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 올랐다가 "심봤다" 외친 사연
엄나무 농장 만들려 산 땅에서 발견한 산삼... 더불어 같이 자라고 싶습니다
뒷산에 갔다가 산삼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 산삼을 발견했습니다. 지난달 부처님 오신 날(5월 15일) 일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우리 부부는 산에 갔습니다. 산이라고 했지만 동네 인근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산입니다. 그 산속에 산삼이 있었습니다. 산삼이라면 심산유곡, 깊은 산 으슥한 골짜기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도 자란다니 믿기지가 않았어요.
내가 보는 이게 정말 산삼인가
산삼은 영물이라 보통 사람의 눈에는 띄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들도 정성을 들여야 삼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산삼이 보통 사람인 제 눈에 보였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너무 신기해서 긴가민가했습니다.
산삼이 자라고 있는 곳은 우리 부부가 지난겨울에 산 땅입니다. 퇴직하고 여가 삼아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남편은 엄나무농장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엄나무는 4월이면 새 순이 올라오는데, 그 순을 따서 팔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엄나무는 다른 농작물처럼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딱 열흘 정도, 순을 딸 때만 일을 하면 되니 이보다 더 편한 농사는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만 하나, 문제가 되는 건 나무를 심을 땅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손 갈 일은 많지 않지만 초기 자본이 꽤 들어가는 농사입니다.
엄나무를 심을 수 있는 땅을 사고 싶었지만, 농지는 우리가 감당하기에 비쌉니다. 임야라도 괜찮지만 길이 있는 땅은 역시 가격이 높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길 없는 맹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장만한 땅이었습니다.
땅을 샀던 겨울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서 어디가 어딘지 훤히 다 보였는데, 봄이 되고 여름으로 들어서 잎이 우거지니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산 속이라 다 그만그만한 나무뿐, 표시로 삼을만한 것도 없습니다.
알아볼 수 있도록 땅의 경계 지점 나무에 테이프를 감아두었는데 그마저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라니 흔적, 동물 발자국... 그 사이 예사롭지 않은 풀
동네 뒷산이지만, 산으로 조금 들어가자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야생동물 고라니가 다녔던 흔적은 더러 남아 있었습니다. 눈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배설물도 있었고 발굽 자국도 보였습니다. 고라니가 자주 오르내렸는지 가느다랗게 길도 나있었습니다.
겨울에 사두고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입니다. 봄이 오면 당장 나무를 심을 것처럼 서둘렀지만 막상 봄이 오자 막막해서 그냥 놔둔 땅이었습니다. 산을 농장으로 만들려면 관의 허가를 받아야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허가를 받고도 할 일이 많습니다. 나무를 베야 합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엄두가 나지 않아 밀쳐두고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땅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자주 가서 눈에 익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헤매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헤매다 드디어 우리 땅을 찾았습니다. 나무에 감아둔 테이프가 보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땅입니다. 다 똑같은 나무며 풀이었지만 왠지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예사롭지 않은 풀이 보였습니다. 인삼 잎처럼 생긴 게 있었습니다. 저는 6년근 인삼으로 유명한 강화에 오래 살아 인삼밭도 많이 봤고 인삼도 흔하게 봤습니다, 그러니 인삼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압니다. 그 인삼 잎과 똑같이 생긴 잎이 있었습니다. 엇? 그럼 이게 혹시 산삼이란 말인가?
'에이, 설마 산삼이라고? 귀한 산삼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이다니, 산삼이 아닐 거야. 오가피 잎이 산삼 잎과 비슷하니, 오가피 일거야.'
생각하다가 혹시 몰라 잎을 하나 따서 씹어 봤습니다. 잎에서 인삼 맛이 났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산삼을 검색해 봤습니다. 잎의 생긴 모양새가 똑같았습니다. 뿌리를 하나 조심스럽게 캐서 살펴봤습니다. 산삼이었습니다.
"심봤다~~~!"
