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노동자 65%, 생활비 상승 때문에 빚 생겨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성노동자 빈곤의 심화 ⑤] 정규직보다 더 큰 생활고 시달려
2024년 5월 24일은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 타파의 날'이다.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대비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을 비교하여 1년으로 계산한 날이다. 이날부터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2023년 기준,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34.9%에 불과하다. 성별과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나 큰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은 차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 문제가 차별임을 제기하고 이를 해소할 방안을 요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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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언제나 최저임금 수준에서 정해진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임금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가사 돌봄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경영계는 지난해 편의점업, 숙박음식점업, 택시운송업에 대해 차등 지급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시리즈 기사를 통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정부의 행태와 법리 분석, 현장 노동자의 인터뷰로 구성된 본 기사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지급이 얼마나 차별적 문제이며 노동자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말할 것이다.[기자말]
▲ 지난 5월 21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비정규직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과 여성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1095명의 여성노동자, 최저임금의 현실을 말하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다. 지난해 물가인상률은 3.6%에 육박했고, 실질임금은 1.1% 감소했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가벼워진 '텅장'이 카드 출금일까지 살아남아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3.8%로 역대 정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 위원회는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회의를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지난 5월 2일부터 5월 16일까지 2주간 현재의 삶과 최저임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여성노동자 1095명이 응답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32.1% 생활비 30만원 이상 증가
'계속적인 물가인상으로 현재 생활비가 전년 동월 대비 얼마나 증가했다고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32.1%(352명)가 "30만 원 이상"이라고 가장 많이 선택했다. 30.0%(328명)가 "20만 원 이상~30만 원 미만", 21.8%(239명)가 "10만 원~2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큰 변화가 없다"는 답변은 7.2%(79명)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6개월 간 생활비 상승으로 빚이 생겼냐'는 질문에 55.8%(611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대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1095명 중 18.7%(205명)가 "100만~400만 원 미만"의 생활비 대출이 있었으며, 16.3%(178명)가 "100만 원 미만"의 빚이, 8.2%(90명)가 "400만~700만 원 미만"의 빚이, 6.3%(69명)는 "1000만 원 이상"의 빚이, 5.5%(60명)가 "700만~1000만 원 미만"의 생활비 대출이 있었다.
대출을 받은 금융권을 묻는 말에 대출 빚이 있는 응답자(611명)의 48.9%(299명)가 제1금융권이라고 응답했다. 제2금융권은 28.0%(171명), 지인대출은 12.8%(78명)의 분포를 보였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65%, 생활비 상승으로 빚이 생겨
고용형태별 생활비 대출규모를 살펴보면, 비정규직 응답자 중 65.0%(498명)가 지난 6개월 간 생활비 상승으로 빚이 생겼다고 응답했는데, 이에 반해 정규직 응답자는 34.1%가 생활비 대출이 있다고 응답했다. 1000만 원 이상의 빚이 생겼다는 비정규직 응답자 비율은 정규직 응답자 비율의 2.5배나 됐다.
생활비 대출이 있는 응답자 611명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을 비교하면, 비정규직은 81.5%(498명), 정규직이 16.0%(98명)으로 비정규직이 앞도적으로 많았으며, 해당사항없음은 2.5%(1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인상 등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대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1] 고용형태별 대출 규모(지난 6개월간 생활비 상승으로 빚이 생겼습니까?) (단위 : %) ⓒ 한국여성노동자회
가구원수별·연령별 생활비 대출 여부를 살펴보면,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생활비 상승으로 지난 6개월 동안 빚이 생겼다는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50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72.9%가 빚이 생겼다고 응답해 중고령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심각했다.
91.4% "현재의 최저임금 부족"
'2024년 최저임금인 시급 9860원으로 본인과 가족이 살기에 적당하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1095명 중 557명(50.9%)이 "매우 부족하다", 443명(40.3%)이 "부족하다"고 답해 응답자의 91.4%(1000명)가 "매우 부족,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이 '2025년 적정 최저임금'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임금은 "시급 1만1000원~1만2000원 미만"으로 31.2%(342명)가 선택했다. 그다음으로 24.4%(267명)가 "시급 1만2000원~1만3000원 미만"이 최저임금으로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 차별 지급 반대,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똑같이 지급돼야"
'돌봄, 편의점, 택시운송, 숙박음식업에서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에 대해 84.5%("전적으로 반대한다" 48.2%(528명) - "반대한다" 36.3%(397명))가 "(전적으로) 반대"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지급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 61.2%(670명)가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생활안정이 목적이므로 업종에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6.6%(291명)는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되면 사회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차등지급을 반대했다.
'내가 속한 업종이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94.1%(1031명)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전적으로 반대"가 71.4%(782명), "반대"가 24.9%(249명)이었다.
"최저임금 차별지급은 평등권 침해
고용형태별 차이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최저임금 차등지급은 노동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2.4%(1012명)가 최저임금 차등지급이 노동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또한 77.2%(845명)의 응답자들은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포함한 고용형태별 차이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지급 및 고용형태별 차별적 적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설문의 응답자 성별은 모두 여성으로, 지역별로는 경기(28.8%), 전라북도(28.4%), 대구경북(10.5%), 경상남도(9.7%), 서울(9.9%) 순이었다. 연령은 50~59세(36.1%), 40~49세(24.5%), 30~39세(20.4%), 20~29세(13.6%), 60~69세(5.0%)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고용형태는 무기계약직(36.7%), 정규직(26.2%), 비정규직(24.1%), 특수고용·프리랜서(9.3%) 순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본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 5월 21일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개최한 제8차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타파 주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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