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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자기혐오도 당당히, 'Z세대' 슈퍼스타는 건재하다

빌리 아일리시, 3년만의 정규 앨범 발표

등록|2024.05.23 09:27 수정|2024.05.23 09:27
 

▲ 빌리 아일리시의 정규 3집 <HIT ME HARD AND SOFT>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Z세대를 상징하는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가 세 번째 정규 앨범 < HIT ME HARD AND SOFT >를 발표했다. 2021년 발표한 < Happier Than Ever > 이후 3년 만에 발표되는 정규 앨범이다.

새 앨범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영감을 얻은 곡 'CHIHIRO', 재기발랄한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된 'LUNCH', 호소력있는 열창이 빛나는 'THE GREATEST' 등 총 10곡이 수록되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이번 앨범은 본연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 그 자체였다"며 "그러기 위해 초기에 보여준 음악을 다시 시도했다"며 신보를 소개했다.

신보는 늘 그랬듯 그녀의 개인적인 서사에 집중하고 있다. 빌리 아일리시는 'SKINNY'를 부르면서 무대 밑에서 느끼는 공허감을 고백하지만, 이어지는 노래 'LUNCH'에서는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빌리 아일리시는 전작의 수록곡 'Happier Than Ever'에서 포크와 강렬한 록 음악이 한 곡에 나뉘어져 있는 듯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신보에서는 이와 같은 류의 실험이 더욱 자주 등장한다.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편곡이 여러 차례 듣는 이의 의표를 찌른다. 미니멀한 기타와 베이스로 시작되어 갑작스럽게 하이퍼 팝으로 변모하는 'L'AMOUR DE MA VIE'는 단연 이번 앨범의 백미라 할 만 하다.

빌리 아일리시는 자신을 상징하는 '안티 팝' 감성을 간직하되, 가장 과감한 음악적 실험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금까지 발표한 어떤 앨범보다 앨범으로서의 유기성에 집중했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일관된 정서를 확보한다. 빌리 아일리시의 친오빠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프로듀서 피니어스 오코넬의 감각 역시 빛을 발한 부분이다. 피니어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공동 작사 작곡은 물론 베이스, 드럼, 기타, 스트링 편곡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빌리 아일리시는 우울과 자기혐오 등의 정서를 메이저 팝의 영역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 아티스트다. Z세대는 물론 기성 음악팬 역시 그에 열광했고, 첫 정규 앨범 < when we fall asleep, Where do we go? >는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4개의 본상을 모두 휩쓸었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로 주제가상을 두 차례 수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 007 노 타임 투 다이 >의 주제가 'No Time To Die'에 이어, 영화 <바비>의 OST 'What Was I Made For?'로 자신의 두 번째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이뤄낸 아티스트지만, 여전히 빌리 아일리시는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빌리 아일리시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물 앨범을 재활용,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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