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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부당하다' 말했더니... "당신 같은 사람이랑 일 못한다"

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전화> 상담 사례로 살펴본 여성노동자의 현실 ①

등록|2024.05.28 09:44 수정|2024.05.28 11:20
매년 5월 25일부터 31일까지는 정부에서 정한 남녀고용평등강조기간이다. 고용노동부는 남녀고용평등 실현을 통한 여성의 고용기회 확대와 일ㆍ생활 균형 직장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고용평등강조주간을 맞아 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2023년 상담을 분석하였다. <BR> <BR>여성노동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평등의전화는 95년부터 서울, 인천, 광주, 마산창원, 부산 등 5개 지역의 여성노동자회에서 상담창구를 개설하여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전국 11개 지역(서울, 인천, 부천, 수원, 안산, 전북, 광주, 대구, 마산창원, 경주, 부산)에서 운영 중이다. 평등의전화는 입사에서부터 입사 후 성차별,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직장 내 성희롱,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및 이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및 퇴직 압력, 직장 내 폭언ㆍ폭행 등 여성노동자가 직장에서 겪는 문제들을 상담한다. <BR> <BR>2023년 평등의전화에서 진행된 상담은 총 6,393건이다. 이중 초기 상담은 3,428건이다. 초기 상담 중 여성 상담은 3,037건(88.6%), 남성 상담은 349건(10.2%), 알 수 없음 42건(1.2%)이다. 평등의전화를 통해 진행되는 상담은 피해내용의 복잡성과 사건해결 어려움, 내담자의 일상복귀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재상담이 이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2023년 한해 재상담은 전체 상담의 47.0%(3,007건)에 이른다. 평등의전화 상담사례집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상담 경향과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남성 상담과 재상담을 제외한 여성 초기 상담 3,037건을 분석하였다. 분석기간은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분석 결과는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날에 맞춰 발표하였고, 그 외 상담유형에 대한 분석은 네 편의 기사로 연재할 예정이며 첫 번째 기사는 근로조건 상담을 살펴보았다. [기자말]
근로조건 상담이 30.3%로 높은 비율을 차지해

2023년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의 근로조건 상담은 921건이며 전체 상담의 30.3%를 차지한다. 근로조건 상담별 내용을 살펴보면, '산업재해 및 사회보험'이 2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임금체불' 20.7%, 근로조건 기타 20.2%, '부당해고' 14.8%, '휴가 및 휴게시간' 13.9% 순으로 나타났다.
    

▲ 표1. 상담유형별 분포 ⓒ 한국여성노동자회

      

▲ 표2. 근로조건 세부 고용형태별 사업장 규모별 상담 분포 ⓒ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자에게 '일'은 생존이고 삶이다. 여성노동자가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해고통보'로 내 '일'이 사라지고 '내일'이 없어졌다고 평등의전화를 찾았다. 노동자의 생존을 박탈하는 부당해고, 여성노동자의 삶은 어떻게 될까?

여성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해고의 이유는 참으로 사소했다. 상급자의 눈 밖에 났기 때문에,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일터에서 쫓겨났다. 여성노동자는 그냥 받아들여야 했다. 여성노동자회가 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를 운영한 지 29년이 되었지만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등 사내신고하니 '퇴사' 압박 

부당해고 상담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희롱 피해자와 괴롭힘 피해자의 경우 사내고충처리를 한 이유로 해고하는 사례가 있었다. 괴롭힘 고충처리 이후 정규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계약이 어렵다고 하거나, 전 직장의 성희롱 피해사실이 현 직장에서 회자되면서 갑자기 그만 일하라고 하는 사례, 비정규직의 경우 사내고충처리 후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이는 성희롱과 괴롭힘 피해자들이 사내 고충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내고충처리가 퇴사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개인 SNS를 조회하여 페미니즘 사상검증 후 회사와 맞지 않다고 해고하는 사례와 임금을 물어봤더니 해고하거나 근로환경의 개선을 요구했더니 해고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 업무부적격, 열정부족, 근무태도 등 해고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17년 근무했는데 노조 만들었다고 해고한 사례도 있었는데 이는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되는 사례이며, 하루 전에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위로금은 없다는 사례, 구두로 해고통보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부당해고를 당했지만 동종업계에 소문으로 이후 취업이 걱정되어 부당해고 소송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례도 있었다. 회사사정으로 권고사직에 사인하라고 강요하거나, 오랫동안 일했는데 갑자기 나오지 말라는 사례, 사장이 마음대로 퇴사 처리하는 사업장도 있었다.

