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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을 15년 넘게 좋아하면 생기는 변화

16년 차 덕질이 주는 행복이란... 노래가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는 마법

등록|2024.05.17 13:43 수정|2024.05.17 13:45

▲ 2024년 5월 10일 콘서트에 다녀왔다 ⓒ 이세빈


16년이 지났다. 한 연예인을 좋아한 지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초등학교 3학년에 시작한 '덕질'은 20대 중반이 된 지금에도 지속되고 있다. 매년 나에게는 하나의 이벤트가 있는데, 그게 지난주였다. 콘서트에 다녀온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열 살 때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연예인을 좋아하게 됐다. 소위 말해 '덕질'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저 당시 인기 많은 연예인을 친구들 따라 좋아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15년 뒤에도 내가 그들을 좋아할 거라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돈을 많이 투자하거나 시간을 따로 내서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정도로 열정을 쏟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 한 편에 두고 노래를 즐겨 들으며 일 년에 두어 번 공연에 갔다. 하루는 멤버가 탈퇴를 하기도, 하루는 소속 연예인이 이름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 일상에 지장을 받을 만큼 열정을 다하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았다. 한 연예인을 꾸준히 좋아하는 일이 그들에게만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지나 보니 그게 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모르는 일이 없다. 같은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가 그 모든 세월을 함께 보냈음을 느낀다. 그들이 낸 노래는 전곡을 다 꿰고 있어서, 노래를 들으면 그 시기 했던 생각과 고민을 떠올릴 수 있다. 내 인생의 수많은 순간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여름날 밤이 떠오르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 수험생활이 떠오른다. 또 어떤 노래를 들으면 막 벅차오르기도 하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려 온다. 살면서 힘들었던 기억, 설레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등 순간순간에 그들의 노래가 함께 했다는 흔적이다.

노래와 향기는 어떠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15년간 내 귀에 울려 퍼지던 똑같은 목소리는 어느 날에는 듣기만 해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매일, 매 순간 연예인을 생각하거나 마음이 쓰일 정도로 시간과 열정을 다 쏟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해에 한두 번쯤은 그 콘서트에 가서, 힘든 모든 걸 잊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연예인과 팬들만이 아는 이야기들과 지금은 길거리에 잘 울려 퍼지지 않는 오래된 노래들이 그때의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지나고 보니 그만큼에 가치가 느껴진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꾸준히 좋아한다는 것은 참 가치 있는 일이다. 그걸로 어떠한 순간들을 추억하고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추억의 힘은 대단했다. 내 인생에 많은 부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준 것에 감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노래를 듣는다. 언젠가는 이 노래를 들을 때 또 이 순간이 떠오르겠지? 지금 흐르고 있는 이 시간에도 또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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