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위대의 욱일기 사용을 문제 삼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측이 '해상자위대 함정의 자위함기(욱일기) 게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해 줄 것을 한국에 요구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이어 "한일 국방장관의 협상 최종 국면에서 일본 자위함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라며 "그러나 한국 측이 합의 보류까지 거론하며 강경하게 반대하면서 결국 합의문에 넣지 않는 것으로 일본 측이 양보했다"라고 전했다.

자위대함, 2023년 5월 욱일기 걸고 부산 입항 

일본이 1954년 채택한 자위대법에 따라 자위대 함정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형상의 자위함기를 일장기와 함께 게양해야 한다.

욱일기는 일장기의 태양 문양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하며 1870년부터 육군 군기로 사용했고,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비롯해 침략 전쟁을 벌일 때 전면에 내걸면서 전범기로 통한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제주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해상자위대를 초청하면서 욱일기를 게양하지 말라고 요구하자, 이에 반발하면서 불참한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등 여러 현안을 풀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게양에 관한 양보까지 받아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열린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23'에 참가한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욱일기를 게양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기도 했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군 함정이 외국에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나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례"라는 입장을 보였다.

<요미우리>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자위함기 게양을 허용하면서 일본으로서는 한국에서 자위함기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초계기 갈등도 서둘러 매듭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신원식 국방부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이 개최한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초계기 갈등' 사실 확인도 유보하기로 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일본이 '2018년 12월 동해에서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가 접근하자 사격 통제 레이더를 정밀 조준했다'고 주장했으나, 우리 군은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초계기가 위협 비행했다'고 반박하면서 벌어졌다.

<요미우리>는 "한일 양국이 초계기 갈등을 일단락짓고 국방 당국 간 교류를 재개하며 대북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해상자위대의 한 간부는 일본 NHK 방송에 "레이더 조사를 한 것은 자위대의 입장에서 총구를 겨눈 것과 같다"라며 "한일 국방당국간 교류가 재개되더라도 (초계기 갈등 관련)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일하는 자위대원들에게 앙금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