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4주년 앞두고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촉구
대전단체들 5·18민중항쟁 정신계승대회 개최
▲ 대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5.18민중항쟁 44주년을 하루 앞둔 5월 17일 저녁 7시에 대전역 서광장에서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서 노래패 ‘놀’이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 임재근
▲ 대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5.18민중항쟁 44주년을 하루 앞둔 5월 17일 저녁 7시에 대전역 서광장에서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를 개최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임재근
봄은 언제나 나에겐
희망보다는 두려움이었고
새로움보다는
삶에 뜨거운 맛을 겪는
아픔의 계절이었다.
오월이 되면
온몸을 몽둥이로 난타당한 듯
몸살을 앓아야 하고
말을 잃고
자신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가 된다.
전두환 신군부 시절 조작사건이었던 아람회 공안사건 피해자인 김현칠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원이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에서 낭독한 시의 한 구절이다. 아람회 사건 당시의 고문 등으로 몸이 상한 김현칠씨는 이날 헌시 낭독을 위해 무대를 오르내릴 때 지팡이를 짚어야만 했다. 헌시 마지막에 고문 후유증 등으로 세상을 떠난 동지들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에서 아람회 공안사건 피해자인 김현칠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원이 헌시를 낭독하고 있다. ⓒ 임재근
▲ 대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5.18민중항쟁 44주년을 하루 앞둔 5월 17일 저녁 7시에 대전역 서광장에서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를 개최했다. 대회 사회를 맡은 고상삼 충남대학교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이 구호를 선창하고 있다. ⓒ 임재근
대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이하 5.18대전행사위)는 5.18민중항쟁 44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7시 대전역 서광장에서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를 개최했다.
5.18대전행사위는 5·18민중항쟁 정신을 계승해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헌법전문 수록 등을 실현하고, 더불어 민생위기, 민주주의 위기, 기후·환경위기, 전쟁위기, 사회안전 위기를 극복해 오늘의 역사정의 실현을 결의하는 의미에서 올해는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이라는 슬로건으로 대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김창근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80년 그해 5월의 외침은 결국 군사독재를 무너뜨렸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뿌리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고 밝힌 후 "하지만 44년이 지난 지금도 왜곡과 폄훼로 오월을 지우려는 망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5월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도 멀기만 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아직도 80년 5월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오월의 진상규명이 절대적 과제임을 밝히며, 오월 역사왜곡 세력들에 맞서 역사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에서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김창근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에서 김창근 회장의 대회사 후에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이날 대회에는 각계 발언이 이어졌다. 이태영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은 과거 온라인상에 오르내렸던 5.18폄훼 발언과 최근 5·18민주화운동을 시민 폭동으로 설정한 '로블록스' 게임 '그날의 광주'를 언급하고 "끊임없이 여러 방면에서 5·18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결국 오월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촉구했다.
이태영 집행위원은 "헌법 전문 수록은 지난 정권인 문재인 정부 때에도 공약으로 내걸었고, 현 정권도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라면서 "폭력적이고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항한 국민의 저항권을 실정법상 권리로 인정한다는 의미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사무국장이기도 한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는 발언에 나서 "1980년 5월 광주학살 진짜 주범은 미국"이라며 미국을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영복 공동대표는 "결국 1980년 5월 광주전남지역에서의 전두환 군부에 의한 무차별적인 양민학살이 모두 미군의 작전통제권 지휘 아래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라며, "광주학살 당시 최종 발포명령자가 결국 미국인 것이고, 광주학살의 주범이 미국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진상규명은 결국 미국의 책임과 역할 규명이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며, "미국정부의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책임자 처벌, 미국정부 차원의 배상, 국제사법재판소에서의 재판 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 대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5.18민중항쟁 44주년을 하루 앞둔 5월 17일 저녁 7시에 대전역 서광장에서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를 개최했다. ⓒ 임재근
▲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에서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故진세은씨의 고모, 진창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임재근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고 진세은씨의 고모 진창희씨도 무대에 올라 발언에 나섰다. 진창희씨는 "1980년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이유는 아직 제대로 된 진실규명이 부족하고 학살자에 대한 응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제주4.3, 5.18, 4.16세월호, 10.29 이태원 사건을 언급하며 "과거의 일로 덮어버릴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다시 이야기하며 우리의 순전한 애도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던 정치인들과 언론 등은 더 이상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근거 없는 폄훼와 왜곡을 멈추어 달라"면서 "국회와 정부는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가족들의 절규와 외침을 다시금 되새기고 조속히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립에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전민중의힘 김율현 상임대표는 "44년 전 불법으로 군대를 동원하여 총칼로 짓밟으려 했던 신군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으로 항거했던 광주민중항쟁 정신을 계승할 것"이라며 "총선민심 외면, 민중탄압 검찰독재,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신계승대회에서는 중간 중간 5.18민중항쟁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상영했고, 노래 공연도 펼쳐졌다. 대전평화합창단은 '그날이 오면'과 '광주출정가'를 불렀고, 합창단 푸른하늘은 '광주여 무등산이여'를 불렀다. 노래패 '놀'은 '떠나라'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노래패 '놀'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에는 대회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제창을 했다. 대회는 오후 8시 반경에 끝났다.
▲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에서 합창단 푸른하늘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임재근
▲ ‘제44주년 5·18민중항쟁 대전시민 정신계승대회’에서 대전평화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임재근
한편, 대전광역시는 그간 수년째 보조 사업비로 지원했던 5.18민주묘역 참배예산을 올해 전액 삭감해 5.18관련 단체를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5.18대전행사위는 대전시의 예산 전액 삭감에도 불구하고 자체 예산을 마련해 지난 주 5.18민주묘역 참배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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