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에 밀린 마크롱, 조기 총선 선언 '초강수'
유럽의회 선거서 참패... 27년 만에 '의회 해산' 발표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 총선 선언을 보도하는 AP통신 ⓒ AP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겠다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투표를 통해 국민에게 프랑스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드리기로 결정했다"라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라고 선언했다.
마크롱 "확실한 다수당 필요"... 르펜 "권력 잡을 준비 됐다"
이로써 프랑스는 2022년 6월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됐고 오는 30일 1차 투표, 내달 7일 2차 투표를 할 예정이다.
유럽의회가 발표한 1차 국가별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5년 전 선거 때보다 10%P 가량 올라간 약 32%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단일 정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3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는 것은 처음이다. 반면에 르네상스당의 예상 득표율은 15.2%에 그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진보에 반대해 온 극우 정당들이 대륙 전역에서 진전하고 있다"라며 "국수주의자와 선동가의 부상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과 세계에서 프랑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다만 "여러분의 메시지와 걱정을 들었으며, 이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늘의 선거 결과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기지 않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발언권을 돌려주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확실한 다수당이 필요하다"라며 "(조기 총선은) 심각하고 무거운 일이지만, 프랑스 국민이 가장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RN의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주요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라며 "오늘의 역사적인 선거는 국민이 투표하면 국민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프랑스 국민이 우리를 신뢰한다면 우리는 권력을 잡고 국가를 재건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결정을 환영했다.
유럽 주요국서 극우 세력 약진
프랑스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를 고유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거나 의회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행사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이 이뤄진 것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인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AP통신은 "유럽의회 선거는 프랑스 국내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임기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영국 BBC는 "입지가 흔들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도박"이라고 분석했다.
각국 기성 정치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 여겨진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극우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지난 선거보다 5%P 넘게 오른 16.5%의 득표율로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올라프 숄츠 총리의 친정인 사회민주당(SPD)은 2019년 15.8%에서 14.0%로 떨어지며 AfD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이 밖에도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에서 극우를 포함한 우파 정당의 득표율이 상승했다.
다만 BBC는 "유럽 의회 대다수 의석은 아직 중도 정당의 손에 있다"라며 "유럽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면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들이 단결해야 하지만, 각자 국가적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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