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배들의 공감 백배 명상록 '호모 스토리우스'
신훈 작가, 식물 채집하듯 삶의 편린 잡아채 기록
▲ 신훈 작가가 펴낸 <호모 스토리우수>. 삶의 편린들을 그때그때 식물채집 하듯 곤충 채집하듯 잡아채 기록한 명상록이다. 수년간 채집한 160편을 명상집(도서출판 좋은 땅,?248 쪽)으로 묶었다. ⓒ 신훈 작가
'소설, 영화, 만화만 이야기랴/커피숍 가득 메운 수다 소리/길 걸으며 전화하고 문자하고... /넘치고 넘치는 이야기들/이야기 소리에 지쳐서 찾은 골방/그리곤 또 이렇게 쓰는 나만의 이야기' ('호모 스토리우스' 전문)
신훈 작가(필명)가 펴낸 <호모 스토리우스>는 나만의 이야기다. 작가가 일상에서 느낀 삶의 편린들을 그때그때 식물채집 하듯 곤충 채집하듯 잡아채 기록한 명상록이다. 수년간 채집한 160편을 명상집(도서출판 좋은 땅, 248 쪽)으로 묶었다.
신 작가는 50대 후반의 변호사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명상록이 중년의 삶의 이야기에 집중돼 있다. 40~50대의 독자라면 누구나 절로 고개를 끄덕일 공감 만점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눈이 내린 아침'에서는 아궁이에 생솔가지 불 때며, 하얀 연기에 눈물 콧물 씨름하시는 어머니를 소환했다. 대다수 중년배가 겪은 어린 시절 이야기다.
'어머니는 새벽에 밥을 짓느라 아궁이에 생솔가지 불 때며/하얀 연기에 눈물 콧물 씨름하신다/ 툇마루 아래 누렁이와 새끼들은 새어 나온 연기에 같이 깽깽거리고/ 무거운 솜이불 속 단잠을 부여잡느라/ 눈 치우라는 어머니 고함이 야속하다/ 세상이 하얗고 굴뚝 연기도 하얀 날 아침/ 그 시절 시간은 참 더디 갔다. ('눈이 내린 아침' 전문)
일상에서 삶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들이켠 알코올로 힘겨워한 날들을 중년이 겪는 '자기 수양'이고 '정진'이자 '성장'으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사고의 깊이가 느껴진다.
'혈기 왕성한/우리 집 사춘기 딸들은 도무지 아프지 않는다/(중략)/아빠는 자기 수양을 위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숙취를 불러들여/정진하고 있거늘' ('성장' 중에서)
사회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곳곳에 배어 있다. '나무와 동물들, 곤충들도 살아가는 지구에서/사람은 뭇 생명의 동의도 없이 내 거를 외친다' ('소유' 중에서)
그가 생각하는 '잘 산 인생'도 책 속에 담겨 있다.
'(중력) 인생이 별거 있나/수다 떨 사람이 항상 옆에 있다면 잘 산 인생이지' ('잘 산 인생' 중에서)
이 책에 실린 '커피 친구 소주'는 더불어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되뇌게 한다.
'(중략) 카페인이 또 잠 못 들게 하겠지!/별수 없다 저녁에 소주로 잠을 불러야지'('커피 친구 소주' 중에서)
작가의 시선처럼 삶은 잠 못 들게 하는 커피와 잠을 부르는 소주가 함께 엮어가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신 작가는 "평범한 일상 속 생각들을 담았다"며 "제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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