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에서 휘날린 이 나라의 국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펼쳐진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시민 1천 명 참여
지난 1일, 을지로입구역과 종각역 사이 도로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로 인해 15만 명(주최 측 추산)이나 달하는 인원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2년 만에 축제에 참여했다. 비록 익숙한 광장은 아니었지만 각양각색의 부스들이 나열한 대로변 사이로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만큼은 이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자유로이 뜨겁게 축제를 즐겼다.
한편 모두가 자유를 만끽하는 축제의 현장에서 이날의 자유를, 더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연대의 메시지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멈출 줄 모르는 팔레스타인의 참혹한 비극에 연대하는 사람들이었다.
퀴어축제 참가한 미·영·독 대사관 향해 "학살 중단"
1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아래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공동 부스로 참여한 미국·영국·독일 주한 대사관이 팔레스타인에 공공연히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을 여전히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자유와 평등, 평화를 얘기하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영·독 대사관 부스 맞은 편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높이 치켜든 이들은 '퀴어는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반대한다', '미국, 영국, 독일은 학살지원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는 퀴어 자긍심이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 단체들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퀴어들은 팔레스타인 퀴어의 생존과 해방을 염원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통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에 지지를 보냈다. 지나가는 축제 참가자들 또한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주먹을 함께 들어올리기도 했다. 구호를 따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을 주최했던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이 격주 토요일 16번째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연 날이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와 도보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긴급행동 장소에 평소보다 2~3배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던 시민들이 함께해줬다.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 문제와 팔레스타인 문제는 하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연대 집회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하라'는 문구와 함께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건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향린교회 교인들이었다. 김지목 목사는 "평소에 주일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는데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오늘은 마침 퀴어문화축제도 있고 해서 교인 분들과 함께 오게 됐다"고 집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연대 발언을 마치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서자 인파는 어느새 천 명이 넘는 수준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중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문구가 담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온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미 대사관 참여, 미국인으로서 부끄러워"
'핑크워싱(성소수자 인권을 내세워 다른 측면의 폭력을 세탁하려는 전략)에 퀴어자긍심은 없다'라는 영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채 행진에 참여한 익명을 원한 미국인은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온 지 이번이 10번째 가까이 된다"며 "미국인으로서 부끄럽기에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9년째라는 그는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혐오적이기에 마치 그들을 죽여도 된다는 듯 군다.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경멸스럽다. 성소수자 혐오는 비단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지 않나"라고 힐난했다.
기자가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미 대사관이 부스로 참여한 것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에 와서 거의 매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왔다. 그때마다 미 대사관이 참여한 것을 보고 자랑스러웠다. 특히 한국 정부가 성소수자 인권에 비판적일 때 더더욱 그랬다"며 "하지만 이번만은 아니다. 미 대사관의 부스 참여가 부끄럽고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 또한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에 함께했다. 기자가 행진 참여 이유를 묻자 권 대표는 "팔레스타인 상황이 너무나도 심각하다"라며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인종청소가 목적이자 의도다. 이런 제노사이드에는 미국 역시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권 대표는 미 대사관의 퀴어문화축제 부스 참여에 대해선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야말로 퀴어문화축제가 상징하는 바인데 그러한 상징성과 모순되는 행보의 미 대사관이 참여한 것은 양두구육이다"라고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학살 중단이야말로 퀴어문화축제의 의미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여 분 동안 행진한 참가자들은 바로 근처에 있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합류했다. 이후 일부 참가자들은 퀴어문화축제 행진이 시작되자 행진의 후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함께했다. 억압과 폭력에 맞서는 소수자들 간의 연대가 빛을 발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스물 다섯째 생일이었다.
필자도 2년 만에 축제에 참여했다. 비록 익숙한 광장은 아니었지만 각양각색의 부스들이 나열한 대로변 사이로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만큼은 이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자유로이 뜨겁게 축제를 즐겼다.
퀴어축제 참가한 미·영·독 대사관 향해 "학살 중단"
▲ 미·영·독 대사관 부스 맞은 편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높이 치켜든 이들은 '퀴어는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반대한다', '미국, 영국, 독일은 학살지원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는 퀴어 자긍심이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 박성우
1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아래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공동 부스로 참여한 미국·영국·독일 주한 대사관이 팔레스타인에 공공연히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을 여전히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자유와 평등, 평화를 얘기하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영·독 대사관 부스 맞은 편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높이 치켜든 이들은 '퀴어는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반대한다', '미국, 영국, 독일은 학살지원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는 퀴어 자긍심이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 단체들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퀴어들은 팔레스타인 퀴어의 생존과 해방을 염원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통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에 지지를 보냈다. 지나가는 축제 참가자들 또한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주먹을 함께 들어올리기도 했다. 구호를 따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 연대 집회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하라'는 문구와 함께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건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향린교회 교인들이었다. ⓒ 박성우
이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을 주최했던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이 격주 토요일 16번째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연 날이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와 도보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긴급행동 장소에 평소보다 2~3배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던 시민들이 함께해줬다.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 문제와 팔레스타인 문제는 하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연대 집회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하라'는 문구와 함께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건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향린교회 교인들이었다. 김지목 목사는 "평소에 주일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는데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오늘은 마침 퀴어문화축제도 있고 해서 교인 분들과 함께 오게 됐다"고 집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 연대 발언을 마치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서자 인파는 어느새 천 명 넘게 늘어나 있었다. 그중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문구가 담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온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 박성우
연대 발언을 마치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서자 인파는 어느새 천 명이 넘는 수준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중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문구가 담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온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미 대사관 참여, 미국인으로서 부끄러워"
▲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긴급행동 집회에 평소보다 2~3배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던 시민들이 함께해줬다.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 문제와 팔레스타인 문제는 하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 박성우
'핑크워싱(성소수자 인권을 내세워 다른 측면의 폭력을 세탁하려는 전략)에 퀴어자긍심은 없다'라는 영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채 행진에 참여한 익명을 원한 미국인은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온 지 이번이 10번째 가까이 된다"며 "미국인으로서 부끄럽기에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9년째라는 그는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혐오적이기에 마치 그들을 죽여도 된다는 듯 군다.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경멸스럽다. 성소수자 혐오는 비단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지 않나"라고 힐난했다.
기자가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미 대사관이 부스로 참여한 것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에 와서 거의 매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왔다. 그때마다 미 대사관이 참여한 것을 보고 자랑스러웠다. 특히 한국 정부가 성소수자 인권에 비판적일 때 더더욱 그랬다"며 "하지만 이번만은 아니다. 미 대사관의 부스 참여가 부끄럽고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 또한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에 함께했다. 기자가 행진 참여 이유를 묻자 권 대표는 "팔레스타인 상황이 너무나도 심각하다"라며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인종청소가 목적이자 의도다. 이런 제노사이드에는 미국 역시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권 대표는 미 대사관의 퀴어문화축제 부스 참여에 대해선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야말로 퀴어문화축제가 상징하는 바인데 그러한 상징성과 모순되는 행보의 미 대사관이 참여한 것은 양두구육이다"라고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학살 중단이야말로 퀴어문화축제의 의미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여 분 동안 행진한 참가자들은 바로 근처에 있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합류했다. 이후 일부 참가자들은 퀴어문화축제 행진이 시작되자 행진의 후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함께했다. 억압과 폭력에 맞서는 소수자들 간의 연대가 빛을 발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스물 다섯째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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