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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과 '헤어질 결심' 할 수 없다면

폐배터리 수거 및 재활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

등록|2024.06.10 11:19 수정|2024.06.10 11:19
사람들에게 물었다. 무인도에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물건을 챙길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이라고 답했다. 휴대폰이 사람들의 일상을 점령하면서 사진이나 영상 시청 등 고에너지 소비 앱 사용으로 인한 배터리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보조배터리 판매 현황은 연간 최소 600만 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무게로 환산하면 122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문제는 급속히 증가하는 이차전지의 사용량에 비해 폐배터리를 올바르게 분리 배출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2022년까지 수거한 보조배터리는 11만 4000여 개에 불과하고 현재 국내의 보조배터리 전체 판매량 대비 수거율은 1.87%에 그치는 실정이다. 충전용 보조배터리나 전지류, 이를 포함한 장난감, 소형가전 제품 등이 올바로 수거되지 못하고 생활 쓰레기와 함께 섞여 배출되면 선별, 재활용 과정에서 화재나 폭발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군용차로 폐배터리를 창고로 옮기는 과정에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폭발해 20살 운전병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작년 11월 전남의 한 센터에서도 폐배터리에 열과 압력이 가해져 화재가 발생했다. 고온고압 환경에 취약한 보조배터리가 일반 쓰레기로 잘못 배출되어 처리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것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폐배터리 수거함을 아시나요?

지난 4월 고려대학교에서는 **연구수업의 일환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조배터리가 재활용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12%에 불과했으며 응답자의 80%가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등 폐배터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배터리의 분리 수거가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학교나 주민센터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폐배터리 수거함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으며, 종량제 봉투와 교환해 주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행정적인 방식도 중요하지만 이 시점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폐배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일 것이다. 기자가 다닌 고등학교에서도 교내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하는 활동을 했지만, 폐배터리가 제대로 분리배출 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기계적인 분리수거에 앞서 폐배터리가 자원으로 재활용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공감하고 소비에 따른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단순한 홍보 문구 하나로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때 폐배터리의 올바른 수거 문제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당신이 몰랐던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전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통해 생산·수입업자에게 재활용 의무가 부여되지만, 보조배터리의 경우 재활용할 의무가 반영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국내의 여러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이 노력하고 있다. 2023년 국내 비철금속기업은 건식 용융 방식을 활용하여 첫 공정 단계에서 리튬을 90% 이상 회수하였다. 건식 용융 방식은 팩이나 모듈 단위의 배터리를 그대로 파쇄해 리사이클 플레이크 형태로 만들어 고온에서 녹여 재활용하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비중이 가벼운 리튬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다. 즉, 습식처리 기술보다 전처리 기술로 단순화 시켜서 금속의 회수율을 극대화했다.

또, 국내 에너지그룹 s사는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수산화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을 개발했다. 이 수산화 리튬 추출 기술은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하고 가공할 때보다 탄소발생량을 40~7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며 폭발적인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기를 앞두고 있다. 올해 중국의 폐배터리는 약 20만 톤, 2025년에는 35만 톤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배터리 이력 관리와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생산자 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화학기업인 d사는 분쇄기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쇄 물질과 전해질 중 하나만 남을 때까지 분해해 원료인 흑연, 망간,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얻는 기술을 개발해서 모든 폐배터리 구성 물질의 96%를 재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폐배터리의 재활용 실황을 엿볼 수 있다.

폐배터리 올바른 분리 배출 위한 실천

환경공단에 따르면 리튬계 2차 전지 폐기물 발생량은 2025년 874t, 오는 2030년에는 913t으로 점차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 같은 폐기물에는 은, 리튬 등 유가금속이 포함되어 있어 적정한 회수 체계가 갖춰진다면 재활용량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즉 제대로 분리수거만 이루어져도 환경오염을 막고 자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환경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그리고 지자체와 기업 등에서는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여 폐배터리 분리수거에 대한 홍보와 교육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통신사는 한국전지재활용협회와 함께 전국 30개 매장과 사옥에서 보조배터리 수거 캠페인을 전개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에서 핸드폰은 이제 사람들의 분신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의 일부분이 된 이상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가 인간의 이기심을 참아줄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하나의 나인 핸드폰과 '헤어질 결심'을 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폐배터리가 의미있는 자원으로 환원되어 환경과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실천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개인으로서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나 작은 습관이 모여 환경 파괴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더 나아가 자원의 활용과 선순환이라는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러한 우리의 칼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돕고 더 나아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자원 순환 경제 발전에 한 발짝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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