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봄노동자? 지금도 일이 이렇게 줄었는데요"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성노동자 빈곤의 심화 ④] 18년차 돌봄노동자 김상은씨 인터뷰
2024년 5월 24일은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 타파의 날’이다.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대비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을 비교하여 1년으로 계산한 날이다. 이날부터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2023년 기준,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34.9%에 불과하다. 성별과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나 큰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은 차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 문제가 차별임을 제기하고 이를 해소할 방안을 요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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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언제나 최저임금 수준에서 정해진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임금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가사 돌봄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경영계는 지난해 편의점업, 숙박음식점업, 택시운송업에 대해 차등 지급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시리즈 기사를 통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정부의 행태와 법리 분석, 현장 노동자의 인터뷰로 구성된 본 기사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이 얼마나 차별적 문제이며 노동자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말할 것이다.[기자말]
모든 시민이 노동자로서 돌봄노동을 할 수 있는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상상하며 일선에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를 만나 그녀의 일과 삶, 최근 돌봄노동정책에 대한 의견을 진솔하게 들어보았다.
▲ 가사노동자들이 자주 접하는 청소도구 ⓒ Adobe Stock
지난 4월 15일 퇴근 후 나눔돌봄사회적기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상은(가명, 61세)님은 미소가 부드러운 밝은 분이었다. 일을 마친 저녁 시간이라 피곤하실텐데도 약속 시간에 맞춰 와주셨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가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 40대에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홈닥터 회원이 된 지 벌써 18년이나 되었네요. 처음에는 가사로 시작해서 베이비시터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병행하고 있어요."
- 18년차 베테랑이시네요. 처음 키워준 아이는 많이 컸겠네요.
"돌 전후에 시작해서 지금 고2가 된 아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종일 봐주었는데 지금은 오후에만 가서 돌봐주고 있어요. 맞벌이 가정이라 조부모님과 함께 키운 셈이에요. 지금도 가족같이 지내요."
- 정말 오랜 세월 함께 하셨네요. 고등학생이 되어도 돌봐줄 게 있나요? 조부모님 돌봄도 함께 하시는건가요?
"네, 믿고 맡겨주셔서 그렇게 되었네요. 저도 조부모님을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아이도 저를 이모라고 불러요.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집안일과 심부름 정도 해드리고, 아이가 학교 다녀오면 간식 챙기고 학원 시간 맞춰 준비시키는 일도 하고 있어요."
- 가사업무는 고객의 상황에 따라 업무의 내용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청소, 빨래, 설거지, 재활용 배출 등인데 고객에 따라 요구하는 게 차이가 커요. 대부분 본인이 하고 도움이 필요한 것만 요구하는 분도 계시고 거의 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서 다르죠.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경우는 조금 손이 더 간다고 볼 수 있죠."
그동안 가사·돌봄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나마 여성노동계의 끈질긴 요구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된 가사·돌봄노동자는 '가사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의 서비스 제공기관에 소속된 경우와 협동조합의 조합원인 경우만 최저임금 등의 노동관계법이 적용되고 있다.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가사·돌봄노동자의 임금은 7~8년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경력도 인정받지 못한다.
가사·돌봄노동자 중에서도 이용자의 호출로 일을 하는 방문형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이 더 심각하다.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2023. 상반기)에 따르면, 방문돌봄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128만 원으로 전체 노동자 임금(304만 원) 대비 42.3%에 그친다. 김상은님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재 몇 가정을 맡고 계시고 임금은 어떻게 책정이 되나요?
"지금 4개 가정 일을 봐주고 있어요. 가사는 4시간에 5만 원이구요. 베이비시터의 경우 아이가 어릴 때는 9시 출근해서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일하니 월급제로 했구요. 지금은 오후에만 가니 가사일과 동일하게 받고 있어요. 현재 일주일에 26시간 정도 일하고 있네요. 조금 더 늘리고 싶은데 마음 같이 잘 안되네요. 임금도 7~8년전부터 동결이에요. 제 임금만 빼고 다 오르네요.(웃음)"
- 꽤 오래 일하셨는데.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저희는 1년차나 10년차나 똑같아요."
