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불의 고리' 화산대가 발리에 있는 우리 집을 흔들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겪은 지진 경험담
지난 5일 일요일 저녁에 이상하게 우리집 강아지가 밖을 향해 짖어댔다. 우리집 강아지는 누가 마당에 들어온 게 아니라면 짖지 않는 편이데, 고요한 앞마당을 보고 목청껏 짖어댔다. 썩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동네 개들이 단체로 하울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진이 온다는 건데... 나는 작년 8월에 처음 지진을 세게 겪고나서 지진이 오기 전에 동네 개들이 엄청나게 짖는 것을 체험헤서 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6일 월요일 아침에 외교부에서 안내 문자가 왔다.
'소롱 남쪽 해역에서 강도 6.2 지진 발생. 낙하물과 여진에 주의...'
소롱이 어디인가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발리에서 제법 먼 곳에 있지만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었다. 인도양 속에서 지진은 아마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터지면서 바다와 육지를 흔들어 놓을 게 뻔했다.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집... 신에게 빌었다
월요일 밤에도 우리 강아지와 동네 개들이 짖고 하늘을 향해 하울거렸다. 우리 강아지가 고작 11개월 밖에 안 된 녀석이 듣는 귀가 틔여서 하울링을 태어나 처음으로 배웠다.
화요일 새벽 6시 경에 또 집이 상하좌우로 흔들렸다(위아래로도 흔들린다는 게 미칠 노릇이다). 평일 기상 시간이 6시 20분이라 몸이 어느 정도 깨어 있는 상태라 순식간에 눈이 떠졌다. 어제 지진이 일어났었다는 정보가 의식을 지배하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옆에 있는 아들 손을 덥썩 잡았다. 한번만 더 흔들리면 바로 대피하리. 이 집을 빠져나가는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세워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집에서 대피하지 못한 동물은 우리 때문에 못 나간 우리 강아지, 그리고 사람인 우리들 뿐이었다. 그나마 우린 사람치고 예민한 편이라 여진을 느꼈던 것이었고, 담날 학교에 가서 학부형들에게 간밤에 지진을 느꼈는가 물어보니 아예 느끼지 못한 사람들도 여럿 됐다. 동물적 본능을 탑재하지 못한 무감각한 동물들이라니,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참 안됐다. 지진이 정말 발생한다면 가장 마지막에 우두커니 남아 있을 동물들이 우리사람 아닌가.
동네개들은 수요일 밤에도 울어댔고, 목요일 밤에야 단체 행동을 그쳤다. 다같이 하늘을 보면서 달님을 향해 강하게 구호를 외치는 하울링 스트라이크는 발리의 밤하늘을 찢어 놓을 기세였다. 여진이 수요일에도 있었을 수 있지만, 이 날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보다는 짖어대는 개들 소리에 잠을 설쳐야 했다.
그런데 어제 화요일 오후에 또 집이 흔들렸다.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가량이나 됐는데 인도양은 아직도 출렁이고 있는 것인지! 2층집에 산다는 게 이렇게 불안한 일이 될 줄이야! 온갖 원망과 불안감이 순식간에 밀려들어 왔다.
이번에는 학교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돼서 다행히 1층 거실에 앉아 있었던 지라, 바로 강아지를 들쳐 안고 아들 손을 잡고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1층에서 지진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는데, 지반이 울렁거리는 건 또 태어나서 처음 겪였다. 고맙게도 여진은 한번만 강하게 왔고 더는 오지 않아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다스리며 집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위치한 '불의 고리' 화산대가 심상치 않다. 이렇게 잦은 경험이 자꾸 쌓이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떠올랐다. 불안한 일들의 엔트로피란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이라서 이러다 마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우둔한 사람들이 지구를 해치고 지구가 아파하면서, 기후가 변하고 지진이 잦아진다. 우리가 지구에게 한 악행은 고대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래도 별 일 없이 지나갈 수 있길 빌어본다. 두 달 후 내가 이 섬을 떠나고 나서도 이 섬이 안전하길. 그래서 여기에 사는 내 친구와 인연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길 소망한다. 발리는 '신의 섬'이니 만큼 신께서 꼭 이 땅을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시길.
아니나 다를까 6일 월요일 아침에 외교부에서 안내 문자가 왔다.
소롱이 어디인가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발리에서 제법 먼 곳에 있지만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었다. 인도양 속에서 지진은 아마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터지면서 바다와 육지를 흔들어 놓을 게 뻔했다.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집... 신에게 빌었다
▲ 발리에서 소롱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소롱까지 지도상 위치 ⓒ ehamall.com
월요일 밤에도 우리 강아지와 동네 개들이 짖고 하늘을 향해 하울거렸다. 우리 강아지가 고작 11개월 밖에 안 된 녀석이 듣는 귀가 틔여서 하울링을 태어나 처음으로 배웠다.
화요일 새벽 6시 경에 또 집이 상하좌우로 흔들렸다(위아래로도 흔들린다는 게 미칠 노릇이다). 평일 기상 시간이 6시 20분이라 몸이 어느 정도 깨어 있는 상태라 순식간에 눈이 떠졌다. 어제 지진이 일어났었다는 정보가 의식을 지배하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옆에 있는 아들 손을 덥썩 잡았다. 한번만 더 흔들리면 바로 대피하리. 이 집을 빠져나가는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세워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집에서 대피하지 못한 동물은 우리 때문에 못 나간 우리 강아지, 그리고 사람인 우리들 뿐이었다. 그나마 우린 사람치고 예민한 편이라 여진을 느꼈던 것이었고, 담날 학교에 가서 학부형들에게 간밤에 지진을 느꼈는가 물어보니 아예 느끼지 못한 사람들도 여럿 됐다. 동물적 본능을 탑재하지 못한 무감각한 동물들이라니,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참 안됐다. 지진이 정말 발생한다면 가장 마지막에 우두커니 남아 있을 동물들이 우리사람 아닌가.
동네개들은 수요일 밤에도 울어댔고, 목요일 밤에야 단체 행동을 그쳤다. 다같이 하늘을 보면서 달님을 향해 강하게 구호를 외치는 하울링 스트라이크는 발리의 밤하늘을 찢어 놓을 기세였다. 여진이 수요일에도 있었을 수 있지만, 이 날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보다는 짖어대는 개들 소리에 잠을 설쳐야 했다.
그런데 어제 화요일 오후에 또 집이 흔들렸다.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가량이나 됐는데 인도양은 아직도 출렁이고 있는 것인지! 2층집에 산다는 게 이렇게 불안한 일이 될 줄이야! 온갖 원망과 불안감이 순식간에 밀려들어 왔다.
이번에는 학교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돼서 다행히 1층 거실에 앉아 있었던 지라, 바로 강아지를 들쳐 안고 아들 손을 잡고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1층에서 지진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는데, 지반이 울렁거리는 건 또 태어나서 처음 겪였다. 고맙게도 여진은 한번만 강하게 왔고 더는 오지 않아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다스리며 집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위치한 '불의 고리' 화산대가 심상치 않다. 이렇게 잦은 경험이 자꾸 쌓이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떠올랐다. 불안한 일들의 엔트로피란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이라서 이러다 마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우둔한 사람들이 지구를 해치고 지구가 아파하면서, 기후가 변하고 지진이 잦아진다. 우리가 지구에게 한 악행은 고대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래도 별 일 없이 지나갈 수 있길 빌어본다. 두 달 후 내가 이 섬을 떠나고 나서도 이 섬이 안전하길. 그래서 여기에 사는 내 친구와 인연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길 소망한다. 발리는 '신의 섬'이니 만큼 신께서 꼭 이 땅을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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