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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못 준다? 편의점 일이 만만합니까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성노동자 빈곤의 심화 ②] 다양한 업무에 감정노동까지 하는데

등록|2024.05.22 10:33 수정|2024.05.22 14:54
2024년 5월 24일은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 타파의 날’이다.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대비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을 비교하여 1년으로 계산한 날이다. 이날부터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2023년 기준,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34.9%에 불과하다. 성별과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나 큰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은 차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 문제가 차별임을 제기하고 이를 해소할 방안을 요구하려 한다. <BR> <BR>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언제나 최저임금 수준에서 정해진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임금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가사 돌봄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경영계는 지난해 편의점업, 숙박음식점업, 택시운송업에 대해 차등 지급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시리즈 기사를 통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정부의 행태와 법리 분석, 현장 노동자의 인터뷰로 구성된 본 기사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이 얼마나 차별적 문제이며 노동자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말할 것이다.[편집자말]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한국 대표 편의점 세 곳이 100여 미터 간격으로 들어서 있다. 가끔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다른 얼굴을 만난다. 늦은 귀갓길 어두운 골목에서 가장 환한 그곳을 지키는 사람은 때론 점주이고, 남녀를 불문한 청년이거나, 중년 여성일 때도 있다. 24시간 영업이어서 점주 혼자 할 수 없다 보니,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긴 시간을 메우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가 오면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업무임을 내세워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한다. 작년에는 편의점을 비롯한 3개 업종에 대한 차등적용을 주장했다. 치솟는 물가에 나쁜 경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올해는 그 논란이 더 거세질 것 같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에 대해 실제 편의점 일을 해봤거나 일을 하고 있는 20대 청년 3명(A,B,C)과 50대 여성(D)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편의점은 다종다양한 품목을 들여놓는 걸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변해왔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더 강해졌지만 업종별 차등적용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 Adobe Stock

   
할 일이 너무 많다

인터뷰이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이유는 시간 활용이 좋다는 점이다. 20대 청년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오전에 할 수 있는 알바를 하고 싶었는데, 편의점 말고는 잘 없었"(A,B)고, D씨는 낮에는 다른 일을 하지만,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밤 12시 이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편의점이기도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노동자의 편의를 잘 봐주는 점주라면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공부도 할 수 있고, 시간대에 따라 업무 강도도 높지 않은 장점이 있다. 편의점이 많다 보니 집이나 학교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어 학생이나 정식 일자리에 취업하기 전 사회 초년생이나 중장년 일자리로 쉽게 선택할 수 있다.

편의점의 공통된 업무는 손님응대, 상품판매 및 계산, 청소, 배송받은 상품을 검수하고 빠진 것이 있을 때마다 채워넣는 일이다.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을 체크하고 관리해야 하고, 마칠 때는 시재가 맞는지 점검해야 한다. 만일 재고나 시재에서 차이가 나면 그 돈을 자비로 채워넣기도 한다. 담배나 술 등 미성년자 판매금지 물품을 사는 고객에 대한 신분증 검사도 해야 하는데, 때론 모르고 미성년자에게 팔았다가 신고를 당하는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편의점들이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내놓고, 1+1 등의 마케팅으로 저렴한 가격과 신선식품을 다양하게 내면서 동네 슈퍼는 점점 사라지고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어느 편의점의 경우 2023년 신선식품 950여 종, 생활용품 1000여 종, 냉장·냉동 간편식 470여 종의 제품이 있다고 한다. 다품종 소량으로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진열하고 점검해야 할 가짓수가 많은데, 시간대별로 일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A씨의 오전 근무 일과를 따라가 보자.

"일단 난 오전 근무라서 문을 내가 열었어. 그리고 밤사이 온 물자들을 들여놓고 포스기를 켜서 금액 맞추고. 또 우리 경우는 커피 기계가 있었어. 그 커피 기계 켜고 밑에 물 갈아줘야 해. 그리고 물자 들어온 거 진열하고 가게를 한 바퀴 싹 돌면서 물품 다 채워져 있는지 봐. 그리고 12시쯤 되면 삼각김밥이나 햄버거 같은 거 유통기간 지난 거 있잖아. 폐기해야 하는 물품들 수시로 확인해서 빼놔야 해. 그런 것들도 다 바코드를 찍고 버려야 하거든.

