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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숨진 아들... 이후 모든 게 변했다

[리뷰] 영화 <마더스>

등록|2024.05.23 17:13 수정|2024.05.23 17:13
각기 동갑내기 아들을 둔 셀린(앤 해서웨이)과 앨리스(제시카 차스테인)의 두 가정은 둘도 없는 이웃사촌지간이다. 정서적인 유대뿐 아니라 두 가정의 보금자리 역시 울타리 하나만을 사이에 둘 만큼 물리적으로 가깝다. 무엇보다 이들 가정이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었던 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 맥스와 테오 덕분이다. 셀린과 앨리스는 자녀를 돌보는 데 있어서도 서로를 도우며 적극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을 배회하던 앨리스의 시선에 놀라운 광경 하나가 포착된다. 앨리스의 옆집, 그러니까 셀린의 집 2층 베란다 난간 위에 누군가가 위태로이 서 있었다. 셀린의 아들 맥스였다. 위급 상황임을 감지한 앨리스. 맥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동시에 집안에서 청소 중이던 셀린을 다급히 찾는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손 쓸 겨를조차 없이 맥스는 베란다 아래로 떨어져 숨지고 만다.
 

▲ 영화 <마더스>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영화 <마더스>는 평온한 가정에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비극적 사고를 소재로 다룬 스릴러물이다. 한 아이의 죽음은 견고했던 이웃사촌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일순간 모든 걸 뒤바꿔 놓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과 그 과정을 낱낱이 목도한 둘도 없는 친구, 이들 사이에 새롭게 또아리를 튼 팽팽한 긴장감은 관객의 시선을 시종일관 스크린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한다.
 

▲ 영화 <마더스>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맥스의 죽음 이후 앨리스와 셀린의 사이엔 한동안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셀린이 앨리스를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앨리스는 셀린에게 가까이 다가가 진정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었으나 어쩐 일인지 그럴수록 두 사람의 거리감만 더욱 확대될 뿐이다. 사고 현장에서 맥스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앨리스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탓도 크다. 결국 시간이 약일까. 맥스의 장례가 치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셀린과 앨리스의 가정도 점차 평온을 찾아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셀린의 의뭉스러운 행태가 자꾸만 앨리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테오를 지나치게 살갑게 대한다거나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앨리스의 셀린을 향한 의심과 불안도 덩달아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셀린이 혹시 테오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 심리가 그녀를 옥좨왔다. 셀린을 향한 의심의 크기는 맥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의 그것과 비례한 것이었다. 실제로 테오를 향한 셀린의 관심과 집착은 날로 심해져 엄마 친구로서의 역할을 훌쩍 넘어선다.
 

▲ 영화 <마더스>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이런 와중에 앨리스의 주변에서는 미심쩍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다. 이는 앨리스의 막연한 의심을 확신으로 변모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앨리스에겐 불과 얼마 전까지 불안장애를 앓아 온 이력이 있었다. 때문에 앨리스의 남편은 셀린보다 아내의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 그녀의 설득에 나선다. 이후 셀린과 앨리스의 껄끄러웠던 관계는 수면 아래로 잠시 잦아드는 듯하다.
 

▲ 영화 <마더스>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과연 진실은 무얼까. 앨리스의 의심처럼 셀린이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앨리스 남편의 주장처럼 이 모든 결과물은 앨리스의 불안장애에서 오는 한낱 망상에 불과한 걸까.
 

▲ 영화 <마더스>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세련된 의상, 잘 정돈된 주택과 정원, 고급 승용차, 그리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우아한 몸짓.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국 중산층 가정의 평온해 보이는 일상은 한 아이의 죽음이라는 뜻하지 않은 외풍에 의해 한 차례 크게 홍역을 치르게 되고, 이후 숨진 아이의 빈 자리를 파고든 맹목적인 모성이 끈적하게 달라불으며 부지불식간 나락으로 빠져든다.

그동안 모성은 본능적인 것이며 그래서 맹목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없지 않았다.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과 능력이 이러한 굴레에 갇혀 상대적으로 외면돼 온 사실을 간과한 셈이다.

극의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다. 영화 <마더스>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온몸을 내맡긴 한 엄마의 맹목적인 모성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강요를 통렬히 비튼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명품 배우의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우며, 60년대의 미국 사회를 세밀히 묘사한 의상과 소품은 또 다른 볼거리다.
 

▲ 영화 <마더스>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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