입사가 결정되었는데 같이 일할 수 없다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생존 때문에 참고 일했는데 사소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갖가지 사유들로 여성노동자들은 해고당했다. 여성노동자들은 근로조건이 열악함에도 일하고 있지만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 성평등 웹툰 ‘끝파도-#4 피해자다움’ 중 한컷.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기획하고 작가 은송이 글과 그림을 그렸다. 내용은 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전화에 제보된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법에는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일터에서는 모든 것이 무시되었고 여성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내쫓겼다. 해고는 노동자에게 생계와 직결된 문제로 '경제살인'과 같다. 노동자들은 '갑자기', 상식적인 이유 없이, 설명 없이 해고되고 있었다. 부당해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여야 하며,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체불로 생계 위협 받고 있어

2023년은 역대 최악의 임금체불의 해였다. 평등의전화 근로조건 상담에서도 임금과 퇴직금, 각종 수당 등 체불에 대한 상담사례가 많았다. 상담을 받아보면 '임금체불'이면서 '부당해고', '부당행위'이면서 '임금체불', '최저임금위반'이면서 '부당행위' 등 여러 고충이 중첩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조건 상담에서 74%가 30인이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보여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한 노동권으로 상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퇴직금은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급받지 못하거나, 퇴직금을 사장 마음대로 책정해 주기도 했다. 퇴직금에 대해 이야기하니 폭언과 협박이 이어지는 경우도 노동현장에선 발생했다. 다시 일하면 체불된 임금을 주겠다고 하여 다시 일했지만 체불이 이어져 노동자를 희망고문하는 사례도 있어 노동자의 생존권을 볼모로 하는 노동환경을 보여준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얼굴 붉히지 않고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제제기하면 불이익이 있는지에 대해 상담하며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부당함을 참으며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기도 힘든 현실을 알 수 있었다.

연차수당과 주휴수당 체불 상담사례도 많았는데 재직 중에는 참고 일하며 받지 못하다가 퇴직하면서 못 받은 수당을 받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자가 퇴직해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 성평등 웹툰 ‘끝파도-#4 피해자다움’ 중 한컷.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기획하고 작가 은송이 글과 그림을 그렸다. 내용은 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전화에 제보된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음식점의 경우 '혼자서 내 일처럼 일했다', '일하는 것에 감사하며 일했다'는 표현을 한다. 그만큼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둘 때는 힘들게 그만두고 임금체불이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여성노동자가 열심히 일해도 단순노동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노동자들은 임금체불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었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일하고도 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가 없도록 임금체불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대책이 다각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근로감독의 강화가 필요하며,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체불임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

강요된 퇴사에도 실업급여 받을 수 없어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의 문제로 퇴사할 수 밖에 없어 실업급여를 상담해오는 사례도 많았다. 성희롱 피해자의 실업급여 절차문의, 성희롱으로 퇴사한 상황인데 이직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거나,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했지만 불인정 될 수 있다고 하는데 퇴사시 실업급여에 대한 문제 등이었다.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인한 퇴사는 실업급여 사유가 되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으려면 사내절차를 밟아야하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으며, 이직사유코드가 있지만 회사에서는 알아서 등록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고용센터에서 퇴사사유를 증명하는 건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어서 법이나 절차상의 문제보다 사업주의 의식과 구조의 문제를 보여준다.

산업재해 및 사회보험 상담은 근로조건 상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회보험 상담사례는 실업급여에 대한 것이 많았다. 계약 만료로 퇴사되었거나 권고사직인데 실업급여는 안 된다고 하거나 업무부적격으로 퇴사 강요하면서 실업급여 안 된다고 하는 사례, 원아감소로 휴직 강요하면서 실업급여는 안 된다고 하거나 정당한 실업급여 수급사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상담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한 재직 중에 실업급여에 대한 사례는 일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불안한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실업급여 문의가 많은 것은 노동의 불규칙으로 '내일'이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반영된 결과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내일이 없다

노동자들이 부당함을 인지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고자 평등의전화 상담실을 찾았다.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의식 향상의 긍정적 결과로 해석되는 반면 사업주는 노동자의 동의 없이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통보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장에서는 최소한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노동자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노동현장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5인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사례는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의 호소다. 5인미만 사업장의 규제를 풀면 과연 혼란이 올까? 그 혼란은 누구에게 올까. 몇 인 미만으로 가르며 다르게 법을 적용하는 현실이 더 혼란스럽지 않은가.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도 노동자다. 특히 여성노동자는 소규모사업장과 5인미만 사업장 비율이 높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것이다.

현행 노동법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종사자 등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1인 이상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이 전면 확대 적용되어서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한 노동권이 달라지지 않은 여성노동자의 현재에, 내일이 주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바람 활동가는 인천여성노동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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