실은 살짝 고민이 됐습니다. 산삼을 만나면 "심봤다~~"를 외친다는데, 이건 그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뭔가 어정쩡했습니다. 산삼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잎도 여리고, 뿌리도 굵지 않았습니다. 산삼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어려 보였습니다. 산삼은 맞지만 아직 어려서 캐기에는 아쉬운 크기였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그중 커 보이는 몇 뿌리만 캐고 나머지는 더 자라도록 놔두었습니다. 아마 1~2년도 아니고 적어도 십 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겁니다. 그 사이에 혹시 누가 발견하고 산삼을 캐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산삼은 아무 눈에나 띄는 물건이 아니라는데, 설마 사람들 눈에 그렇게 쉽게 띄겠습니까?
설혹 누가 캐간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싶습니다. 귀한 산삼이 사람 눈에 띄었다면 그 산삼은 그 사람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씨 뿌리고 키운 것도 아니니 내 것이라 주장할 것도 없다 싶었습니다.
산삼과 더불어 잘 자라고 싶다
그렇게 산삼을 발견한 지 며칠 지나 또 그 산에 갔습니다. 산삼이 있는 위치를 알기 위해 주변에 있는 큰 바위를 찍어 두었는데, 그 바위만 찾으면 산삼은 바로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산삼은 고사하고 바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삼은 영물이라더니 정말로 그런 걸까요? 산삼을 찾아 산을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내려왔습니다.
집에 와서도 자꾸 산삼 생각이 났습니다. 분명 있었는데, 내가 봤는데... 다시 갔을 때 찾지 못한 채 내려왔으니 찾아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또 산에 가볼 생각입니다. 눈에 익지 않아 못 찾았으니 몇 번 더 가면 땅이 눈에 익을 것이고, 그러면 산삼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실은 길이 없는 맹지여서 별 볼 일 없는 땅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나이 들어 늙어 죽으면 그 산에 같이 묻히자고 남편과 농담도 나눴습니다.
그랬던 산이었는데, 이제 그곳은 산삼이 자라는 땅입니다. 산삼이 자란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 좋습니다. 산삼이 자라는 땅, 산삼과 더불어 나도 잘 자라고 싶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우리 부부는 산에 갔습니다. 산이라고 했지만 동네 인근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산입니다. 그 산속에 산삼이 있었습니다. 산삼이라면 심산유곡, 깊은 산 으슥한 골짜기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도 자란다니 믿기지가 않았어요.
산삼은 영물이라 보통 사람의 눈에는 띄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들도 정성을 들여야 삼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산삼이 보통 사람인 제 눈에 보였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너무 신기해서 긴가민가했습니다.
▲ 산에서 발견한 산삼. ⓒ 이승숙
산삼이 자라고 있는 곳은 우리 부부가 지난겨울에 산 땅입니다. 퇴직하고 여가 삼아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남편은 엄나무농장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엄나무는 4월이면 새 순이 올라오는데, 그 순을 따서 팔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엄나무는 다른 농작물처럼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딱 열흘 정도, 순을 딸 때만 일을 하면 되니 이보다 더 편한 농사는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만 하나, 문제가 되는 건 나무를 심을 땅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손 갈 일은 많지 않지만 초기 자본이 꽤 들어가는 농사입니다.
▲ 산삼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 이승숙
엄나무를 심을 수 있는 땅을 사고 싶었지만, 농지는 우리가 감당하기에 비쌉니다. 임야라도 괜찮지만 길이 있는 땅은 역시 가격이 높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길 없는 맹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장만한 땅이었습니다.
땅을 샀던 겨울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서 어디가 어딘지 훤히 다 보였는데, 봄이 되고 여름으로 들어서 잎이 우거지니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산 속이라 다 그만그만한 나무뿐, 표시로 삼을만한 것도 없습니다.
알아볼 수 있도록 땅의 경계 지점 나무에 테이프를 감아두었는데 그마저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라니 흔적, 동물 발자국... 그 사이 예사롭지 않은 풀
▲ 땅의 경계 부분에 서있는 나무에 테이프를 둘러서 땅의 경계를 임시로 표시했다. ⓒ 이승숙
동네 뒷산이지만, 산으로 조금 들어가자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야생동물 고라니가 다녔던 흔적은 더러 남아 있었습니다. 눈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배설물도 있었고 발굽 자국도 보였습니다. 고라니가 자주 오르내렸는지 가느다랗게 길도 나있었습니다.
