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取중眞담] 충남도, 1시간 의전용 행사 위해 낭비성 공사하고 상식밖 해명...관련업계 "갑질"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최근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기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은 콘크리트 바닥을 모두 뜯어내고 콘크리트 폐기물을 쌓아 둔 상태다. ⓒ 이재환
▲ ⓒ 최주혜
충청남도(도지사 김태흠)가 대통령 의전을 이유로 충남형공공임대주택(리브투게더) 기공식 행사장 준비에 수억 원을 쏟아부었다. 여론은 따가웠지만 충청남도는 여전히 '관행'이라고 되뇌고 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충청남도가 지난 4월 18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한울초등학교 인근(RH16 블록, 건축 전체 면적 16만 285㎡)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공공임대주택 기공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에 대비한 의전을 위해 최소 수억 원이 드는 과도한 낭비성 공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https://omn.kr/28nw0)
최근 다시 현장을 확인한 결과 기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은 콘크리트 바닥을 모두 뜯어냈고, 파쇄된 콘크리트 폐기물은 한쪽에 쌓아놓은 상태였다.
관행이라는 충남도, 업계에선 갑질이라 부른다
▲ 최근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기공식 행사가 열린 행사장 콘크리트 바닥(사각형 붉은 색 부분)을 모두 뜯어내고, 콘크리트 폐기물을 쌓아 둔 상태다. ⓒ 이재환
▲ 지난 4월 초 준공식 행사가 열린 콘크리트 행사장 바닥을 철거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하지만 충청남도 관계자는 29일 충남형공공임대주택 기공식 행사 준비에 들어간 공사비와 당일 행사비에 대해 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비용은 시공사의 용역(사업) 범위 내에 들어 있다. 시공사에서 용역비 중 판매비와 홍보비에서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공식을 준비하는 데 쓴 비용은 해당 시공사에서도 영업비밀이라 알려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도 산하 충남개발공사(사장 김병근) 관계자도 "시공사에서 한 공사로 공사 비용과 당일 행사 비용에 대해 요청을 해도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고 답했다.
첫 취재 당시 '낭비성 공사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관행'이고 '시공사에서 한 일이라 모른다'는 의견에서 달라진 게 전혀 없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충청남도와 충남개발공사의 태도에 혀를 찼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공사비용을 떠맡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관련 뉴스 봤는데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기공식 행사면 모르겠지만 수억 원이 드는 행사를 관행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시공사에서 이후 설계변경이나 공사 대금 지급 문제 때문에 을의 입장이다 보니 할 수 없이 한다는 걸 이 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참석에 대비한 의전 공사를 했다는데 한마디로 갑질이다. 갑질을 하고도 아직도 '관행'이라고 말하나. 민간업계에서도 안 하는 일을 공공기관에서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충남개발공사 관계자는 '관행이 아닌 갑질이라는 비판이 많다'는 지적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간아파트 보다 비싼 충남형 공공임대
▲ 지난 4월 18일 기공식 행사에서 시공사 직원들이 햇볕아래 도열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 참석자 대부분이 행사 도중 자리를 떴다. ⓒ 오마이뉴스
충청남도는 과도한 행사 비용이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초저리로 보증금을 대출받고, 싼 임대료로 거주하다 6년 전 분양가로 구입할 수 있는 파격 분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충청남도는 이곳에 신혼부부와 청년 등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전용면적 84㎡ 아파트 949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공식 발표한 임대료는 보증금 1억 6천만 원에 희망할 경우 전액의 80%를 1.7%까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월세는 18만 원, 반전세 형식이다. 도는 충남형 리브투게더에 6년 동안 거주하면 입주자 모집 공고 시 확정한 가격( 3억 9000만 원)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파격 분양'이라는 홍보도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KBS 보도를 보면 사업부지 바로 옆 입주한 한 민간 아파트에서 거래된 같은 면적의 전세가는 평균 1억 3000만 원이다. '어떻게 공공임대주택이 민간 아파트보다 비쌀 수 있냐'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3년간 내포신도시 내 같은 면적의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는 대부분 3억 원 미만에서 초중반으로, 6년간 거주 후 분양가 3억 9000만 원도 파격이 아닌 '고분양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 관계자는 "자재 등을 최고급으로 사용해 기존 민간아파트 대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지난 4월 18일 충남형공공임대주택(리브투게더) 기공식 행사 당시 행사장 모습. 이날 행사가 끝난 직후 콘크리트 바닥을 철거했다. ⓒ 오마이뉴스
특히 입주민에게 받는 임대보증금(1544억 원)외 나머지 사업비 2386억 원은 충남도 출자금이나 기금 등 세금이 투입된다. 또 앞서 벌인 과도한 기공식 또는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충청남도는 또 천안·공주·아산·청양 등 도내 곳곳에서 충남형 공공임대주택(리브투게더) 사업을 벌여 오는 2026년까지 총 5000세대(전 세대 84㎡)를 공급할 예정이다.
'관행'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충청남도와 충남개발공사의 행태를 보면 이후 천안에서, 공주에서, 아산에서, 청양에서, 공공임대주택 기공식을 할 때마다 시공사가 시행사의 구미에 맞춘 낭비성 공사를 되풀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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