그러다 보면 또 시간대별로 물건들이 와. 그러면 수량 확인하고 물건 빼고. 또 창고에 항상 박스들이 쌓여 있거든. 그 물건 빠지는 것들 확인하면서 채워서 넣어주고. 중간중간 손님 오면 계산해 주고. 어떤 경우는 치킨을 팔았어. 그래서 치킨 튀겨야 해. 치킨 튀기고 있을 때 손님 오면 진짜 난감했어.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팔았어. 아 그것도 진짜 짜증 났는데(웃음). M사에서 발주되는 우유들이 있어. 그 우유들을 기계에 넣고 돌려서 나오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파는 거야. 남는 찌꺼기들 청소해야 하고 우유 비린내가 나서 좀 힘들었지. 그리고 밀크티도 팔아서 그 제조 방법 따라서 만들어 주기도 했어."

편의점 업무는 일률적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업체, 근무시간, 편의점이 위치한 장소-동네인지, 경기장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지- 뿐만 아니라 점주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교통카드 충전, 택배, 복권 등 물건 판매 외 편의점을 찾게 만드는 생활복합기능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각기 다른 업무는 편의점을 일자리로 선택한 이유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탁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과 협업을 맺고 민원문서 출력서비스를 도입해 시범운영하는 곳도 있다. 업체마다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계속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숙달해야 할 업무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편의점 노동자들은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진상 고객을 자주 마주한다. 2023년 11월 경남 진주에서 쇼컷을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여성 노동자도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가 피해를 봤다. ⓒ Adobe Stock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인 이유가 있는데..."

한편, 편의점 업무는 고객과 만나는 서비스 업종이다.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다들 진상고객을 만날 때라고 했다. 혼자 근무하는데 술 취해 억지를 부리거나, 폭언이나 무시하는 행동,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성희롱적인 발언도 가끔 듣게 된다. C씨는 "어떤 사람이 계속 소리 지르면서 다니는데 편의점에 나 혼자밖에 없어서 문 걸어 잠그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단지 쇼트커트를 했다는 이유로 손님한테 폭행을 당한 일도 편의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C씨는 혼자서 근무하다 보니 자유롭지 못해서 화장실 가기가 불편하다고도 했다.

늘어나는 업무와 비례해 임금은 어땠을까? 최저임금을 받으면 다행이었고, 이미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주휴수당이나 야간·휴일수당은 생각지도 않거니와 5인 미만 사업장일 경우 각종 수당은 물론이고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A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휴수당을 안 줘도 되는 시간만큼 근로계약을 맺으려는 점주들이 많았다고 한다. 만일 편의점에 업종별 차등적용이 된다면 그나마 최저임금을 주고 있는 점주도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최근 편의점 점포 수는 5만 개를 돌파했고, 고금리 고물가로 절약 소비를 하면서 편의점 매출이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고 한다. 편의점이 늘어날수록 본사의 영업 이익은 늘어나지만, 편의점주의 매출은 어떨까? 출점제한을 받지 않는 다른 편의점과의 경쟁, 임대료·원재료비가 올라도 본사에는 매월 상품원가 비용, 매출기준 고정비율로 판매이익을 줘야하기 때문에 편의점주의 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거기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낮지만, 눈에 보이고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인건비인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인터뷰이들은 도대체 최저임금의 의미가 뭐냐고 반문했다.

"애초에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인 이유가 있잖아. 사람이 이 정도는 벌어야 먹고 산다는 건데 그 기준을 낮추겠다는 뜻이잖아. 그건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이나 어린 친구들, 빚에 허덕여서 뭐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한테 너무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라고 대놓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요새 물가도 올라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진짜 너무하다."(A씨)

"일을 하면은 당연히 뭐 한가한 날도 있고 손님이 진짜 많이 몰려들 때도 있단 말이야. 그때는 진짜 정신없이 일하고 막 그럴 때도 있는데 이러나저러나 생각해보면 그냥 평균값이잖아. 내가 일 덜 한다고 덜 주면 많이 한다고 많이 주는 것도 아니잖아. 점주 없는 동안 매장을 내가 다 관리하는 건데."(C씨)
  
최저임금 차등적용 안돼

ⓒ 한국여성노동자회



최저임금법 제1조에 나와 있듯이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마지노선이다. 얼핏 편의점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바코드만 찍고 물건을 파는 곳으로 저평가하지만 다양해지고 있는 업무를 감안하면,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저임금은 줘야 한다"는 D씨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임금도 지급 못한다 할 만큼 비정상적으로 자영업을 하는 비율이 높은 한국의 현실과 본사(원청)의 이익만 늘어나는 구조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이해와 노력 없이 차등적용 주장은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여성, 청년, 고령자의 삶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 '바다'는 대구여성노동자회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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