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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통화 안했다"던 이종섭, 거짓말이었나

지난 9월 국회 예결위 '대통령과 통화' 질의에 "이 건으로 없다"...폰엔 윤석열-김태효 전번 '딱'

등록|2024.05.29 15:15 수정|2024.05.29 16:09

▲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기사보강 : 29일 오후 3시 42분]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지난해 8월 2일 통화내역 공개로 앞서 국회에 나와 "통화한 적 없다"고 밝힌 이 전 장관은 수사외압뿐 아니라 위증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한창 불거졌던 지난해 9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VIP 격노설' 및 윤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위성곤 : '대통령께서 격노하면서 국방부장관을 연결하라고 해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고 하는데, (중략) 이런 얘기를 들으신 적이 없어요?
이종섭 : 제가 제시해 주신 저 내용 가지고 직접 들은 얘기는 없습니다.

(중략)

위성곤 : 다시 묻겠습니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받으셨습니까? 통화하셨습니까?
이종섭 : 이 건과 관련해서 통화한 게 없습니다


이 전 장관은 위 의원이 곧장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을 언급했을 때도 같은 답을 내놨다.

위성곤 그러면 김태효 안보실 차장과 통화하셨습니까, 혹시?
이종섭 없습니다. 안보실 누구하고도 통화한 적 없습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위 의원이 "그러면 대통령실 관계자 아무하고도 통화한 적이 없다?"라고 연속해 추궁하자 "(7월) 31일 그날은 없습니다"라며 단서를 달았다.

'이종섭 통화기록' 후폭풍... 전화한 날엔 '박정훈 고초' 

그러나 지난 28일 공개된 이 전 장관의 통화기록을 보면, 그가 국회에서 한 증언은 거짓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대령 항명죄 혐의 재판을 진행 중인 군사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이 전 장관의 통화기록에는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일반전화가 남아 있다. 이 통화는 2분 48초 동안 이뤄졌다.

또 국방부가 해병대수사단(당시 단장 박 대령)의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서에서 회수해 온 날인 8월 2일엔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 전 장관은 세 차례 모두 전화를 받았다. 그 내역은 아래와 같다. 

통화1) 낮 12시 7분 44초부터 낮 12시 11분 49초까지 (총 4분 5초)
통화2) 낮 12시 43분 16초부터 낮 12시 56분 59초까지 (총 13분 43초)
통화3) 낮 12시 57분 36초부터 낮 12시 58분 28초까지 (총 52초)

 

▲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2023년 4월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전 장관의 통화기록에선 그가 통화한 적 없다던 김태효 차장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8월 8일 이뤄진 통화 기록은 아래와 같다.

오후 9시 42분 10초부터 오후 9시 42분 42초까지 (총32초)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첫 번째 통화는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서에 수사자료를 이첩한 시각(오전 10시 30분~11시40분)으로부터 17분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두 번째 통화와 세 번째 통화 사이엔 박 대령에게 보직해임이 통보됐다.

세 번째 통화 이후엔 이 전 장관의 지시로 국방부 검찰단의 박 대령 항명죄 입건 검토와 수사자료 회수(오후 7시 20분)가 진행됐다.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통화 또한 세 차례 통화 후 이뤄졌다.

김 차장과 이 전 장관이 통화한 8일은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했고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의 보직해임을 의결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은 박정훈 대령이 단장으로 있던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자료를 회수하고,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취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종섭 측 "이상한 시각 곤란... 눈초리 받을 부분 결단코 없어"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장관의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등과의 통화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면 곤란하다. 이 전 장관의 통화기록 중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부분은 결단코 없다"며 자신과 윤 대통령을 둘러싼 수사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 전 장관을 변호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29일 오후 2시 50분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해병대수사단장(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지시(낮 12시 5분 장관 → 검찰단장)는 대통령 통화기록 이전에 이뤄졌고, 인사 조치 검토 지시(낮 12시 12분 장관 → 해병대사령관)는 항명죄 수사 지시에 수반되는 당연한 지시"라며 8월 2일 대통령과의 세 차례 통화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병대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개시 및 인사조치, 경북경찰청부터 사건 기록 회수 모두 국방부장관 지시와 그 이행의 결과물이었다"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해 국방사무를 관장하는 국방부장관으로서 대통령, 나아가 대통령실 관계자와의 통화 여부, 그리고 그 내용을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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