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보자, 불혹 가까워도 멈추지 않는 열정
무패신성 머피에게 완패, 베테랑 투지는 여전
▲ 에드손 바르보자(사진 오른쪽)에게 맹공을 퍼붓는 르론 머피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전천후 스트라이커이자 국내 팬들에게는 태권도 검은띠 파이터로 유명한 에드손 바르보자(38·브라질)가 무패 신성 르론 머피(32·영국)와의 대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페더급(65.8kg) 12위 바르보자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바르보자 vs 머피' 메인 이벤트에서 머피에게 만장일치 판정(49-46, 50-45, 50-45)으로 패했다.
패기의 신성이 노련한 베테랑을 잡아낸 경기였다. 머피는 커리어 첫 메인 이벤트 5라운드 경기에서 시종일관 잽과 펀치 콤비네이션으로 바르보자를 압도했다. 바르보자는 시종일관 밀리며 본인에게 유리한 흐름을 잡아내지 못했다. 1라운드에 그라운드에 등을 대고 누운 상태서 상위 포지션에 있던 머피에게 업킥을 맞춰 순간적으로 무릎을 꿇게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후에는 시종일관 밀리며 머피라는 새로운 스타 탄생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이날 승리 이후 머피는 "이건 기적 같은 것이 아니다.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챔피언이 될 생각이다. 별명도 아이스맨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사고 이후 덤으로 주어진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지라 더더욱 이 시간을 귀하게 쓰면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힘든 길을 헤치며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타이틀전까지 가려고 한다. 검증된 레전드 바르보자를 물리쳤기에 이제 인정받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바르보자와의 맞대결 승리로 인해 머피는 마침내 톱15 랭킹 진입이 유력하다. 이번 경기 전까지 14연속 무패(13승 1무)였지만 코로나19와 부상이 겹치며 몇 년간 자주 출전하지 못해 랭킹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12위 바르보자를 꺾으면서 랭킹 진입이 확실시 됐다.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 5만 달러(약 6770만 원)도 챙겼다.
▲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에드손 바르보자(사진 왼쪽)의 열정은 여전하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이날 바르보자가 패한 데는 머피의 기세가 강했던 것도 있지만 노쇠화로 인한 기량하락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것이 1986년생으로 불혹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바르보자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다른 사람들이 믿거나 말거나 여전히 데뷔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 속에서 불꽃이 타오른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화려한 킥을 구사하는 선수로 명성이 높은 바르보자는 UFC 현역 최다 녹다운(15회) 기록을 보유한 가장 화끈한 파이터다. 펀치, 킥, 니킥 등 다양한 무기로 화력을 뽐낸다. UFC에서 유일하게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으로 모두 KO를 만들어낸 기록의 사나이다. 특히 2012년 테리 에팀(38·영국)전에서 태권도식 뒤돌려차기로 KO를 만들어낸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머피와의 경기 전 바르보자는 "UFC 최고의 상남자(BMF)가 되기를 원한다. BMF 타이틀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다. 나보다 더 나은 KO 하이라이트가 있는 파이터는 없다"며 BMF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에게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더불어 톱10 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이 앞에 장사는 없었다. 이전까지 14전(13승 1무) 무패(UFC 5연승)를 달리고 있던 머피는 단순히 노련미로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바르보자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UFC 라이트급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며 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승패를 떠나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 최고 무대 UFC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르보자는 대단한 파이터다.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든 이래 36경기(24승 12패)를 뛰었고 앞으로도 멈출 생각은 없어보인다. 바르보자의 노장투혼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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