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희영 재판 때마다 용산구청 공무원 평균 15.4명 동행
이태원참사 공판 10회 공무원 전수조사, 최대 19명 세번이나... 구청 "구청장 수행 등 업무상 이유"
▲ 이태원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 된 후 보석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2023년 7월 17일 오전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지지자라고 밝힌 이들이 박희영 구청장을 에워싼 채 급히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재판에 평균 15명 이상의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매번 방문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 공판은 지난 2023년 5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10회 진행됐다.
그간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재판 방청을 온 용산구청 공무원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공무원들이 과도하게 동원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법정을 방문한 용산구청 공무원들의 실제 규모와 소속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박희영 공판 공무원 참석 현황 전수조사 ⓒ 박종현
<오마이뉴스>가 용산구청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박 구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 1차 공판기일이 열린 2023년 5월 15일부터 10차 공판기일이 열린 2024년 5월 13일까지 매회 평균 15.4명의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법정을 방문했다. 많게는 한번에 19명의 공무원들이 같은 공판을 방청했다.
박 구청장 공판은 통상 2시간 이상 진행되고, 용산구청에서 재판이 열리는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서부지방법원까지는 차로 왕복 40분 이상 걸린다. 반나절 업무 시간이 통째로 소요되는 셈이다. 박 구청장 개인의 과실을 따져 묻는 형사재판에 공적 행정력이 지나치게 투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다 구체적인 용산구청 공무원들의 박 구청장 재판 방문 현황은 다음과 같다.
▲1차 공판(2023. 5. 15) 총 8명
행정지원과 3명(출장)/ 감사담당관 2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2명(출장)/ 홍보담당관 1명(연가)
▲2차 공판(2023. 6. 26) 총 17명
행정지원과 12명(출장7명, 외출5명)/ 감사담당관 2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3명(출장)
▲3차 공판(2023. 7. 17) 총 19명
행정지원과 12명(출장7명, 외출5명)/ 감사담당관 4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3명(출장)
▲4차 공판(2023. 8. 28) 총 19명
행정지원과 12명(출장7명, 외출5명)/ 감사담당관 3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3명(출장)/ 홍보담당관 1명(외출)
▲5차 공판(2023. 9. 18) 총 15명
행정지원과 9명(출장5명, 외출4명)/ 감사담당관 3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2명(출장)/ 홍보담당관 1명(외출)
▲6차 공판(2023. 11. 6) 총 11명
행정지원과 6명(출장4명, 공가1명, 외출1명)/ 감사담당관 3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2명(출장)
▲7차 공판(2023. 12. 11) 총 14명
행정지원과 8명(출장5명, 외출3명)/ 감사담당관 3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3명(출장)
▲8차 공판(2024. 3. 11) 총 15명
행정지원과 8명(출장6명, 외출2명)/ 감사담당관 3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3명(출장) /홍보담당관 1명(외출)
▲9차 공판(2024. 4. 15) 총 19명
행정지원과 13명(출장7명, 외출6명)/ 감사담당관 3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2명(출장) /홍보담당관 1명(외출)
▲10차 공판(2024. 5. 13) 총 17명
행정지원과 11명(출장)/ 감사담당관 3명(출장)/ 미래전략담당관 2명(출장)/ 홍보담당관 1명(외출)
매 재판마다 구청 직원 15.4명이 함께 방청… 구청 측 "업무상 이유"
▲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3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 출석한 뒤 차량으로 향하며 시계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용산구청 측은 '박 구청장 공판에 공무원들이 과도하게 방문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업무와 관련해 참석한 것"이라고 했다. 구청은 "행정지원과는 구청장 수행 및 직원 인사·당직실 업무로 공판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있고, 감사담당관은 징계 의결 요구 관련 공판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미래전략담당관은 10.29 참사대책추진단 총괄대책 부서로 공판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있고, 홍보담당관은 10.29 참사 공판 언론보도와 관련해 공판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업무상 이유라면 출장·외출·연가 등 방문 형태가 제 각각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각 공무원 개인과 부서에서 상황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인원이 참석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종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재판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거라면 최소한의 인원이 참석하거나, 추후 공판 기록을 제공받아도 된다"라며 "매 재판마다 최대 19명의 공무원이 출석한다는 건 그 목적이 피고인을 응원하기 위한 게 아닌지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특히 용산구청 행정지원과 총무팀에 비서실이 편제돼 9명의 인원이 있다"라며 "(행정지원과에서만) 최대 12~13명씩 방청했다는 건 사실상 비서실 전원보다 많은 인원이 총동원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기일이 열렸던 지난 13일 박 구청장 공판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윤성근씨 아버지 윤석보씨가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다수 참석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재판부에 "사건과 관련 없는 용산구청 직원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방청하고 있다"라며 "퇴장시켜달라"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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