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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생각을 실제로 구현하는 짜릿함

[함양군에 할 게 뭣이 있는고?] 당구 동호회 산삼골 빌리어즈

등록|2024.05.27 14:45 수정|2024.05.27 14:45

▲ ⓒ 주간함양


입사각, 반사각 등 수학적인 계산이 요구된다는 풍문이 있지만 결국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많이 먹어 본 사람에게 이길 수 없는 스포츠가 당구이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금방 게임을 이해할 수 있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 계산한 각도대로 공을 보낼 수 있어 대중들에게 당구는 섬세한 스포츠로 알려졌다.

지금은 컴퓨터 게임을 비롯해 여가 활동들이 다양해지면서 과거만큼 당구가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7080세대 남성들에게 당구는 가장 인기 있는 놀이였고 동시에 비행청소년들의 상징이라는 오명도 함께 공존했다.

세계적으로 당구는 운영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며 한국은 크게 4구와 3구(캐롬 당구)로 나뉜다. 4구는 적구 두 개와 흰색, 노란색 공으로 경기를 진행하며 진행자는 흰색과 노란색 공을 번갈아 타격하여 적구를 모두 맞추면 점수를 획득한다. 여기서 적구를 제외한 상대방 공을 맞추면 적구를 모두 타격해도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고 또 점수를 잃게 된다.(지역·상황별 규칙이 상이함) 대개 4구는 국내와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는 보기 힘들다.

3구는 적구 한 개와 흰색 공, 노란색 공으로 시작되며 모든 공이 쿠션을 세 번 이상 맞추고 가격해야 승점을 획득하기에 상당히 난이도가 높다. 규칙은 4구에 비해 간단하지만 쿠션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경기마다 묘기에 가까운 기술들이 가장 많이 나온다.

당구 기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며 그 중 기본으로 요구되는 기술은 '회전'이다. 가격할 첫 번째 구를 타격하고 쿠션을 맞아 돌아오는 것을 생각해 그에 맞는 높이와 방향을 설정한다. 물론 4구는 한 번에 적구 모두 타격이 가능하지만 결국 쿠션을 이용하기 때문에 회전은 필수다. 또한 구의 위쪽으로 가격하는 밀어치기, 없는 길을 강제로 만들기 위해 역으로 회전을 거는 찍어 치기 등 생각보다 복잡하다.

간혹 당구장 벽면에 '300이하 맛세이 금지'라는 표기가 적혀 있는데 이는 프랑스어를 일본식으로 표현한 말로, 찍어 치기 중 공을 위에서 밑으로 내려치는 기술이다. 이 행위는 당구대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어 능숙한 실력자가 아니면 자제를 권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당구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용어는 프랑스어를 일본식으로 바꿔 유래된 것이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당구의 인기가 없다.
 

▲ ⓒ 주간함양


지난 8일 수요일 오후 6시 함양읍 라온호텔 1층 K 당구클럽에는 산삼골 빌리어즈 당구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서로의 기량을 확인했다. 이영호 초대 회장과 함께 21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동호회는 상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영호 초대 회장은 "함양군으로 국제 대회용 당구대가 생긴지 6~7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호인들과 함께 부단히 노력하여 높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당구를 배우고 싶은 군민이 있다면 같이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큐대를 잡는 것부터 시작해 기술 전반을 알려드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당구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스포츠고 한 번 기술을 익히면 세월이 흘러도 쉽사리 실력이 녹슬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또한 공의 위치가 비슷한 상황이라도 각도에 따라 사용하는 기술이 모두 다르다.

"제가 생각하는 당구의 매력은 비슷한 공을 또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진행자가 선호하는 기술들이 있겠지만, 본인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길을 실제로 구현하면 그만큼 짜릿한 것이 없다. 또 같은 공이라고 생각해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근소한 차이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섬세한 스포츠다."

당구여제 차유람 선수를 비롯해 세계를 상대로 한국 당구의 위상을 높이는 프로선수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여성들에게 당구는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이는 문화적인 부분이 큰 요소를 차지하고 있고 매번 당구장에서 발생하는 사용료 또한 부담이 된다.

"배드민턴과 같은 스포츠는 라켓만 있다면 편하게 운동할 수 있지만 당구는 당구장을 방문하여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아직까지 당구가 남자들 놀이라고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어서 더욱 여성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에 몇몇 여성들이 동호회를 찾아와 가르쳐보기도 했지만 비슷한 실력을 찾기 전에 흥미를 금방 잃어버렸다. 물론 우리 동호회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남녀 구분 없이 처음부터 제대로 가르쳐드릴 생각이다."

세월이 변함에 따라 당구장 문화도 변했다. 과거에는 담배 찌든 냄새와 고성이 오갔다면 요즘은 금연과 더불어 조금의 고성도 용납되지 않는 신사의 스포츠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친구들과 술을 먹고 즐기기 위해 당구장을 방문했다면 최근에는 엄숙하게 당구장을 이용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혔다. 당구 자체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 가까운 진주시에는 술을 먹었다면 당구장 출입이 제한되는 곳도 있다."

이영호 초대 회장은 함양군으로부터 지원 받아 당구협회를 신설하여 경남도민체육대회에 도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으로 함양군체육회에 당구 협회를 구성하여 경남도체전 당구 종목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군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초보자들도 당구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든지 문의해 주시길 바란다. 또 때가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당구는 오히려 초보자들을 가르치기가 편하다. 숙련자들은 자신만의 자세가 잡힌 상태이기에 교정이 힘들지만 초보자들은 정확한 자세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편 최근에는 '빌리보드' 당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 당구 기록과 더불어 지인들의 경기를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 또한 애매한 경기 결과를 다시보기 기능으로 결과 값 재확인도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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