴역한 미군들의 투어 상품으로도 개발할 수 있으므로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2024년 5월 17일 문화재청은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을 공표했다. 국가유산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지정유산 또는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등록되지 아니한 국가유산 중 중요한 것을 시·도지정유산 또는 시·도등록유산 등으로 지정·등록하여 보호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개발계획·개발사업이 국가유산 및 그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진단하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만약 동두천시가 시장의 말대로 '면밀한' 조사와 검토 없이 성병관리소를 철거한다면 국가유산기본법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성병관리소는 '동두천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일방적 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병관리소 건물은 문화공원으로 계획된 주변의 부지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로 결합하고 역사테마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옳다. 그것이 소비적이고 위락단지화된 개발이 아닌 진정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개발이다. 그렇게 하면 성병관리소는 동두천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유산을 잇는 중심지로 거듭 날 수 있다.
 

▲ 성병관리소 보존을 위한 시민문화제, 2023. 10. 14. ⓒ 임성용


빼뻘

임성용

산 아래 배밭 많아서
뱃벌이 빼뻘 되었다지만
한 번 빠지면
영원히 발을 뺄 수 없는 뻘
죽도 살도 못한 빼뻘이라고

그곳에서 너는 별을 그렸지
그곳에서 나는 땅을 그렸어
밤이면 하늘에 별만 살지
땅엔 사는 게 너무 많아
모두 다 그릴 수가 없었지

흰 배꽃 흰 나비야
어린 나비잠도 못 자고
뱀의 먹이가 되고 말았지
밤마다 독수리가 날아왔어
뱀과 독수리는 한 편이었어

나는 못 박힌 별을 임신했지
이슬 먹은 나무 꽃가지에
별이 빛나는 건 거짓말
내 별은 열다섯에 죽은 별
철조망 너머로 떨어져 내렸어

친구와 언니 셋을 묻었어
구덩이가 좁아 눕히지 못하고
관을 세운 채 흙을 덮었어
빼뻘 깊이 나무막대기를 꽂고
이름도 없이 번호를 써놓고 왔어

그날 밤 소쩍새 울고
뱃속 갈라 피 묻은 나를 꺼냈지
그렇게 태어날 수 있어도
그렇게 죽을 수 있어도
입을 갈라 나를 토해낼 수 없었어
덧붙이는 글 필자 임성용 시인은 (사)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장이며 성병관리소 보존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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