- 안타깝네요. 요즘 가장 힘든 부분은 있다면요?
"사실 일은 익숙해져서 힘든 것 별로 없어요. 힘들다면 일이 줄어서 가장 힘들죠. 베이비시터 일이 많을 때는 풀타임으로 하고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서 수입이 300만 원 이상이었는데 요즘은 가사일까지 하는데도 120~150만 원 수준이에요. 홈닥터 연계 일 외에도 앱으로 연계한 일을 하는데도 일이 계속 줄고 있네요. 경제가 어려워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구요. 몸이 아파서 일을 잠시 쉬었는데 그 후로 더 줄었어요. 공백 기간이 생기면 일거리 찾는데 더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또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니 앱을 통한 연계가 쉽지 않아요."
- 개인이 일자리를 찾아서 연결하는데 한계가 있죠. 구청이나 전문기관에서 수요를 파악해서 연결시켜 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초기에는 그런 요구도 많이 했어요.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아요. 가능하면 1시간 거리 이내로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죠. 요즘은 사설업체 앱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스케줄 관리가 너무 어려워요."
정부는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임금 및 경력관리체계를 개선하기는커녕 외국인 가사도우미제도 도입과 최저임금 제외 카드를 들고 나왔다. 때마침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제출하여 정부의 차별적 인력정책에 밑그림을 그려주었다. 이에 대한 김상은님의 의견을 들었다.
▲ 2024년 4월 9일,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은 용산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이주 가사·돌봄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주민들과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을 저평가하는 발언("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16만 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3만 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 "그러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을 규탄하기 위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 요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답답하죠. 무엇보다 요즘같이 일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온다 한들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또 일거리가 더 줄어들고 무엇보다 경쟁하게 되면 수입이 더 줄어들 수도 있잖아요. 수요와 공급을 좀 더 촘촘하게 연결하고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얼마전 서울시의 가사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이용자들도 돌봄 외국인력 도입 시 내국인 고용보장이 필요하다고 답변을 했더라구요.
"당연한 일이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려면 정확한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예측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외국인을 고용한다면 언어소통이 기본인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층은 영어 사용이 가능한 일부에 그칠거라는 기사를 봤어요."
- 거기다 최근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요. 여성들이 대부분인 돌봄분야는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도 저희 일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해서 힘든데 더 속상하더라구요. 가사나 아이돌봄 일은 어쨌거나 사람을 다루는 일이고 서로 적응하는데 감정과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에요. 여성들이 하는 일은 아무나 대체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하는 게 문제에요. 게다가 여성들의 일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고 경력 인정도 안 되는데 그마저도 차등적용 한다면 실질 임금은 더 떨어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김상은님의 일과 미래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 퇴근하시고 피곤하실텐데 시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긍정적인 질문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 어려움에도 언제 가장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시나요? 또 언제까지 일하실 계획인가요?
"제가 돌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볼 때 내 자식같이 기쁘죠.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거나 사진을 보내주는 엄마와 아이들이 있어요. 보기만 해도 든든해요. 자식들이 성인이 됐지만 노후 대비를 못 해서 더 일해야 해요. 건강이 허락한다면 80까지 일하고 싶어요. 일을 해야 건강하고 삶의 보람이 있잖아요. 오래 일하기 위해 먹거리를 조금 더 신경쓰고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하고 있어요. 오늘도 저녁에 줌바댄스하러 가려구요. (웃음)"
김상은님은 가사, 베이비시터로 18년간 일해온 베테랑이다. 고객의 니즈를 찾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돌보고 키워낸다는 자부심이 강한 분이었다. 정부는 돌봄분야 인력난을 이유로 외국인에 돌봄노동자를 도입하려 하면서 최저임금 제외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적용도 꾀하며 돌봄업종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사·돌봄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가사·육아 서비스 이용자들도 제도 도입을 우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주먹구구식 정책을 쏟아낼 게 아니라 김상은님의 지적대로 장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면밀히 파악하고 공공돌봄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가동하여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오순옥님은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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