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14명 유죄 판결... 최고 종신형 가능

'홍콩 47' 운동가들 첫 법원 판결... 31명은 앞서 유죄 인정

등록|2024.05.30 15:54 수정|2024.05.30 16:17

▲ 홍콩 민주화 운동가 47명에 대한 법원 판결을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 SCMP


홍콩 법원이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민주화 운동가 14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홍콩 검찰이 지난 2021년 국가전복 혐의 등으로 기소한 이른바 '홍콩 47'로 불리는 47명의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첫 재판 결과다.

이 가운데 31명은 앞서 기소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했고, 이날 재판은 무죄를 주장한 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민주 진영의 전 입법회 의원 렁쿽흥, 람척팅, 레이먼드 찬 등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2명만 무죄 판결이 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후보 단일화 선거했다가 기소 당해... "국가 전복 계획"

이들은 추후 형량 선고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청년 활동가 조슈아 웡과 클라우디아 모 전 의원 등은 유죄를 인정해 더 짧은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홍콩 야권은 국가보안법에 반발하며 2020년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결집해 친중파를 꺾고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며 야권 단일화 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를 진행했다.

그러나 홍콩 검찰은 해당 선거가 불법이며 홍콩 정부를 마비시키고 행정 수반을 낙마시켜 헌법적 위기를 일으킬 목적으로 조직된 정부 전복 계획이라면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기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유죄 판결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입법회 선거를 전격 연기했고, 중국은 정부가 인정한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 선거제를 뜯어고쳤다.

결국 홍콩 입법회 선거는 예정보다 15개월 지난 2021년 12월에 치러졌고, 중국이 바꿔놓은 선거제 탓에 민주 진영 후보들의 출마가 막혔다. 유권자들의 불만에 투표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친중파가 압도적인 의석을 획득했다.

"국가보안법으로 야권 탄압... 중국, 약속 안 지켜"
 

▲ 홍콩 민주화 운동가 47명에 대한 법원 판결을 보도하는 영국 BBC ⓒ BBC


외신은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내려진 가장 크고 무거운 판결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의 탄압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번 판결은 중국과 홍콩 정부가 야권을 억압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줬다"라며 "이 법을 제정한 이후 국가 안보 유지라는 명목하에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서구식 시민 자유를 최소 50년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홍콩의 많은 민주화 운동가가 체포되거나 강제 추방당하고 수십 개의 시민단체가 해산됐다"라고 전했다.

예비 선거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기 전 영국으로 망명한 네이선 로는 영국 BBC 방송에 "홍콩 시민 모두에게 파괴적인 날"이라며 "법원의 판결은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경멸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유죄를 인정한 31명에 대해서도 "이들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을지, 아니면 국가보안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고 가혹한 벌을 받을지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이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어떤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이라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 마야 왕 중국국장 대행도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와 홍콩 법원이 뭐라 하든 민주주의는 범죄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홍콩 시민에게 보통 선거권을 약속했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어기고 헌법이 보장한 인권을 노골적으로 말살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원 앞에는 주요 외신 기자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몰렸고, 시민단체들이 항의 집회를 열다가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