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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도시 울산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영광의 '온에어' 313] KBS 1TV <시사기획 창> 서영민 기자

등록|2024.06.03 15:40 수정|2024.06.03 15:40

▲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과 화학 산업을 모두 가진 부유한 도시였다. 1970년대 산업화로 인구가 늘어나, 1997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서며 광역시로 승격되었다. 하지만 2015년 117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광역시 이름조차 반납할 처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5월 28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울산탈출-청년을 잃어버린 도시' 편에서는 가장 부유한 도시로 불렸던 울산의 인구 유출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해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5월 2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서영민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울산의 지역소멸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일단은 양승훈 교수 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다양한 곳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게 취재했다고 생각해요. 책이 훌륭했던 덕분이에요. 저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고 싶었던 이야기도 있는데요.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이고 훌륭한 텍스트도 있고, 나가기 위한 준비도 어느 정도는 돼 있었기 때문에 잘 취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울산 공장의 노동자들, 이 장면이 보여주는 것
 

▲ 서영민 기자 ⓒ 이영광


- 그중에서도 울산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방소멸은 울산 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만약 다른 도시를 타깃으로 이야기 했다면 저는 흥미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울산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거든요. 울산은 모두가 알다시피 어떤 면에서는 부자 도시입니다. 여기는 (시민들이) 잘 사는 도시고, 특히 이 울산에 있는 기업들이 아주 잘 나갑니다. 요즘 현대차는 세계 3등 하는 자동차 회사가 됐어요. 그 회사의 허브가 울산에 있습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우리 조선산업이 호황을 맞아서 1분기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기준으로 1등을 했어요. 이렇게 잘 나가고 업황이 좋은데 울산은 인구가 줄어드는 겁니다. 이건 굉장히 상징적이죠. 울산에 터전을 두고 있는 산업이 매우 잘 영위되고 있는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낙수 효과가 없죠. 여기에 지역 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가 있고요.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었어요. 울산 등 지역이 어려운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인구가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가고 있는 사실이 출생률에도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자정 야근을 마치고 뛰어가는 노동자들 모습으로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장면을 첫 장면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큐멘터리는 영상이기 때문에 흥미로워야 해요. 보는 사람을 잡아끌어야 하는데 그게 주제와도 연결되어야 하죠. 유튜브에서 현대차 공장에서 사람들이 뛰어나오는 영상을 봤는데, 방송 기자로서 흥미로웠어요. 또한 이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 현대차인데, 현대차 공장이 가장 역동적으로 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면이어서 무조건 이 장면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현제씨가 '울산은 신분이 나뉘어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신분을 말하는 것인가요? 회사 밖에서도 신분이 나뉜다는 말인가요?
"현대차에 공식적으로 물어보면 '우리는 거의 다 직접 고용했다'고 말해요. 법원도 판결을 계속 그렇게 내리고 있어요. 법원이 판결을 통해 선을 그어주면 현대차는 그에 따라서 정규직화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뜻밖이었던 게 '2차 하청'이라고 부르는, 청소직, 식당직 등에 대해서는 하청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그건 아닌데요. 우린 다 직고용하고 있지만 그 사람들까지 직고용은 할 수 없잖아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자본주의 사회가 다 신분제 아닐까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까지 모든 것들이 다 나뉘어 있죠. 울산이라는 공간의 특징은 어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내재화하고, 무엇을 내재화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결정이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이 없었을 때는 다 같은 기업에 다니고 대부분의 아빠들이 같은 작업복을 입고 다니니까 다 똑같았죠. 어느 순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면서 동네에서도 그게 곧 본인의 신분이 되는 겁니다. 서울에선 모두가 다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적으로 신분제라고 느끼기 어렵다면, 여기선 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신분처럼 느껴지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공간이죠."

현대자동차가 성장해도, 울산에는 청년이 없다
 

▲ 서영민 기자 ⓒ 이영광


-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울산 상황에 대해 '기업과 지역이 아무 상관 없어졌다'며 '공중 부양'이라고 했어요.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낙수 효과가 없어진다는 의미예요. 기업이 잘 되면 지역도 잘 된다는 건 그동안 울산에 통용되던 얘기였어요.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고,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되는 것이라는 거예요. 그런 게 이제 끊어진 겁니다. 비정규직은 돈을 적게 받고 지역 사회에 떨어지는 것이 적죠. 이 비정규직을 현대중공업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로 씁니다. 7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와 있고 이걸 점점 늘리려고 해요."

- 외국인 노동자도 월급을 받으면 지역에서 소비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엄격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한다면 한국인 노동자의 가족들이 근처에 있을 겁니다. 한 명이 벌어서 울산은 3~4명이 먹고사는 구조였죠. 반면 외국인 이주 노동자는 받은 돈의 절대적인 비중을 본국으로 보낼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온 나라이기 때문에 분명히 차이가 있죠.

낙수 효과가 떨어진 게 비정규직이 많아진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다 수도권으로 올라간 영향도 있습니다. 현대차의 남양 공장은 현대차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R&D 센터고, 모든 혁신이 거기서 일어나죠. 울산에도 비슷한 시설, 설비가 있었지만 통합하면서 다 남양으로 갔어요. 현대중공업도 배를 만드는 공장은 원래 R&D 기능 연구개발 기능과 떨어트려서 운영하기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IT 기술 때문에 가능해졌죠. 연구 개발 기능을 끝없이 수도권으로 가져가는 이유는 생존 문제이기도 해요. 서울에 있는 청년들이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고 울산에 내려가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 울산 출신 학생들 중에 남학생들은 그래도 지역에 남으려고 하던데.
"울산대학생들 인터뷰를 보면 남자들은 (울산에) 남겠다고 하죠. 울산대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종합대학이지만 현대중공업이 만든 대학이고 공대는 취업이 꽤 잘되겠죠. 공대엔 남자 비율이 높고요. 산업 도시가 그렇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의 울산은 가장이 일하고 여자들은 살림하는 곳이었죠. 울산은 전국에서 여자 고용률이 꼴등입니다."

- 한국은행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청년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지역 거점으로 돌릴 수 있다면 30년 뒤 인구가 기존 예측 대비 50만 명 가량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가능한 시나리오일까요? 지금도 혁신도시 등 지역 균형 개발 정책은 지속되어 왔는데,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건 아닌가요?
"정말로 (지역 분산을) 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많이 쪼개서 지역에 조금씩 주다 보니 효과를 낼 수 없었을 수도 있죠. 그리고 한국은행 연구의 전제는 지역에서 서울로 떠나는 청년을 잡아둘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어려운 얘기죠.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에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고, 회사들이 R&D 개발을 하고 젊은 인구를 고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죠. 만약 지역에서 개발자를 구하는 게 어렵다면 그걸 정부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죠. 대기업들은 근본적으로 '공중 부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되돌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중소기업이 강해질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는 50만 명이 증가하는 것이었지만 중앙대 마강래 교수팀은 300만 명 증가로 예상했어요. 그러니까 2054년에 4천만 명으로 줄어들 인구가 4300만 정도까지는 유지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해마다 20조씩 30년 동안 지역 균형 발전에 투자해야죠. 결국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철도를 깔아야 한다는 얘기예요. 청년들이 한 지역에 고립되어 있지 않고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고 일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해요. 인구가 줄어드는데 이렇게 하면 덜 줄어들 수 있대요. 인구는 곧 경제력입니다. 경제력도 보존할 수 있고 지역도 하나의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것이에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지역 균형 발전이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우리가 빨리 버려야 해요. 지역이 사라지는 것, 울산과 같은 산업도시에서도 청년이 떠나는 것이 결코 나와 무관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저 역시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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