겨울에 사두고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입니다. 봄이 오면 당장 나무를 심을 것처럼 서둘렀지만 막상 봄이 오자 막막해서 그냥 놔둔 땅이었습니다. 산을 농장으로 만들려면 관의 허가를 받아야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허가를 받고도 할 일이 많습니다. 나무를 베야 합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엄두가 나지 않아 밀쳐두고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땅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자주 가서 눈에 익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헤매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헤매다 드디어 우리 땅을 찾았습니다. 나무에 감아둔 테이프가 보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땅입니다. 다 똑같은 나무며 풀이었지만 왠지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 나뭇가지로 흙을 살살 파보았다. ⓒ 이승숙
▲ 그냥 보면 풀일 뿐인 산삼. ⓒ 이승숙
그런데 예사롭지 않은 풀이 보였습니다. 인삼 잎처럼 생긴 게 있었습니다. 저는 6년근 인삼으로 유명한 강화에 오래 살아 인삼밭도 많이 봤고 인삼도 흔하게 봤습니다, 그러니 인삼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압니다. 그 인삼 잎과 똑같이 생긴 잎이 있었습니다. 엇? 그럼 이게 혹시 산삼이란 말인가?
'에이, 설마 산삼이라고? 귀한 산삼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이다니, 산삼이 아닐 거야. 오가피 잎이 산삼 잎과 비슷하니, 오가피 일거야.'
생각하다가 혹시 몰라 잎을 하나 따서 씹어 봤습니다. 잎에서 인삼 맛이 났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산삼을 검색해 봤습니다. 잎의 생긴 모양새가 똑같았습니다. 뿌리를 하나 조심스럽게 캐서 살펴봤습니다. 산삼이었습니다.
"심봤다~~~!"
실은 살짝 고민이 됐습니다. 산삼을 만나면 "심봤다~~"를 외친다는데, 이건 그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뭔가 어정쩡했습니다. 산삼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잎도 여리고, 뿌리도 굵지 않았습니다. 산삼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어려 보였습니다. 산삼은 맞지만 아직 어려서 캐기에는 아쉬운 크기였습니다.
▲ 큰 것 몇 뿌리를 캐보았다. ⓒ 이승숙
고민을 하다가, 그중 커 보이는 몇 뿌리만 캐고 나머지는 더 자라도록 놔두었습니다. 아마 1~2년도 아니고 적어도 십 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겁니다. 그 사이에 혹시 누가 발견하고 산삼을 캐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산삼은 아무 눈에나 띄는 물건이 아니라는데, 설마 사람들 눈에 그렇게 쉽게 띄겠습니까?
설혹 누가 캐간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싶습니다. 귀한 산삼이 사람 눈에 띄었다면 그 산삼은 그 사람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씨 뿌리고 키운 것도 아니니 내 것이라 주장할 것도 없다 싶었습니다.
산삼과 더불어 잘 자라고 싶다
그렇게 산삼을 발견한 지 며칠 지나 또 그 산에 갔습니다. 산삼이 있는 위치를 알기 위해 주변에 있는 큰 바위를 찍어 두었는데, 그 바위만 찾으면 산삼은 바로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산삼은 고사하고 바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삼은 영물이라더니 정말로 그런 걸까요? 산삼을 찾아 산을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내려왔습니다.
▲ 이 바위 근처에 산삼이 있다. ⓒ 이승숙
집에 와서도 자꾸 산삼 생각이 났습니다. 분명 있었는데, 내가 봤는데... 다시 갔을 때 찾지 못한 채 내려왔으니 찾아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또 산에 가볼 생각입니다. 눈에 익지 않아 못 찾았으니 몇 번 더 가면 땅이 눈에 익을 것이고, 그러면 산삼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실은 길이 없는 맹지여서 별 볼 일 없는 땅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나이 들어 늙어 죽으면 그 산에 같이 묻히자고 남편과 농담도 나눴습니다.
그랬던 산이었는데, 이제 그곳은 산삼이 자라는 땅입니다. 산삼이 자란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 좋습니다. 산삼이 자라는 땅, 산삼과 더불어 나도 잘 자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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